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무릎 꿇고 호소, 반전 꾀할 수 있을까
셀리버리 창업자 조대웅 대표 단독 인터뷰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신약 연구개발(R&D) 바이오 벤처 셀리버리가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 3월 2022사업연도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는데, 한국거래소로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셀리버리는 코스닥 시장에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주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셀리버리주주연대와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지면서 겹겹이 악재를 맞고 있다.

특히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는 임시 주주총회는 셀리버리 설립 이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시 주총의 향배에 따라 셀리버리는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주력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기사회생에 나설지 아니면 셀리버리주주연대가 새로 이사회를 꾸리며 탈바꿈을 시도할지 결정될 전망이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히트뉴스>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셀리버리 본사를 지난 4일 찾아 이 회사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1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주주간담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조 대표는 "창업자로서 반드시 회사를 살리겠다는 비장함이 5만4000여명의 주주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면서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자신을 다시 한번 신임해달라"고 인터뷰 내내 호소했다.

 

경영권 분쟁 소송 및 불거진 각종 의혹 살펴보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지난해 11월 조대웅 대표 등에 대해 이사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달 뒤인 같은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는 "대표이사 및 전직 부사장 등 채무자에 대한 이사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주주연대 측이 신청한 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이보다 앞서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작년 10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셀리버리 법인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같은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해당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주명부 열람 등사를 허용했다. 이에 셀리버리 측은 같은달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 집행정지신청서, 간접강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이어 작년 말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일시 이사 선임 신청을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 소송에 나섰다. 이와 함께 올해 1월 셀리버리를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허가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3월 13일 오전 9시 30분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조대웅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과 함께 셀리버리주주연대 측 인물을 사내 및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 등이 올라온 상황이다.

제1호 의안은 기존 경영진의 해임 안건이며, 제2호 의안은 셀리버리주주연대 측 인물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제1호 의안은 기존 경영진의 해임 안건이며, 제2호 의안은 셀리버리주주연대 측 인물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경영권 분쟁 소송 등과 별개로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도 셀리버리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셀리버리 조대웅 대표의 딸이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논문 저자에 포함됐다는 보도에 대해 회사 측은 "사규 등에 의거해 재직 중인 연구 인력을 공동 저자로 포함시켰던 만큼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조 대표 딸의 과제 참여 이력에 대해서 소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여비서 추행설과 관련해서는 "나와는 무관하다"며 "CCTV 및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과 수사 결과 통지서를 참고 자료로 해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신청한 상황"이라고 조 대표는 답했다. 이밖에 불공정거래 의혹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면서 "반박 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지키고 각종 의혹 해소해야 투자 유치 이뤄져

거래 재개가 최우선 목표"

조대웅 대표는 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각종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연신 답답함을 표현했다. 셀리버리 창업자로서 그리고 원천 기술 보유자로서 회사를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과 또 자신을 둘러싼 여러 형사적 이슈가 해결되는 것이 외부 투자 유치의 전제 조건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도 공개했다. 그는 셀리버리 주주들에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미워도 자신밖에 없다"면서 "외부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자신이) 경영권을 지키는데 힘을 실어달라"고 피력했다.

조 대표는 이어 "저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과 논란이 해소되는 것을 전제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잠재적 투자자 그룹이 몇 군데 있다"며 "경영권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제게 부당하게 제기된 여러 형사적 이슈가 해소된다면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아 거래 재개에 나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력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기술수출(L/O)도 다시금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주들이) 셀리버리의 연구개발(R&D) 역량과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만큼 자신이 (주주들을 위해) 주권 매매거래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신이 경영권을 잃게 된다면 결국에는 (주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주주 자신들의) 재산권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고,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셀리버리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 시험장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셀리버리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 시험장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파마와 글로벌 기술수출 타진했던 기술력에는 변함 없다"

2014년 3월 설립된 셀리버리는 2018년 11월 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 전에 셀리버리는 미국 세엘진(Celgene)이라는 회사와 파킨슨병 치료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L/O) 계약을 체결했다. 1단계 마일스톤으로 300만달러를 받았다. 2단계와 본 라이선싱 계약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해당 글로벌 L/O 딜을 통해 기술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2019년 세엘진을 인수하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계속되지 못했다고 조 대표는 언급했다. BMS가 항암제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였던 만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와중에 일본 다케다제약에서 이 파이프라인(파킨슨병 치료제)을 라이선스 아웃하고 싶다는 연락을 이메일 통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때가 바로 2021년 11월 28일이었다. 상장한 지 3년이 되던 시점이었다.

