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결핵진료지침 개정 5판, BPaL, BPaLM 등 단기 요법 추가
"기존 18~20개월 장기 요법에 비해 단 6∙9개월 소요"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후진국 질병이라고 불리던 '결핵'이 여전히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일반 결핵 환자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어떤 치료 옵션을 사용해야 할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각 질병관리 당국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이 움직임에 힘입어 올해 '결핵진료지침'을 개정ㆍ발간해오고 있는데,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협업해 지난 1월 '결핵진료지침 5판'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다제내성ㆍ리팜핀내성 결핵 환자의 치료에서 기존 18~20개월 장기 요법 외에 6개월 또는 9개월의 단기 요법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권고한 점이다.

<히트뉴스>는 24일 '결핵의 날'을 맞아 국내 결핵 치료 전문가이자 결핵진료지침 개정위원인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심태선 교수는 이번 개정 지침에서 어떤 다제내성결핵 치료법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가 국내 치료 환경에 줄 변화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사진=황재선 기자

 

 인터뷰이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ㆍ 학력과 경력

           현재  :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부회장
2013년~현재 :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2013~2018년 : 서울아산병원 교육 수련 실장
2011~2013년 : 보건복지부 결핵전문위원회 위원장
1998~2000년 : 충북대학교(의학 박사)
1996~1998년 : 서울대학교(의학 석사)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에서 결핵 환자 발생률 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핵은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 결핵균에 감염이 되더라도 바로 결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복기는 1~2년 정도 짧을 수도 있지만, 길게는 40~50년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렸을 적에 결핵균에 감염이 됐으나 발병이 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 몸의 면역 기전이 약해지면 균이 서서히 증식해 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결핵 발생 비율은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많은 '잠복결핵' 감염을 가지고 있는가'에 좌우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6∙25 전쟁을 거치면서 피난민들이 좁은 공간이 몰려 있게 됐고,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많은 국민이 잠복결핵에 감염이 돼 있습니다. 1965년 전국 실태조사에서 15세 국민의 거의 70%가 결핵균에 감염돼 있는 상태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른 OECD 국가들은 100~200년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가 좋아지면서 결핵 환자의 수가 서서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속도가 매우 빨라 잠복결핵의 감소가 가시적으로 느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2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국내 결핵 신규 환자는 2011년에 3만95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연평균 7.8%씩 감소해 2022년 1만626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다제내성ㆍ리팜핀내성 결핵 신규 환자는 2021년 371명, 2022년 560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2022년에는 리팜핀 내성 환자 및 재치료가 포함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더 늘어난 것은 아닐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과 어떻게 다른 질환인가요?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과 똑같은 균의 침범으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결핵균 내에 어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특정 약에 효과가 있던 결핵균이 '효과가 없는 결핵균'으로 바뀌어 발생합니다. 결핵 치료제 중 중요한 결핵 치료제가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제제입니다. 이 두 약제 모두에 내성이 생긴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 다제내성결핵이라고 합니다. 

다만, 학계에서는 결핵 치료에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리팜핀' 단독 내성이 있는 경우도 다제내성결핵과 똑같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WHO에서는 다제내성결핵을 '다제내성ㆍ리팜핀내성 결핵'이라고 통칭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제내성결핵 발생 기전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기침을 할 때 다제내성결핵균이 비말로 인해 전파되는 것이고, 또 다른 기전은 처음에 감염이 될 때는 약에 잘 듣는 일반 감수성 결핵균에 감염된 후에 그 균이 다제내성결핵균으로 발전되는 것입니다.

일반 결핵 환자가 약을 한 가지만 복용하거나, 적정량에 비해 저용량으로 복용한다거나 또는 복용을 하다가 임의로 중단하는 등 불규칙하게 치료를 받게 되면, 균이 체내에서 증식하게 됩니다. 균이 증식할 때, 이 약제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감수성균에서 약제내성균으로 바뀌게 됩니다."

 

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 약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반 결핵인 '약제감수성결핵'은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을 포함해 총 4가지 약제를 6개월 간 사용하는 치료법이 시행됩니다. 반면 다제내성결핵은 이 두 약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까지 4~5개의 또 다른 2차 항결핵 약제들을 조합해 18~20개월 간 치료합니다."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 중단율이 높은데, 왜 그럴까요?

