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의사협회, 의료봉사상으로 35년간 숨은 영웅들 격려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이석로 꼬람똘라병원장(가운데)과 최대집 의사협회장(왼쪽),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이석로 꼬람똘라병원장(가운데)과 최대집 의사협회장(왼쪽),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서기가 두려웠어요. 음지에서 수고하는 분들이 많고, 제가 한 일이라는 것도 수많은 분들과 함께 한 것이라서,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주저했어요. 그런데도, 이 자리에 선 이유는...음...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상금이 필요했습니다."

20일 저녁 6시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제 35회 보령의료봉사상(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 공동 개최) 대상 수상자인 이석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장이 이처럼 '반전 어린 소감'을 말했을 때 참석자들은 미소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소망한 대로 순금 1냥으로 제작된 메달과 상금 5000만원을 그는 받았다. 

"해마다 병원이 20~30% 씩 성장하면서 맨 바닥에 매트를 깔고 진료와 치료를 할정도인데, 이 귀한 상금은 입원실을 확충하는데 소중하게 쓸 계획"이라면서 그는 하얀이를 드러내 웃었고, 단상 아래 테이블에선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과 장녀 김은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 최대집 의사협회장이 파안대소하며 박수를 보냈다.

세상 걱정없는 해 맑은 표정을 지닌 그는 "저 처럼 미약한 사람도 (봉사를) 한다"며 용기를 내 봉사하자고 권유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이지 못했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아빠, 엄마와 함께 극복한 그 시절을 사랑했으며, 행복했었다'고 한다"고 간증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환자와 지원단체 및 병의원, 동료 의사 등 모든 이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릴레이 감사를 이어가던 그의 감사는 부모님에서 멈췄다. "일용 잡부로 일하시면서도 아들을 방글라데시로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3년만 하고 돌아오겠다던 아들이 오랜동안(24년간) 외국에 있을 때조차 격려해주신 부모님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 역시 대한민국의 아들이었다.    

꼬람똘라병원은 1992년 한국 기독교병원 연합단체인 콤스가 세운 병원. 이용웅 의사가 발품 팔아 부지를 다지고 인력을 모아 세운 병원이다. 다른 병원과 견줘 저렴한 치료비와 높은 수준의 의술, 친절함 덕분에 연간 7만 명 넘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현지인 의사가 8명, 한국인 의사도 5명이나 되는 규모 있는 병원으로 내외과·정형외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안과까지 갖췄다. 거의 매일 두어 차례의 수술도 이뤄지며 300여 명의 외래환자들이 오간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뿌려진 씨앗은 어느 새 나무로 자라나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그는 이런 말도 들려줬다. "꼬람똘라병원엔 마을 개들이 새끼들과 함께 먹을 것을 찾아 자주 오는데, 길 건너던 새끼가 다치는 경우가 꽤 많아요. 어미는 새끼의 상처를 혀로 핥아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그 어미개와 같이 별거 없습니다."

꼬람똘라병원에서 포즈를 취한 이석로 원장
꼬람똘라병원에서 포즈를 취한 이석로 원장. 김선경 의협신문 사진기자는 "이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지만, 이석로 원장님처럼 활짝 웃는 얼굴은 어떻게 촬영해도 작품"이라고 말했다.

힘든 이웃을 돕는 의사, 의사를 격려하는 보령제약

보령의료봉사상 본상은 ▷2005년부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극오지 주민들을 위해 이동진료사업을 펼치며 '길 위의 닥터'라고 불리는 이재훈 의료선교사 ▷2001년 광주 월곡동에 개원한 이후 '마을 주치의'를 자처하며 광주이주민건강센터를 설립해 지역 외국인근로자, 난민 등을 위해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이용빈 원장(광주 이용빈가정의학과의원) ▷일산에 개원해 2001년부터 해외봉사 및 지역봉사 활동을 하고, 양질의 의료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참여활동 병행하고 있는 김우규 원장(일산 빛과소금내과의원)이 받았다. 이들에겐 상패와 순금 1냥의 메달이 수여됐다.

수상자들에게 다가가 메달을 직접 걸어준 김승호 회장은 이날 인사에서 "따뜻한 손으로 아름다운 길을 걸어오신 수상자 모두는 이 시대의 진정한 빛,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라고 칭송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의 행복을 빈다"고 말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1984년 보령제약 사보 '보령'에 매달 전국의 낙도와 산간벽지, 오지 등에서 봉사의 삶을 이어가던 의사들을 발굴,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던 게 계기가 됐다. 1985년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이 전국 각지서 묵묵히 참의사상을 구현하며 인술(仁術’)을 펼치는 의사들의 뜻을 격려하기 위해 '보령의료봉사상'을 제정했다.

이석로 원장의 봉사를 보며 자란 자녀들이 이 원장과 함께 했던 시절을 사랑하고, 행복해 했듯 먼훗날 김은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도 아버지 김승호 그룹회장과 함께 이 시상식에 참석했던 시간을 사랑과 행복으로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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