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 암병원 교수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 부작용 적은 편"

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 암병원 교수

“75세 환자 분이 결국 1차 치료제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다가 부작용으로 돌아가셨다. 당시 환자는 PDL-1 발현률이 95% 이상으로 면역항암제 약효가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행 급여체계 상 무조건 1차 치료제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한 뒤, 면역항암제를 써야 한다. 결국 그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을 이기지 못 하시고 돌아가셨다”

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 암병원 교수는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였다.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 바이오마커, 부작용 등을 이야기할 때도 혹여 비전문가인 기자가 이해하는 어려움을 겪을까 배려하며 찬찬히 설명을 이어갔다.

최대한 전문용어는 피했고,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를 쓸 때는 최대한 한글로 풀어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다. 기자를 배려하는 모습 속에서 그가 환자에게 어떤 자세로 진료에 임할지 느낄 수 있었다.

차분하던 목소리가 비교적 또렷해 진 건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부터다. 현행 급여체계 상 어쩔 수 없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났을 때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히트뉴스는 이 교수를 만나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 부작용 이슈, 바이오마커, 합리적인 급여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먼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이슈부터 물었다.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해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이 심한 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부작용 스펙트럼 자체가 다르다. 작용 기전 자체가 다른 약제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힘들다. 두 치료제 모두 부작용은 가지고 있다.”

그는 두 약제를 오래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가는 것으로 비유했다. 암 치료라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오래된 버스와 같은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할 수도 있고, 지하철과 같은 면역항암제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가면 차멀미도 하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지하철을 이용하면 차멀미 등을 피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면역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해 비교적 환자가 느끼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심지어 면역항암제를 맞고 있는 환자는 자신이 항암제를 맞고 있는지 못 느낄 정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교수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일명 사이토카인 스톰이라는 것이 있다. 다양한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보고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면역치료가 이야기 될 때 초기 개념이다. 현재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보통 부작용 등급(grade)이 3-4일 때 중증 부작용으로 본다. 면역항암제의 grade 3-4의 비율은 많아야 10% 내외다.”

그러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제는 없지만 의료진의 통제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부작용이 우려가 돼 면역항암제를 임상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는 없다. 주로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회복(항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주로 갑상선염, 간염, 대장염 등이다. 갑상선염과 간염은 증상이 매우 경미한 편이다. 대장염은 복통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의료진이 빨리 인지하고 약을 쓰면 금방 회복된다. 오히려 세포독성치료제는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환자 등에게 부작용이 우려 돼 쓰지 못 하는 사례도 있다. 비교적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내막염, 뇌염, 심근염, 폐렴 등이 꼽힌다. 이는 전체 환자의 약 1% 정도에서 발생한다. 또 이런 부작용 병력이 있는 환자를 미리 인지(detection)해서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면역항암제는 환자가 느끼는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지 못 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은 '재난적'이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환자의 접근성과 함께 한정된 보건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번째 질문은 바이오마커. 면역항암제의 경우 환자별로 약효가 다르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환자의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면역항암제의 약효가 높은 환자를 선별해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인 PDL-1으로 완벽하게 면역항암제의 약효를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로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것은 ▲PDL-1 ▲TMB(Tumor Mutation Burden;종양변이부담) ▲면역반응과 관련된 시그널 유전자 조합 정도로 볼 수 있다. 이중에서 가장 근거가 많이 축적돼 있는 건 아직까지는 PDL-1이고, 최근 TMB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TMB는 암의 면역반응을 이해해야 접근할 수 있는 개념이다. 종양(암)은 하나의 유전자에 변이(mutation)가 일어나 암 단백질(onco-protein)이 만들어 진다. 이 때는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하나의 단일한 모양을 가진 항원(antigen)이 만들어 진다. 때문에 면역원성(immunogenecity)이 높지 않다. 쉽게 말해 유전자 변이가 하나만 일어나면 면역반응에 자극하는 항원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몸에 TMB 수치가 높아지면 면역반응이 많이 일어난다. 이렇게 면역반응을 많이 유발시키는 암종일수록 면역항암제의 반응률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PDL-1 다음으로 TMB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활용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TMB는 종양에서 직접 측정하거나 피를 뽑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TMB를 임상적으로 활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개인마다 종양 세포가 다르고, TMB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또 변이를 측정하는 기법이 조금씩 달라 TMB를 측정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없다.”

다른문제도 거론했다.

“현실적으로 가격 문제가 있다. TMB를 측정하려면 한 번에 400만~500만원 정도가 든다.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역시 환자 본인 부담금만 100만원이 넘는다. TMB 측정은 NGS보다 더 고도화된 기법이 필요하다. NGS는 단순히 여러가지 유전자 변이를 보는 것이다. 반면 TMB 측정은 한 개인의 전체 유전체를 본다.”

바이오마커조차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 한 면역항암제.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왜 어떤 사람은 면역항암제 효과가 좋고, 어떤 사람은 면역항암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종양 미세환경(tumor environment)라는 개념이 있다. 종양은 혈관, 염증세포 물질, 암세포를 지지하는 지지세포 등이다. 다시 말해 종양 주변에 다양한 인자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드는 것이 종양 미세환경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차가운 종양(cold tumor)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뜨거운 종양(hot tumor)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차가운 종양은 염증세포가 없어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해 면역항암제의 반응률 역시 낮다. 반면 뜨거운 종양은 주변에 염증세포가 많아 면역반응이 잘 일어나 면역항암제의 반응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차가운 종양을 뜨거운 종양으로 바꿔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높이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종합하면 면역항암제는 명확하지 않은 바이오마커, 환자마다 다른 반응률, 그러면서도 반응률이 높은 환자에게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생명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재정 부담과 환자의 약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급여 기준은 무엇일까?

“최소한 고령 환자는 급여권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70세 이상인 환자는 세포독성항암치료를 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현행 급여 체계는 2차 면역치료를 하기 위해선 1차 면역치료를 반드시 해야 한다. 세포독성항암 치료를 하고 반응이 없으면 2차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쓰는 것이다. 50~60대만 되더라도 암보험과 실비보험 등이 많다. 그런데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사보험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국가보험 말고는 기댈 게 없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1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1차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 중 바이오마커 등을 통해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급여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KEYNOTE-024 임상을 살펴보면 PDL-1 발현률이 50% 이상인 환자에서 펨브롤리주맙을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OS)가 30개월로 항암요법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 교수 역시 국가 재정과 환자의 약물 접근성을 모두 도출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한정된 국가 재정을 위해 경제성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 역시 충분히 이해된다고 했다. 또 환자의 생명을 단순히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도 딜레마는 있다고 했다. 다만 고령 환자를 위한 제한적인 1차치료 급여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아 완치된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폐암 4기를 진단 받은 젊은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회사까지 다녔다. 최근 결혼 소식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까지 전해왔다고 한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