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 vs 경증질환, '트레이드-오프' 공감이뤄

정부가 향후 5년 중기전으로 추진 중인 약품비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트레이트-오프' 또는 '약품비 지출구조 재설계'로 표현될 수 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과 제도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영진 사무관이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안 발표이후 줄곧 꺼낸 말이다.

종합계획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는데, '트레이드-오프'는 '약제 급여전략' 항목에 '약제 재평가 결과와 연동해 조정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은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중증희귀질환 의약품의 보장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으로 풀어서 기술돼 있다.

앞서 히트뉴스의 '인공눈물·오마코·글리아티린...등재약 재평가 첫 대상될까' 제하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복지부가 지난해 9월 건정심에 보고했던 국민참여위원회 회의결과는 이번 종합계획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국민위원 중 84%는 의약품 가격이 고가이면서 대상자가 소수인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 중증질환 의약품의 급여 적용 필요성에 동의했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중증 위급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제고를 우선하는 게 사회보험 원리에 부합한다는 게 동의한 이유였다.

사용중인 의약품이 더 이상 효과가 없거나 치료효과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의약품의 급여 필요성에 대한 부분도 토론이 이뤄졌다.

국민위원 중 68%는 일정기간 사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는 경우 효율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급여적용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52%는 기존 의약품(치료법)과 비교해 치료효과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의약품에 급여를 적용하는데 반대한다고 했다. 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의욕을 보이고 있는 'RWE(Real World Evidence)' 기반 등재약 재평가에 공감한 것이다.

경증질환 의약품 급여 타당성도 검토됐다. 국민위원 중 48%는 향후 재정적 문제로 다른 의약품의 보험적용에 영향을 준다면 급여 제외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20%는 비용부담이 큰 질환치료에 재원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므로 건강보험에서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또 1회용 점안제(인공눈물, 64%), 해열진통소염제·소화제(각각 28%), 기타(파스류, 시장원리에 따라 급여가격보다 비급여 가격이 더 낮은 의약품 등, 12%) 순으로 급여제외 대상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이는 경증질환 약제를 급여에서 제외하고 중증질환치료제 보장성 확대에 재원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국민위원들이 공감한 것으로, 곽 과장이 언급한 '트레이드-오프'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종합계획의 '트레이드-오프' 또는 '약품비 지출구조 재설계'는 국민참여위원회에서 어느정도 컨센서스가 이뤄졌고,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밑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경증질환 약제 급여제외나 등재약 재평가, 만성질환 또는 노인성 질환 약제 정기재평가 등을 통해 절감된 약품비를 특정해서 항암제 등 중증질환치료제 보장성 확대에 쓸 수 있는 방안이 있느냐가 될 수 있다. 현행 건강보험법령은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재원으로 건강보험법령 위반에 따른 과징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절감된 약품비를 '통째' 항암제 등에 특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복지부는 묘수가 있을까. 한국형 '항암제 펀드' 같은 걸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복지부는 절감된 약품비를 특정해서 쓰는 방법론에 대한 복안, '트레이드-오프'를 구현할 방법론을 조만간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참여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해 지난해 7월22일 국민위원 25명, 정보제공자-진행 자문위원-복지부-공단 등 57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안건으로는 고가 항암제 등 건강보험 급여적용 방안, 비용부담이 크지 않은 경증질환 의약품 급여여부, 허가초과 사용제도 운영방안등이 다뤄졌는데, 주최 측은 건강보험 의약품 정책 개요 및 관련 주요 쟁정사항에 대한 정보를 국민위원들에게 제공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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