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대금결제 3 → 6개월로 연기 요청
유통업체 유동성 문제 직면...제약사 회전기일 연장 곤란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외래진료를 축소한 상급종합병원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병동 폐쇄는 물론 직원들 무급휴가 신청, 대금결제 기일 연기 요청 등 고육책을 꺼내드는 모습이다.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예기치 못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했고, 제약사들은 거래업체들의 대금결제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7일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병원들이 경영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외래진료 축소로 환자가 줄고 수술이 급감하면서 적자가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은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늘렸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비상경영으로 병동 통폐합에 나섰다. 병상 가동률이 떨어진 일방병실 일부를 폐쇄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다. 

간호사와 일반 직원들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병원도 한 두곳이 아니다.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경희의료원, 인하대병원 등은 무급휴가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병원들의 경영악화는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긴급 공지를 통해 대금지급 시기가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변경된다고 안내했다. 대금지급 회전일이 3개월 늘어나는 것인데, 병원은 최근 의료공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급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3월 29일 병원에서 지출예정인 건부터 대금지급 시기가 변경되며, 기간은 경영 정상화 후 별도 안내 시까지다. 여기에는 의약품, 진료재료,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의료비품 등이 포함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대금지급 기일이 빠른 편이었지만 이미 대금결제 기일이 법적으로 정한 6개월인 병원은 이를 넘기게 된다. 이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회원사들을 대표해 제약사들에게 "의료업계 어려움을 이해하고 업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병원결제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월말 결제기간인 제약사들은 내부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병원, 유통업체 등의 사정은 알겠지만 결제금액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만 해도 100억원 결제규모라면 3개월 연장 시 300억원"이라며 "더욱이 외국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제약사의 경우 결제 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자금경색이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중소 유통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며 "유통업체들은 유동성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회사에서 약품비 대금 회전일 연장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한 달정도라면 수용할 수 있겠지만 장기화되거나 회전일이 늘어난 후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사 외래처방액이 전월 대비 약 10% 줄었다. 그나마 만성질환의 경우 3개월 이상 장기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 것이 아닐까 한다. 결제도 문제지만 매출을 회복하는 것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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