법무법인 광장 박금낭 변호사와 헬스케어팀

"저의 꿈은 판사입니다." 학창시절 그의 생활기록부 장래희망 ‘란’에는 항상 ‘법관’이라는 글자가 기입돼 있었다.

그런데 그는 정작 이과를 선택했다. 수학과 과학을 너무 좋아했던 탓이다. 한국의 이분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체계는 판사가 꿈이었던 학생에게 이렇게 다른 길을 가라고 강요했다.

그는 이후 서울대 약학대학에 진학했고, 예비약사라는 ‘기성복’ 진열장 앞에 섰다. 하지만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취업지옥’, ‘스펙지옥’이 된 지금과 달리 당시 대학은 이런 꿈들을 조금은 허용했다.

사법연수원 시절까지 계속 이어졌던 법관의 꿈, 하지만 그는 고지 점령을 앞둔  어느날 돌연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급선회했다.

법무법인 광장(Lee&Ko) 박금낭 헬스케어팀장은 이렇게 변호사가 됐다. 게다가 첫 직장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지독하게도’ 한 우물만 파면서 대표적인 국내 헬스케어&특허 전문변호로자리매김했다.

히트뉴스는 최근 가처분 재판부가 ‘선택발명’에 대한 판례변경 필요성까지 언급하면서 특허침해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BMS제약의 항응고제 ‘엘리퀴스’ 사건을 계기로 박 변호사를 만났다. 엄청난 ‘스크롤’이 독자들에게 불편을 줄 것을 고려해 기사는 ‘일문일답’으로 정리하고, 말머리는 여기서 접는다. 

-우선 개인적인 궁금증부터. 특허전문 변호사로 명실상부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입니다. 약대를 나와서 약사가 아닌 변호사로서의 삶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또 그중에서도 특허분야에 집중하시게 된 까닭은.

저는 법무법인 광장(Lee&Ko) 헬스케어팀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약대 약물학 석사출신으로 제약바이오관련 전문지식과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애정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법조인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이 ‘법관’으로 기재돼 있을 정도였습니다. 좋아하는 공부가 수학, 과학 등이어서 문과 대신 이과를 선택했고 약학대학에 입학했지만, 법조인에 대한 꿈과 관심이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수료 후 법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수원 2년차였던 2001년 당시 구 한미합동법률사무소(현 법무법인광장)의 김재훈 대표님을 뵙고 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김 대표님은 약학을 전공한 법조인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줬습니다. 그것이 현재 광장 헬스케어팀, 그리고 헬스케어팀 대표인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고객이 이미 고려하고 있는 행위의 법률적 리스크를 점검해주거나 고객이 생각하고 있는 소송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방향까지 제시해 줄 수 있도록 산업과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조력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행하신 특허분쟁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분쟁에 처한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찾아내는 일은 변호사에겐 희열과 기쁨입니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손해배상액이 걸렸던 엘지화학, 대한펄프, 엘지생활건강, P&G 기저귀특허소송을 비롯해, 피엠지제약 레일라정, 동아에스티 스티렌정 등 천연물신약 관련 고시무효확인소송, 대웅제약 글리아티린 약가소송, 산도스 COPD 보라색흡입기 관련 부정경쟁행위금지소송, 세엘진 탈리도마이드 약가소송 및 다발성골수종 특허침해소송, 안국약품 게스포린F정 특허소송, 삼양바이오팜 팔제론주 특허소송, 엑셀론패치제특허관련 소송, 폐렴구균접합백신 특허소송, 노바티스 마이폴틱 약가소송, BMS 엘리퀴스 특허소송 등 제약바이오 관련 약가,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종류의 소송들을 수행해왔고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깨끗한 나라 생리대 등 의약외품 관련 분쟁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노바티스 마이폴틱 약가소송의 경우 일단 마이폴틱 약가인하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우리는 정부의 제네릭/오리지날 약가정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는데, 업계 전체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특허분쟁 때 오리지날사의 약가인하로 인한 손해를 제네릭이 70% 부담해야 한다는 올란자핀 약가 손해배상 특허법원 판결 이후 제네릭의 특허도전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제약바이오업계에 기술의 보호와 도전이 선순환 구조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자평합니다.

변호사로서 이 소송처럼 업계의 고민에 대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외 국내제약바이오 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분쟁을 예방하거나 혹은 현지 로펌을 도와 소송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특허분쟁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암로디핀이나 클로피도그렐 사건부터 본격화된 걸로 기억합니다. 국내 특허분쟁의 트렌드는 어떤게 있을까요.

예전과 달리 전반적으로 제약업계에 다양한 종류의 분쟁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왕성한 활동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시장이 형성되고 더 넓은 시장으로 가기 위한 산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약특허분쟁만으로 국한해 보면, 예전과 달리 국내제약바이오사들이 보유한 특허권관련 분쟁이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권리자 대 침해자라고 하면 외국계제약사와 국내제약사의 대립구도로 생각돼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이분법적 인식은 곤란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제약사도 자신의 특허권을 갖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고, 국내제약사의 특허권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면서 도전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략적인 특허분쟁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5년 3월15일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도입된 이후, 특허분쟁이 늘었는데 그 양상이 독특합니다. 제네릭사들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매우 치밀한 특허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가령 2017년 12월31일 기준 심판청구 건수가 총 2928건인데, 무효심판청구 건수 혹은 존속기간 연장등록 무효심판 청구건수가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직후 각 81.1%와 96.9% 집중됐다가 이후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 청구건수가 해마다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해 만해도 372건이었고, 올해 또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제네릭사들이 2012년부터 일부 시행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약사법상 서서히 인정되기 시작한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매우 정교하게 검토하고 특허도전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분쟁을 불러오는 것인 지 혹은 불필요한 분쟁까지 유발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재검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Player’들이 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보입니다. 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향후에도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이므로 지적재산권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건 두말할 필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개발 특허권자의 에버그리닝 전략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요. 특허전문 변호사로서 의견은

