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YtoY 인터뷰] 한독 김영진 회장

복합신약 아프로바스크 출시 계기 고혈압 보폭 확대
케토톱 600억 돌파 등 일반약으로 연매출 1000억 도전
담도암신약 HD-B001A 글로벌 3상 상반기 완료 전망
불면증치료제 WELT-I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첫발
한독-툴젠-제넥신 공동 테크 플랫폼 프로젝트 곧 출발

히트뉴스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언론 출입기자단과 공동으로 주요 제약기업 CEO 인터뷰를 진행한다. 2023년 구상이 어떻게 실현됐는지 점검하고 새로운 2024년을 계획하는 'Year to Year' 인터뷰 형태로 꾸몄다. 한독 김영진 회장과 인터뷰는 1월 25일 서울 역삼동 한독 본사에서 진행됐다.

 복습  2023 김영진 회장 인터뷰 요약

① 연 매출 500억 규모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치료제 솔리리스, 울토미리스 판권 회수 영향 → 미쎄라, 렌벨라 등 신장질환치료제, 노바티스 호흡기 4품목, 백혈병치료제 빅시오스 등 도입품목 출시로 시장 타격 만회.

② 품목 도입 전략에 대한 리스크 극복 방안 →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한 자체신약 확보 (담도암치료제 HD-B001A, 당뇨병성 황반변성 치료제 RZ402, 고인슐린 치료제 RZ358).

③ 디지털치료제 분야 진출 →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1호 지정 웰트 불면증치료제 WELT-I 국내 판권 확보, 건강보험 급여 진입 문제 관건.

④ 내년 창립 70주년, 한독의 미래 방향성 → 합작회사로 출발해 멀티내셔널 거쳐 독립기업으로 변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세이핑(shaping) 할 것인지 그려 내년에 공개.

 

 리뷰  한독 김영진 회장 2023년 인터뷰 다시 보기

 

한독 김영진 회장.
한독 김영진 회장.

창립 70주년 한독 김영진 회장은 올해 회사를 새롭게 세이핑(shaping) 하는 원년으로 삼을 각오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한 복합신약 아프로바스크 출시를 계기로 고혈압 시장의 보폭을 확대하고 케토톱 등 일반약 매출로 1000억원을 돌파해 연 7%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독-툴젠-제넥신 공동 테크 플랫폼을 통해 암 및 자가면역 질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불면증치료제 WELT-I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도 첫 발을 들여놓을 방침이다.

남들 보다 앞서 집중해 온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도 밝혔다. 특히 "10년 후에도 경영 일선에 자신이 남는다면 한독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며 변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한독의 지속성장 키워드 중 하나로 프리퍼드 마케팅 파트너를 꼽기도 했다. 

 

작년 도입품목 판권회수로 어려움이 예상됐는데 성적표, 어땠나요?

 "2023년 실적은 좋지 못해요. 5179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했어요. 알렉시온이 AZ에 인수되면서 우리가 팔던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 판권이 회수됐는데, 그 영향이 컸어요. 한 500억 정도 팔았었으니까 우리 매출의 10% 규모였어요. 새로운 도입품목 등이 있었지만 작년에 바로 만회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창립 70주년 되는 올해는 새 성장동력들도 확보된 만큼 반전을 이룰 거라 확신합니다. 7%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탄탄하게 준비해 놨어요."

 

2024년 성장 동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노피와 공동 개발한 고혈압 복합신약 아프로바스크를 2월 출시해 당뇨 명가 위상을 고혈압 분야로 확대합니다. 아프로바스크는 이베르사르탄(ARB)과 암로디핀(CCB) 조합으로 개발된 첫 고혈압 복합제라는 의미가 있어요. 당뇨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렇지 1964년 이뇨제 라식스에 이어 트리테이스, 테베텐, 무노발, 트리아핀 등 고혈압 치료제를 그동안 꾸준히 발매해 왔습니다. 당뇨에 집중하면서 고혈압 분야에서 위치가 많이 약해진 감이 있지만 아프로바스크 출시를 계기로 고혈압에서도 우리가 보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솔리리스로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동안 희귀질환 분야에 공을 많이 들이셨죠?

"맞습니다. 희귀질환이 워낙 소리 없는 분야라 그렇지 그동안 바닥을 단단히 다졌다고 생각해요. 세계 최초 경구용 파브리병치료제 갈라폴드, 중증 간정맥폐쇄병치료제 데피텔리오, 급성 골수성 백혈병치료제 빅시오스, 간내 담관암치료제 페마자이레,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치료제 민쥬비 등을 도입 판매하고 있어요. 또 전신 중증근무력증치료제 비브가르트,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치료제 엠파벨리, 면역성 혈소판감소증치료제 도프텔렛의 국내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습니다."

 

보험급여 이슈로 시장이 위축되긴 했지만 관절염 파스 하면 케토톱이었지요. 2014년 태평양제약 M&A로 한독 품목이 된 케토톱, 요즘 어떤가요?

"우리가 인수할 때 케토톱 매출이 200억이었는데 작년에 550억까지 했습니다. 부동의 판매 1위지요. 손가락과 손목 등에 밴드 처럼 감아 사용하는 제품(케토톱 밴드 타입 혼합형), 열감을 더한 제품(케토톱 핫, 케토톱 핫 밴드 타입), 국소 부위 통증을 직접 치료하는 제품(케토톱 핫 미니) 등 브랜드 확장 전략이 큰 힘이 됐는데 올해는 600억을 넘길 계획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케토톱을 포함한 일반의약품 비즈니스가 연 매출 1000억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2024년에는 케토톱 쿨, 클리어티앤 마이크로니들 패치, 정제 사이즈를 줄인 훼스탈, 훼스탈 골드 약국용, 벌레물림패치 등 일반약 신제품이 나옵니다."

