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1+3 되더라도 공동생동 끝났다고 각오를

우군이 없다. 제약회사 여럿이 십시일반(十匙一飯) 자금을 모으고 ‘돈’ 되는 제네릭 개발해 나눠팔던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발암물질로 난리법석 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이 사태의 발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통 제약업계, 특히 제네릭 비즈니스에 올인했던 업체들의 안주(安住)가 가파른 절벽을 오랫동안 만들어 왔다.

특허 끝난 제네릭 하나 만드는데 미니멈(minimun) 2억이 든다치면 10개 회사가 모여 2000만원씩 각출하면 블록버스터 시장에 들어갈 티켓을 받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노나는 장사였던 셈이다. 문제는 그렇게 장사를 하고만 업체들이 솔직히 많았다는데 있다. 식약처가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제네릭의약품 허가제도 개편의 핵심이 공동생동의 제한인데, 노나는 장사를 더는 계속하기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

제약바이오협회가 1+3안(案), 4개 회사가 모이는 정도까지는 봐주자고 건의했다지만 이마저도 과도기적 성격으로 보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사석에서 만나는 정부 관계자들의 속내는 더 강경한 모양이다.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블루오션에 뛰어들어 세계적 기업이 됐는데...” 제네릭 비즈니스가 약가나 허가제도의 우산 속에 있었던 좋은 시절을 그냥 보내버렸다는 불신을 그들은 전통 제약업계에 보내고 있다.

1+3안이 확정된다해도 2~5억까지 드는 제네릭 발매를 지금처럼 부담없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치료제 같은 범용 시장은 무조건 뛰어들고 보는 구색용 전략은 중요한 의사결정 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연간 매출 수천만원짜리 제네릭이 허다한 형편이니 큰 폭의 전략수정은 불가피하다. 제네릭 비즈니스도 전문성 경쟁, 아이템 경쟁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오랫동안 옳은 말이었다.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랑했던 한국의 GMP는 베트남발 충격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한국GMP 등급을 한껏 낮췄던 베트남 당국의 조치는 의약품 생산 측면에서 ‘발사르탄’인 셈이다. “생산품질 기준으로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면 주요 선진국에서도 통용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이미 진행 중이다. GMP의 실질적 선진화는 당연히 생산원가에 부딪힌다. 최고 수준의 생산시설과 품질관리 기준으로 견학코스가 됐지만 국내 모 기업 공장은 왜 CMO 비즈니스에 뛰어들지 못했을까?

식약처의 뒤에는 복지부도 서 있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약가를 손봐야하는 입장에 처해있다. 돌아나올 곁길이 없다. 올라가겠는가? 제네릭 약가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공동생동의 길은 좁아졌고 생산원가는 점점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제네릭 약가는 거꾸로 떨어진다...무엇이 답인가?

특징 없는 제네릭 비즈니스는 과감히 절벽 아래로 던져라. 염 변경 전략을 썼던 대형 제약사들이 플라빅스 시장에서 참패하고 단순 제네릭으로 시장에 들어간 삼진제약 플래리스에 왕좌를 내준 사례는, 그리고 그 제네릭이 지금도 연간 600억 이상을 청구하는 제네릭 중의 왕이 된 사연을 부러워할 형편은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제네릭 약물로 정신신경계 분야에서 전문성을 구축한 환인제약의 사례는 이미 고전이다. 그래서 환인은 제네릭 비즈니스를 하지만 그 미래가 탄탄하다. 높아진 허가장벽에 맞서 제네릭에도 오픈이노베이션 적용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제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 예를들어 지엘팜텍이나 네비팜, 인트로팍텍, 제이피바이오 같은 개발 전문업체들의 아이디어를 흡수해 특색있는 제네릭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살아남는다는 진단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네릭 비즈니스에 올인하는 중소업체들은 감이 없다. 규제의 허들을 어떻게든 조금 낮춰보려는 움직임만 보일 뿐이다. 상위업체들끼리도 의견이 갈렸던 예전의 상황과는 또 다르다. 적어도 제네릭 허가허들에 대해서는 규제강화의 편에서 그들은 움직인다. 절벽 앞에선 방향을 틀어야 살아남는데, 뛰어 내릴테니 낙하산을 달라고 우리 중소제약사들은 울부짖고 있다. 낙하산을 메고 뛰어도 어차피 절벽은 절벽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