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에는 벌금 1500만원, 1심보다 형량 줄어
재판부 "임상 비용 지급 등 참작"

그래픽=이우진 기자
그래픽=이우진 기자

직원에게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해 임상시험을 진행시키는 한편 비임상시험 자료를 조작해 임상시험계획 허가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1일 오후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전 직원 정모씨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 안국약품의 약사법 위반 관련 항소심에서 어 부회장과 정씨에게 징역 8월, 안국약품에 15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2022년 1심에서는 ①어진 부회장에게 징역 10개월 ②정모씨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1000만원 ③안국약품에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었다.

재판부는 이날 양형사유를 설명하면서 회사 경영진이 말하는 대로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미승인 임상 등은 윤리적ㆍ의학적 비난이 큰 사안이라고 운을 뗐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한 상황에서 회사가 이를 승인하고 사후 허위 서류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승인 임상의 경우 연구원에게 관련 주의사항 및 참가비를 지급했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증언이 나온 점, 연구원들 스스로가 약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전문가들이라는 점, 임상 과정을 주도한 정씨 역시 임상에 참여한 점, 임상 이후 발매된 고혈압약의 중대한 부작용이 없어 위험성이 크지 않는다고 보이는 점 등을 재판부는 하나하나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내용을 종합했을 때 실형은 필요하나 1심만큼의 형벌은 다소 과도하다며 형량 및 벌금 등을 일부 줄인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개요와 경과 

이번 사건은 2016년 어진 부회장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회사 중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고혈압약을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투여하도록 하고, 2017년에도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제를 투여해 임상하도록 한 혐의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항혈전제 개발 과정 중에는 비임상시험 실패 후 시료 일부를 바꾼 시험 데이터를 식약당국에 제출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회의를 한 정황도 재판 결과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시 1심 재판부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의 연구원 임상 등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데이터 조작 과정에서 검찰 측의 자료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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