 

가정용 의료기기나 컨슈머헬스케어 분야 성적표도 궁금합니다.

"작년 192억을 달성했어요. 혈당 및 콜레스테롤 측정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가정용 의료기기인데 올해는 이 브랜드로 다양한 신규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집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어요. 건강기능식품 등 컨슈머헬스케어(CHC)에서 작년 100억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160억 까지 끌어올려 한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독 김영진 회장.
한독 김영진 회장.

 

한독은 도입품목 전략을 꾸준히 구사해왔습니다. 솔리리스 충격을 작년 인터뷰 때 설명하면서 자체신약, 자체제품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하셨죠. 그 동안 진척 사항을 설명해주세요.

"담도암은 5년 생존율이 20% 미만이에요. HD-B001A를 개발한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한국 내 권리를 사들인 이후 국내 2상을 진행했어요. 현재는 한국 외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콤패스 테라퓨틱스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인데 올해 상반기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관계사인 레졸루트가 진행하는 선천성 고인슐린증치료제 RZ358은 유럽 3상 중인데 2025년 중반 Topline 결과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종양 매개성 고인슐린증으로 인한 난치성 저혈당 환자 대상 투약이 시작돼 추가 적응증 개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RZ402는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를 위한 혈장 칼리크레인 억제제인데 올 5월경이면 임상 2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요. 제넥신과 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은 올해 중국에서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또 작년 4월에 허가 받은 웰트의 불면증치료제 WELT-I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첫 도전을 하게 됩니다. 웰트의 후속 파이프라인인 알코올 중독 디지털 치료제도 허가되면 우리가 팔기로 했어요."

 

에이비엘바이오, 레졸루트, 제넥신, 웰트 등은 모두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물입니다. 자체신약이나 자체제품 범주에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결과도 포함되나요?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연합니다. 2012년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완전 독립경영을 하면서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 늦게 자체 R&D에 신경을 쓴 건 사실이지만, 그 사이 남들보다 더 일찍 오픈 이노베이션에 꽤 많은 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R&D를 했어요. 글로벌 기업들도 자체 연구로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채우진 않아요. 70% 가까이 사 오는 거죠. 우리도 자체 R&D를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 Protein Degradation, TPD)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고 폐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신약을 한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경영자가 제대로 매니징 하지 못하면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인게 신약개발이에요."

 

무슨 뜻인가요?

"4000억~5000억 하는 회사들이 다 달려들어 신약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벤처기업 하고는 또 달라요. 초기에 100억, 200억 들던 게 임상 들어가면 1000억 되고 2000억이 됩니다. 그걸 모든 회사들이 다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라이선스 아웃해야 하는데 그게 막히면 곤란해지는 거에요. 연구 조직은 절대 스톱 못합니다. 경영자가 여기서 매니징 못하면 그게 곧바로 리스크에요.

5년간 5000억 들여 직접 개발할거냐, 5000억 들여 똘똘한 신약 하나를 사 올거냐. 이렇게 놓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 맞다가 아니라 기업 나름의 위치를 각자 만들어가는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신약 안한다고 '쟤는 뭐야' 식으로 볼 건 아니라는 거죠.

우리 얘기로 돌아가면 남들 보다 오픈 이노베이션 일찍 시작한 만큼 확실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유전자 가위 원천 특허기술을 가진 툴젠과 한독-제넥신이 공동으로 암과 자가면역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테크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곧 시작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종(異種)기업들의 제약산업 투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다 있겠지요.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사이즈가 아직은 작아요. 돈 있는 이종 기업들이 제약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들어오는 거니까 시너지가 나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제약이 다른 업종들과 차이점이 많다는 게 문제에요. 일반 업종은 6개월 만에 신제품이 나오는데 여기는 1년, 2년, 3년이 돼도 계속 들어가기만 하니까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어요. 투자 기업의 본업 업황이 나빠지면 더 심각해질 수도 있고요. 이종기업 진출이 결국 펀딩인데 그게 롱텀(long-term)으로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하게 갈 거냐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기업과 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독의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 포인트 하나만 꼽아 주세요.

"자체 개발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이든 그 결과를 통해서 신약 1~2개 가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마켓세어를 확보하려면 한독이 프리퍼드 마케팅 파트너(prefered marketing partner)의 위치를 놓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글로벌 벤처들과 기업들에게 정도경영에 기반을 둔 프리퍼드 마케팅 파트너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창립 70주년 의미도 이야기해주세요.

"한독은 10년 단위로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는 게 많아요. 올해가 의약박물관 60주년, 공장 노조 50주년, 선친인 김신권 회장님 돌아가신지 10주년, 제가 한독에 입사한지 40주년 되는 해입니다. 10년 주기의 세레모니를 제가 직접 주도하는 건 이게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제휴로 시작해 합작경영을 거쳐 현재의 독립경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변곡점을 거쳤습니다. 회사를 완전히 새롭게 세이핑하는 10년 뒤에도 제가 현역으로 뛴다면 그건 희망이 없다는 거겠죠. 마지막 10년인 만큼 앞에서 말씀 드린 것들이 실현되는 기반을 탄탄히 닦는 한 해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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