기술공개에 대한 제대로 된 댓가가 지급돼야 궁극적으로 기술발전을 통한 사회전체의 편익이 증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반대로 공개된 기술의 편익을 누리면서도 무임승차하겠다는 것도 안될 일입니다.

특허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법당국이나 특허청은 이전과 비교하면 진보성 판단을 좀더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는 우리사회의 발전방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앞으로는 진보성뿐만 아니라 기재불비요건 역시도 더욱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이 바이오업계에서 반도체분야와 같이 독보적인 존재로 세계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케미칼의약품에 비해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바이오기술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전략적 분쟁을 이야기하셨는데,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생각보다 한국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핵심내용인 판매금지 사례가 극히 적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현행 약사법에서 시행하고 있는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이제 시행초기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불명확한 부분이나 일부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해 좀 더 ‘트리밍’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정부는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심판청구건수가 2017년도 말까지 무려 3000건이나 된다는 건 상당히 부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제도 초기여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고, 또 심판청구건들이 자진 취하되는 예가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의 분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현행 약사법이 불필요한 분쟁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직 제품개발도 되지 않았는데 선제적인 특허심판사건을 허가와 연계할 필요가 있는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최근 엘리퀴스 특허침해가처분이 인용돼 주목받았습니다. 쟁점과 진행 상황을 정리해주신다면

엘리퀴스 특허사건은 법무법인광장의 체계적인 업무시스템과 제약바이오전문성의 총합이 있었기에 완승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오충진 특허법원 판사출신 변호사, 유은경 특허청심사관출신 변호사, 김일권 바이오전공박사출신 변호사, 김희수특허심판원 심판관출신 변리사, 그리고 저와 같은 약물학석사 등 여러 제약전공변호사들이 합심해 사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BMS는 제네릭사들을 상대로 엘리퀴스 물질특허와 제형특허 침해금지를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신청과 특허침해금지 본안소송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해 6월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처분인용결정을 내렸는데, 제네릭사들은 항고 등을 통해 다투고 있지 않습니다. 통상 가처분인용결정이 나면 제네릭사들이 가처분인용결정에 대해 항소심 법원에서 항고합니다만 이건은 그렇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엘리퀴스 관련 등재된 물질특허와 제형특허 2개의 특허 모두에 대해 제네릭사들이 무효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질특허에 대하여는 특허심판원 무효심결 이후 BMS가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해 특허법원에서 심리중이고, 제형 특허와 관련해서는 특허심판원 단계의 무효심판청구와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사건이 있는데 최근 특허법원은 무효심판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엘리퀴스는 와파린이후의 차세대 항응고제로 출혈부작용이 가장 적은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입니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엘리퀴스 개발을 위한 발명자들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인데, 물질특허의 경우 선택발명여부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종래 우리 대법원은 선택발명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으로 특허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블록버스터들이 선택발명의 덫에 걸려 특허무효 허들을 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엘리퀴스 물질특허는 종래 대법원의 선택발명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특허임을, 종래 선택발명에 대한 전수조사 검토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유럽EPO 판결 변천 등 총체적인 자료들로 뒷받침해 재판부를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처분 재판부가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종래 대법원 판례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나아가 가처분재판부는 종래 대법원 선택발명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엘리퀴스 물질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처분재판부가 수십 년간 확립된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인용결정을 내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법원 역사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대승이라고 자평합니다.

제형특허의 경우도 엘리퀴스가 차세대 항응고제 중 출혈부작용이 가장 적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그 특허의 일관된 노출이라는 중요한 효과를 명확히 입증했기에 특허성이 인정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이번 가처분 인용은 권리침해의 시급성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하고, 결국 결론은 특허법원에서 판가름 나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제 짧은 생각입니다. 민사법원의 경우 특허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침해소송을 유보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특허법원 판단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허법원도 가처분재판부와 동일하게 선택발명의 법리변경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선택발명의 대법원 법리가 워낙 오래되고 사례들도 많이 축적돼 있으므로, 충실한 증거와 논리를 전개해야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가처분사건의 경우 불과 수개월만에 무려 6차례 기일이 열리고, 국내 1~2위를 다투는 여러 제약사들을 상대로 무려 3차례나 기술설명을 함으로써 탄탄한 법이론을 만들어 가처분재판부를 설득했습니다. 특허법원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설득할 생각입니다.

-의약품분야 특허분쟁과 관련해 제도나 입법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꼽는다면.

약사법상 허가특허연계제도와 관련해 제네릭 허가신청 이후 등재된 특허에 대한 통지여부 등 아직 모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향후 정비작업이 필요해보입니다.

-향후 대형 특허이슈로 부상할만한 약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그리고 해당약제 쟁점은?

바이오의약품, 즉 백신이나 바이오시밀러 관련 특허분쟁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는 케미칼의약품에 비해 엄격한 기재요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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