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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암과 희귀질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우리나라 출생률이 가임 여성 1명당 0.77명으로 떨어졌다. 전국에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아과가 없어 시내까지 이동해야 진료를 볼 수 있거나, 소아과 진료 접수를 위해 '오픈런'을 해야하는 지경까지 왔다.

특히 이런 상황은 희귀질환 및 암질환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그 보호자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소아 고형암 환자들을 위한 정밀의료 사업인 ‘STREAM 프로그램’ 심포지엄에 참석해 보니 '우리나라는 현재 소아 고형암 환자들을 진료 및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 및 전문의가 부족하고, 표적 치료를 위한 정밀의료 플랫폼이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아암 환자 진단만이 문제는 아니다.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접근성의 문제도 남아있다. 특히 국내에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 그리고 글로벌에서 소아를 대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인 의약품 등 문제 상황은 다양했다.

희귀암을 앓는 소아의 보호자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리 아이가 앓고 있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항암제는 국내에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괴로워 하는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 포털 사이트에서는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약을 들여오기 위한 그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구글링(구글을 통해 검색)'을 한 뒤 해외 제약사와 연락하고, 국내 주치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약을 들여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보호자는 다행히 주치의의 도움을 받아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약을 주문할 수 있었지만, 1 바이알당 1700만원에 달하는 약값과 부가세, 관세 등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치료를 위해선 1 바이알만 드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볼 때, 자신의 아이가 아프다고 해도 이 큰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통상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환자 수도 적고, 다행스럽게 임상을 마치고 허가한다 해도 해당 국가의 급여 정책에 따라 출시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허가 당국과 보험 재정을 책임져야 하는 보험 당국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아이들은 치료 후 장차 수십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새싹들이라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의약품 임상시험 수행 능력은 글로벌 상위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적 뒷받침이다. 예를 들면, 미국처럼 임상 대상에 소아 환자 포함 의무를 부여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소아 환자들의 특수 상황을 고려한 의약품 관련 정책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정부는 소아를 대상으로 한 암 및 희귀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 임상의들이 함께 전향적으로 소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과 지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소아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뿐이지, 우리 국민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자산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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