조대웅 대표는 "2021년 11월 28일 다케다제약과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며 "세엘진과 개발하려고 했던 게 단백질 치료제였다면, 다케다제약과 개발에 나선 것은 유전자 치료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 이 치료제를 단 한 번만 맞으면 파킨슨병 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운동능력과 인지기능을 상실한 치매 환자가 치명적 뇌질환에 걸리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꿈의 치료제'로 거는 기대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후 셀리버리와 다케다제약 간의 L/O 논의는 지속해서 심화돼 갔다. 2022년 3월 해당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계약 규모가 언급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셀리버리는 L/O 전문 협상단을 구성하고,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고, 미국에 협상팀도 꾸렸다. 같은해 12월 다케다제약과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독점협상권 계약을 체결하며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어 지난해 1월 한 달 사이에만 셀리버리는 다케다제약과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조건이 담긴 텀싯을 3차례나 주고받았다. "계약 금액에 대해서 이견은 있었지만, 텀싯이 오가고 있었던 만큼 전혀 걱정은 없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점점 줄어들고는 있었지만, 다케다제약과의 라이선스 아웃이 성사된다면 거액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하는 모멘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눈앞까지 다가왔던 글로벌 L/O 딜은 예기치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조 대표는 "다케다제약이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로 3월 결산법인이어서 회계연도가 3월 31일 종료되는데, 계약 체결 자체를 해를 넘겨서 4월(새 회계연도)에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그러면서 '4월에 일본을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다케다제약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을 파기할 거라면 왜 일본으로 오라 했겠냐'며 기대감을 안고 일본에 갔는데, 4월 10일 다케다제약의 새해 내부 경영 방침이 바뀌어서 모든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라이선스 인ㆍ아웃 딜을 중단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다케다제약이 새 사업연도를 시작하면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R&D를 중단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실제로 4월 13일 해외 언론 등을 통해 '다케다제약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고, 우리처럼 라이선스 딜이 중단된 것뿐만 아니라 다케다제약이 이미 라이선스 딜을 통해 확보한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반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2021년 11월에 시작해 2023년 4월까지 진행됐었던 다케다제약과의 L/O 딜 논의의 중단은 셀리버리의 R&D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케다제약의 사업개발(BD) 전략의 변경에 따른 것인 만큼 해당 파이프라인의 기술적 가치와 사업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논란과 의혹을 통해 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음으로써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저를 내쫓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글로벌 빅파마인 다케다제약이 L/O 딜 논의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했던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살아 있는 만큼 제가 다시금 원천 기술 보유자로서, 과학자로서 해당 파이프라인의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해당 파이프라인의 L/O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파트너와 접촉 중"이라며 "현재 시점으로 미국 회사 2곳과 유럽 회사 1곳, 총 3곳과 비밀유지계약(CDA) 계약을 맺고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효능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효능 검증을 위한 핵심 논의 대상이 바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는 뇌독성실험"이라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해당 자금을 원숭이 뇌독성실험에 사용하고, 해당 결과를 가지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진지하게 L/O 딜을 다시금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주권 매매거래 재개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할 수만 있다면 전략적 투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자신은 기술 R&D 및 L/O를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여러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기술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투자자가 있다면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완성한 과학자로서 신약 R&D 및 L/O 비즈니스에 전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 기반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인 셀리버리의 코스닥 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조대웅 대표 / 사진=한국거래소
2018년 11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 기반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인 셀리버리의 코스닥 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조대웅 대표 / 사진=한국거래소

 셀리버리 창업자 조대웅 대표 약력 

△1968년 2월 25일 출생

△1986~1990년 한양대 생화학 학사

△1990~1992년 한양대 대학원 생화학 석사

△1991~1997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1997~2002년 미국 밴더빌트대(Vanderbilt University) 대학원 박사

△2005~2011년 프로셀제약 대표

△2006~2010년 전남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조교수

△2011~2014년 미국 밴더빌트대 Sabbatical Faculty

△2014년 3월~ 현재 셀리버리 대표

 셀리버리는 어떤 회사 

셀리버리는 과거 프로셀제약을 창업했던 조대웅 박사가 지난 2014년 3월 재창업한 바이오 벤처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조대웅 대표로, 489만9454주(지분율 13.32%)를 보유 중이다. 이 중 45만여주는 주식담보대출이 실행된 상태다.

셀리버리는 플랫폼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herapeuticmolecule Systemic Delivery Technology·TSDT)'을 적용한 단백질 소재 바이오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다. TSDT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고도비만 치료제 등 4종의 단백질 소재 세포투과성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과 3종의 세포투과성 연구용 시약을 개발하고 있다.

셀리버리는 2018년 11월 9일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가 공모 희망가 밴드 최상단인 2만5000원으로 확정되면서 증시 입성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상장 첫날 종가는 2만8700원이었다. 이후 한 달 사이에 공모가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2021년 1월 28일에는 주가(종가 기준)가 38만39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거래 정지가 된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은 25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2449억원이다. 주가(6680원)는 현재 12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조대웅 대표가 작년 3월 31일 열린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릎을 꿇고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아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며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게 됐다.
조대웅 대표가 작년 3월 31일 열린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릎을 꿇고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아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며 대표이사직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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