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약가계약·등재품목 재평가 시 공유 데이터 활용
식약처, 공단 일산병원 의사 교류로 심사인력 확대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31일 이른 아침 2층 로비에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기다렸다. 이 처장이 모습을 나타내자 공단 직원들은 박수 갈채로 그를 환영했다.
이 처장의 건보공단 방문은 공단과 식약처가 보유한 각각의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내용의 호혜 협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과 이 처장은 협약 체결에 앞서 15층 접견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기관의 협약 요지는 각자 보유한 '빅데이터'와 '인력'의 교류다. 두 기관장은 공유 데이터로 의약품·의료기기 생애주기 전 과정 관리를 강화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을 증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처장이 이번 협약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공단이 보유한 다양한 빅데이터를 통한 허가 의약품·의료기기 관리와 공단 일산병원 임상의사를 활용한 의사 출신 심사위원 충원이다.
실제 이 처장은 협약식에서 "(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식약처가 허가한 의약품·의료기기가 리얼 월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환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약물 역학적 연구·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 분석·환자 장기추적 조사 과정에서 귀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산병원 전문가의 지식·노하우가 공유될 경우 의약품·의료기기 허가와 다양한 임상 프로토콜 심사의 전문성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의사 인력 교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의사 출신 심사인력 부족은 식약처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 식약처 또한 충원의 필요성은 십분 공감하지만, 보수, 장거리 근무 등 현실적 처우 문제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의사출신인 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지난 18일부터 의사 심사관 확충을 촉구하는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 의사출신 심사위원은 육아휴직을 간 2명을 제외하면 13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23일 식약처 출입기자단 간담에서 "(의사출신 심사관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25명 정도까지 충원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직접 충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외부 전문가 활용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단 일산병원 같은 곳과 MOU를 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하면 건보공단과 협약은 식약처가 직면 중인 의사 인력난을 돌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두 기관의 부족한 전문인력을 인력 교류로 일정 부분 해소하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데이터 교류와 관련, 식약처는 공단이 축적해온 보험청구·건강검진·의약품 사용현황 데이터를 받아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 분석, 시판 후 안전관리, 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한 업무 등에 활용하고, 공단은 식약처가 보유한 의약품·의료기기 임상 재평가 정보, 임상3상 정보, 품목별 생산·수입자료 등을 약가협상·등재품목 재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의 빅데이터는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파급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약제비 절감을 위한 에비던스로 작용하거나, 의약품 안전 관리·안정 공급의 기틀이 될 수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약 내용이나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내용 중 일부는 포함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이 협약을 통해 향후 어떻게 할지 진행하면서 다듬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