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전문화 조류 불구 생산은 반드시 직접?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큰 틀은 이미 비밀이 아닌 상태가 됐다. 복지부와 국회 등을 통해 새어나온 방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복지부는 제네릭의 품질을 대전제로 ▲직접생동 ▲직접생산 ▲DMF등록 등 3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이중 몇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켰느냐를 따져 53.55%→43.3%→33.3%→30% 순으로 약가를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직접생동과 DMF등록은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제네릭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 제네릭 약가 및 허가제도 개편의 방향성은 이미 출발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제네릭 양산의 주범으로 찍한 생동시험을 단독으로 하느냐, 공동으로 하느냐를 기준으로 약가를 차등화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었다. 원료의약품의 품질관리 개념인 DMF 역시 식약처의 허가단계에서 이미 예고된 사안이기 때문에 충격이랄게 없다. DMF에 대한 일부 언론의 호들갑은 추후에 검증해도 늦지 않다.

다만, ‘직접생산’이라는 키워드에선 고개가 갸우뚱한다. 히트뉴스를 비롯한 전문언론들이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안에 대해 보도하자 우대조건 중 하나로 명시된 직접생산의 진의가 무엇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 직접생산을 최소 지분관계에 있는 사이트에서 직접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경우에 한해 약가우대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원칙이 ‘품질향상’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생산을 약가우대 항목 중 하나로 꼽은 것은 직접생산이 위탁생산에 비해 품질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무래도 품질관리 측면에서 더 꼼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주관적 판단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만약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복지부가 한 것이라면 약가제도 개편에 앞서 직접생산과 위탁생산간 품질차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제도변화의 설득력이 생긴다.

R&D, 생산 등 제약사업 각 항목별 전문화를 추구해도 모자랄 판에 생산만은 반드시 직접해야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는 발상은 생경하다. 그래서 한편에서 직접생산은 자체생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위탁이든 직접이든 하나의 사이트에서 하나의 판매품목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제네릭 과잉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편이라는 점에서 더 설득력 있다.

제네릭 비즈니스는 새 방향성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절벽에 선 상태이다.
제네릭 비즈니스는 새 방향성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절벽에 선 상태이다.

제네릭 해외진출을 위해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 생산사이트 활용 전략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판 제네릭의 숫자를 줄이겠다고 직접생산을 자체생산에 국한시키는 정책을 복지부가 펼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신선한 우유를 마시기 위해 가정마다 젖소를 키우라고 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높은 약가를 받겠다고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유한도, 녹십자도, 한미도, 동아도, 대웅도, 종근당도 해당되지 않는다.

식약처의 제네릭 허가제도 개편의 후속퍼즐인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의 진의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 파급력 때문이다. 한 개의 성분에 100개 넘는 제네릭이 출시돼 조금씩 다 먹고 살았던 비정상적 상황을 이제 더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53.55%의 약값을 최소한 보장받는 현실은 이미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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