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아일랜드' 의료산업도시 내 개소 후 스타트업 등 파트너 연계
일본서 신기술 등 오픈 이노베이션 노린다

최근 국내 기업과 기관 등의 한일 협력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이 일본 고베 의료산업 단지 내 일본 사무소를 열고 현지 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한다. 다수의 인근 병원과 연계해 일본 내 수요가 증가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기초의학 분야에서 신기술을 직접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일본 효고현 고베 의료산업 단지 내 사무소를 열고 고베시와 관련 사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베시는 일본 간사이 지역의 대표 도시인 오사카시에서 차량으로 30~40분가량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1998년부터 의료산업 분야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고베시와 다리로 이어져 있는 인공섬 '포트아일랜드'는 약 40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공섬이다. 지역 내 관광지인 동시에 1998년부터 이화학연구소 등의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해 8곳의 의료기관과 양성자 치료시설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의료 클러스터 중 하나다.

고베시청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고베시와 고베의료산업추진기구가 추진하는 생명과학 분야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모임인 '간사이 라이프 사이언스 액셀러레이트 프로그램(KLSAP)'에 지난해부터 협찬 파트너로 참가했다. 이번 사무소 개소를 통해 향후 KLSAP와의 연계는 물론, 셀트리온의 관심 분야 혹은 협업을 희망하는 보건산업혁신창업지원센터(KBIC) 스타트업과의 미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관심 분야와 관련한 기업 설명 이벤트 등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셀트리온의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본 도쿄 내 사무실을 개소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바이오텍과 헬릭스미스 등의 기업 역시 일본 도쿄에 사무실 혹은 클리닉을 개소하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셀트리온이 또 하나의 연락사무소를 도쿄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고베에 구축한 것은 향후 일본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그 이상의 약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과정으로 보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고베 의료산업 단지라는 지점은 셀트리온이 입주할 만한 다양한 연구 인재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포트아일랜드를 기점으로 위치한 의료기관의 병상수는 총 1500병상 규모다. 국내에서 봤을 때는 크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병상이 없는 의료기관 및 안과병원 등을 포함하면 매우 큰 수준에 달한다.

포트 아일랜드 내 의료기관. 센터 병상 수는 차이가 있지만 정형외과, 안과 등을 비롯한 대학병원 급 종합시설이 모여 있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출처=고베의료산업도시기구)
포트 아일랜드 내 의료기관. 센터 병상 수는 차이가 있지만 정형외과, 안과 등을 비롯한 대학병원 급 종합시설이 모여 있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출처=고베의료산업도시기구)

인근 의료기관도 △고베대 부속병원 및 암센터 △고베시립 안과병원 △효고현립 어린이병원 △효고현립 입자선 의료센터 △포트아일랜드 재활병원 △고베 저침습 암센터 △안심병원 등 국립대병원과 사립병원, 비급여 진료 전문 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셀트리온이 현재 일본 내 허가받은 품목만 인플릭시맙, 트라스트주맙, 베바시주맙, 아달리무맙 등 4개 성분ㆍ8개 품목이기에 실제로 간사이 지역 내에서도 수요가 많은 만큼 판매는 물론, 향후 제품 연구 등 다양한 의료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바이오 산업 시장에서는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실제 일본 바이오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자국 내 바이오 시장은 아카데믹(학내 연구)애서 시작하지만, 기업들이 연구자의 기술을 상업화하는 식의 분업 과정이 세밀하게 나눠져 있다. 국내에서 흔히 보는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적은 이유기도 하다. 그만큼 의료기관의 좋은 기술을 기업이 직접 발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비롯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이중항체 치료제 등은 의료기관과 그에 속한 연구자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특정 연구를 '깊게 파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셀트리온이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제품명)'라는 자체 약물(신약)을 개발해 상업화한 가운데, 시장 내 다양한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셀트리온=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혹은 바이오시밀러 기업' 이미지를 넘어 자체 신약 개발 역량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내용은 고베시청이 밝힌 셀트리온 관련 자료에도 나온다. 셀트리온 측은 이번 사무소 개설은 스타트업과의 혁신적인 협력을 위한 첫 걸음으로, 협력을 원하는 일본 스타트업과 자주 만나고 교류할 것이라는 계획도 담았다.

여기에 고베 의료산업 단지가 가지는 특징도 존재한다. 도쿄를 위시한 자국 내 수도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사카 등 연구시설과 의료환경이 가까운 반면, 상대적으로 입주 과정에서 비용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실제 자국 내 의료 관련 클러스터 중 고베 지역은 가장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꼽힌다.

비용이 많이 드는 초기 스타트업이 쉽게 몰려들 수 있는 만큼 셀트리온 역시 많은 스타트업 등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일본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기 위한 한 발을 걷는 가운데, 이번 사무소 개소가 향후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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