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업체 심플렉스와 공동 연구...외국 기관서 효력평가중

인터뷰 | 권진선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인류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불의 발견'처럼 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의 혁신 도구'로써 한껏 기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시간 싸움이 치열한 신약개발에서 미국의 바이오벤처기업 아톰와이즈가 하루 만에 시판 중인 7000여 종의 약물 가운데 에볼라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신약후보 물질 2개를 찾아냈다는 사실은 AI가 신약개발의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신약개발을 주도해온 화이자같은 다국적제약회사들과 투자자들, 구글같은 IT 기업, 인공지능(AI)업체들은 앞장서 협력 구조를 만들어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 역시 정부 지원아래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롭게 등장한 기회를 부여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꿈틀거리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2017년 제약사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시발점으로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구해온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올해 3월 20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센터 개소 전부터 국내 제약사 24곳도 추진단에 참여했으며, 과기부 중기부 복지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들도 투자 계획을 속속 내놓았다.

당뇨치료제든, 면역항암제 등 혁신신약이 나온다해도 '해당 질환을 올킬(All Kill)시키는 무결점 치료제'가 아닌 이상 의료현장에서 언멧니즈(Unmet Needs)는 늘 존재한다는 점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적극 수용한다면 'AI 신약개발'은 '고위험과 천문학적 비용'에 기죽어 눌려있는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히트뉴스는 인공지능 업체와 함께 신약개발에 나서 신약후보물질의 도출을 시도하고 있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권진선 박사(책임연구원)를 지난 달 30일 연구소에서 만나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개발의 동향과 일동제약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권진선 박사는 현재 면역항암제 신약 선도물질 15개를 발굴해 외국 시험기관에 효력 평가를 의뢰한 상황으로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3월 문을 연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지원센터'의 모태가 된 제약사 태스크포스팀 구성 때부터 박사님이 참여했어요. 왜죠?

"어느 제약회사라도 자체 개발한 혁신 신약을 갖고 싶어합니다. 제약회사 존재의 이유니까요. 혁신신약에 관한 일동제약 경영진 의 의지와 열망은 대단합니다. 중앙연구소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죠.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고, 우리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인공지능업체는 어디죠? 공동 연구는 어느 단계까지 진척되었나요.

"약물 구조와 활성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활성 예측모델을 보유한 국내 기업 심플렉스(CIMPLRX)와 협력하고 있어요. 현재 면역항암제 신약 선도물질 15개를 발굴해 외국 시험기관에 효력 평가를 의뢰한 상황인데,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면 선도물질을 신규 약물후보로 최적화시켜 나가게 됩니다."

-2018년 9월 심플렉스와 만났는데, 속도가 참 빠릅니다. 어떻게 15개 물질을 찾은 건가요.

"미국 바이오벤처 아톰와이즈 잘 아시잖아요. 에볼라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을, 이미 쓰고있는 약물 가운데서 하루 만에 2개나 찾아냈습니다. 이는 드럭 리포지셔닝인데,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능했던 거라고 봅니다. 우리 역시 아톰와이즈처럼 기존 문헌과 물질 라이브러리 등에서 15개를 발굴한 겁니다."

-만약 어떤 제약사가 인공지능 업체와 협력해 신약개발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념적으로는 어떤 질환에 적응증을 갖는 신약을 확보하려는 것인지와 함께 질환의 어느 발병기전과 치료경로에 작용하는 약물을 개발하려는 것인지 결정한 후 이에 적합한 인공지능업체와 공동연구를 통해 선도물질과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개발이 약물타깃 발굴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에서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 수준에서는 물질 발견단계에서 효율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신약 물질 발견에서 인공지능의 효율이 높다고 하셨는데, 전통적인 방법과 견줘 어느 정도 효율이 있나요.

"기존 방법으로 2~3년 걸리던 신약 후보 물질 발견 기간을 1년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약물합성 갯수도 300개에서 100개로 줄일 수 있어 연구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어요. 세포 실험으로 검증하는 약효 성공률(Hit rate)도 종전 5%에서 30%까지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종전 연구원 5명이 투입되던 프로젝트는 연구원 2명으로 가능해 나머지 연구원들이 또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잇점이 있습니다."

-신약개발에 매진해 온 연구자로써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그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작년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1회 인공지능 신약개발학회(AI-PI)'가 열렸을 때 발표 내용들은 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정도였어요. 신뢰성이 불충분해 보였고, 인공지능업체들의 위상도 제약기업들에 비해 낮아보였어요. 올해 같은 학회에 가야하나 망설이다 참석해보니 한해 사이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검증단계로 진입한 느낌을 받았고, 신뢰성도 확보해 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공지능 업체의 위상또한 제약회사들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관찰했습니다." 
        
-글로벌 동향은 어떤가요.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신약후보물질 발굴 단계로만 한정해 이 시장은 2억달러 규모지만 2025년이면 1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30개 글로벌 빅파마와 130개의 인공지능업체, 320개 투자업체들이 협력 구조를 이루고 있어요. 미국이 절반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주목할 점은 중국의 가세로 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거에요. 영국도 활발합니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는 급속하고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박사님, 어떤 계기로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의약화학을 공부했어요. 그리고 일동제약에 입사해 항생제 항암제 대사질환치료제 항 혈전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회사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어 제약을 의약화학 관점 보다 더 넓은 관점으로 연구하기 위해 생명공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졸업 이후 물질데이터 구축과 활용, 컴퓨터를 이용한 모델링(CADD) 등을 다루는 화학정보학을 공부했어요."

-박사과정 공부가 인공지능 활용의 토대가 된것같습니다.

"그렇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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