"오랜 기간 치료하다 보면 결핵 환자 본인이 증상을 못 느끼거나, 초반에만 있다가 금방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환자는 약 복용 자체의 불편함에 이를 계속 해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 경우 정해진 기간 치료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한데, 의료진이나 국가보건 체계적 관리가 이를 잘 커버하지 못하다 보면 환자 스스로 약을 중단하는 요인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회생활이 바빠 병원에 와야 하는데 한 번 못 온 경우, 그 다음 예약이 쉽지 않게 됩니다. 또는 멀리 이사를 간 경우, 병원이 멀어지게 되고 사회생활이 바빠 못 오는 등의 사례들이 많아 치료 중단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최근 다제내성결핵 신약의 개발로, 치료 성공률은 대략 80%까지 올랐습니다. 다만, 아직도 중단율은 약 7~8% 정도이기 때문에, 이를 낮추는 것 자체가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 지침에 글로벌 임상 내용이 많이 반영된 듯합니다. 눈 여겨볼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결핵진료지침 5판 일부 발췌 및 병합
결핵진료지침 5판 일부 발췌 및 병합

"이번 개정 지침 내용 중 다제내성결핵 분야의 가장 큰 변화라고 본다면, 기존의 장기 치료보다 6~9개월 단기 치료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 단기 요법으로는 'BPaL 요법', 'BPaLM 요법' 등이 있습니다.

장기 치료시 사용되는 약제 4~5가지를 선택할 때 A, B, C 군에 포함된 약제 순서로 선택이 권고됩니다. 그중 C2 군으로 분화돼 있는 '델라마니드(제품명 델티바)'가 처음으로 A 군으로 오른 것도 변화입니다. 또 리팜핀에는 내성이지만 이소니아지드에는 감수성이 있는 결핵 즉, 리팜핀단독내성결핵도 다제내성결핵에 준해 치료하라고 지침이 강화됐습니다.

BPaL 요법은 '베다퀼린(오리지널 제품명 서튜러)'과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 등 3가지 약제를 병합해 26주간, 총 6개월간 치료하는 요법입니다. 관련 임상은 'Nix-TB' 연구가 있으며, 다제내성결핵 및 더 내성이 심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XDR-TB)' 환자들을 대상으로 BPaL로 6개월간 치료했더니, 약 90%의 우수한 치료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치료에서 리네졸리드라는 약제의 고용량 사용이 문제로 지적됐고, 후속 연구로 'ZeNix'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 연구에서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26주에서 효과가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 이 치료요법은 퀴놀론 항결핵제에 내성인 다제내성ㆍ리팜핀결핵 환자(약 15%)에게 쓸 수 있게 허가돼 있습니다.

또 BPaLM 요법의 효과를 확인한 'TB-PRACTECAL'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BPaL에 '목시플록사신'이라는 약제를 추가했습니다. 이 24주 요법은 퀴놀론 감수성 결핵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PaLM 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퀴놀론 내성이 확인되더라도 똑같은 기본적인 구성, BPaL이라는 구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기·장기 요법 모두 신약이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임상적 의의는 무엇일까요?

"아주 큰 의미를 가집니다. 결핵은 여러 약제를 조합해 치료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1차 약제를 쓰다가 다제내성결핵이 확인되면 2차 약제를 사용했는데, 그 치료마저 실패하면 이후에는 사용 가능한 약이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용할 약이 1~2개 남아 있었을 수 있지만, 이미 4~5가지 약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약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튜러나 델티바 같은 신약들은 기본적으로 내성률이 아주 낮습니다. 약들이 사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우수하고, 경험상 부작용도 과거의 2차 약제들보다 훨씬 낮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단기 치료를 사용할 수 있는 약제들은 개수도 3개 정도로 줄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치료 환경이 훨씬 개선된 것입니다."

 

단기 요법이 진료 현장에서 바로 사용될 수 있나요?

"이번 개정 내용이 현장에 반영되기까지 '급여기준 확대'라는 장벽이 있습니다. 질병청에서 이 부분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 WHO 지침 개정안이 나오기 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에 이를 알린 듯 하지만, 보험당국은 지침 개정안이 확정된 후부터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행정적인 절차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결핵이 전염성 질환인 만큼 국가에서 빨리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이렇게 시행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이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치료지침이 개정되더라도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환자들이 있기에 이런 환자들은 신약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약제감수성결핵인데 많은 약제에 부작용이 발생해 더 이상 치료에 사용할 약제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그런 약제를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제도는 융통성이 부족해 전문가들은 이것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는데도 그것을 적용할 수가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채산성 문제로 치료제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습니다.

결핵은 한 약제의 부재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핵약이 품절되는 현상은 예전부터도 종종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결핵 치료제가 워낙 오래된 것들이 많다 보니 가격이 저렴합니다. 이소니아지드 제제는 한 알의 약값이 10~20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채산성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핵을 치료하는 필수 약제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국내 제약사에게 비용 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 외국 제품을 수입 및 재고 보전해 의료진에게 공급해야 합니다. 질병청에서도 이런 부분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대처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핵의 날'을 맞아 국내 결핵 환자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결핵에 진단되면 환자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아니 아직도 결핵이 있나', '내가 결핵에 왜 걸렸지' 등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억울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좋은 약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치료 기간이 길기는 하지만, 꾸준히 의료진과 상의해서 진행한다면 결핵은 완치될 수 있는 병입니다. 또 대부분은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만 잘 되면 후유증 남기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여생을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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