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전극, 소모성 재료, 본인부담률… 개선되는 정책 살펴보니

내년 3월부터는 소아ㆍ청소년 1형 당뇨병 의료 부담이 완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3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소아ㆍ청소년 1형 당뇨병 정밀 인슐린 자동주입기 지원 확대'가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건정심 결과에 따라 복지부는 △정밀 인슐린 펌프 기능별 기준액 신설 △센서 연동형ㆍ복합폐쇄회로형 전극 기준액 신설 △정밀 인슐린 펌프 소모성 재료 기준액 신설 △19세 미만 소아ㆍ청소년 정밀 인슐린 펌프 사용 관련 본인 부담률 하향 등으로 소아ㆍ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의 금전적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환자단체는 인슐린 펌프 기준가가 지나치게 낮아 부담 완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높은 환자 부담률을 문제시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을 통해 환자들은 "금전적인 부담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 부재 △대상 한정(소아ㆍ청소년) 등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펌프, 전극, 소모성 재료, 본인 부담률… 개선되는 정책은?

먼저 인슐린 펌프의 경우 기기의 기능에 따라 기능별 기준액이 신설됐다. 당초 기본형 인슐린 펌프 기준액인 170만원에서 센서 연동형(일체형ㆍ분리형)의 경우 80만원 증가한 250만원, 복합폐쇄회로형은 450만원이 기준액으로 설정됐다.

인슐린 펌프 기능별 기준액
인슐린 펌프 기능별 기준액

기본형 인슐린 펌프는 조작에 따라 인슐린이 주입되는 부착형 펌프이며, 센서 연동형은 연속혈당측정기(GCM)와 일체 혹은 연동형으로 제작된 인슐린 펌프다. 복합폐쇄회로형은 인슐린 펌프 기능과 GCM 기능이 하나의 기기에 담긴 의료기기다.

인슐린 펌프 기능별 전극 비용 기준액
인슐린 펌프 기능별 전극 비용 기준액

몸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환자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GCM의 경우에는 환자 몸속에 들어가는 전극 사용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기준액도 신설됐다. 기본형은 1일 1만원이며, 센서 연동형과 복합폐쇄회로형은 1일에 1만1000원이다.

인슐린 펌프 기능에 따른 소모성재료 요양비 기준액
인슐린 펌프 기능에 따른 소모성재료 요양비 기준액

상대적으로 다른 소모품과 호환성이 낮은 복합폐쇄회로형의 경우 소모성 재료(주입세트, 주사기) 가격이 다른 제품보다 높은 만큼 1일 기준액이 4500원으로, 기존(2500원)보다 2000원 증가했다.

아울러 19세 미만 소아ㆍ청소년 인슐린 펌프 사용 관련 모든 본인 부담률은 성인과 같은 30%였지만, 10%로 하향 조정됐다.

 

"기준액 아직 낮아", "왜 청소년만"…"교육은 무조건적 진행해야"

환자단체는 이번 제도 개선이 환자 부담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일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인슐린 펌프 기준액 상향, 대상 확대,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슐린 펌프 최소 260만원대… 현실 반영 필요"
먼저 인슐린 펌프 기준액이다. 현재 판매되는 제품 중 최소 가격은 기본형이 26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비싼 제품(복합폐쇄회로형)은 M사 제품이 유일한데, 550만원 이상이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준금액을 낮게 책정한 상태에서 70% 지원은 환자 부담금 차원에서는 20~30% 할인 정도"라며 "요양비 지원은 환자 치료에 필수적으로, 이번 개선은 환영해야 함이 분명하지만 현실을 반영할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극소모성 재료 "비용부담 완화… 환영"
신설 사유로 정밀 인슐린 펌프와 연동 가능한 전극의 실소요 비용 반영을 명시한 전극의 경우 시중 제품 중 1만원 이하 제품들도 있는 만큼 취지가 잘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다만 소모성 재료의 경우, 기준액이 증가한 영역이 복합폐쇄회로형이라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CGM, 인슐린 펌프 사용 환자들이라 하더라도 혈당 시험지, 채혈침, 펜니들 등이 필요한데, 이를 모두 합한 금액은 현 기준(1일 2500원)을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CGM이나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라도 매일 정확한 혈당 측정을 위해 채혈침, 시험지 등을 이용하며 펌프나 CGM이 몸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인슐린 제품등을 구입하게 된다"며 "이를 배제한다 하더라도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의 소모성 재료에 대한 일일 부담은 2500원을 초과하는 만큼 조정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수가 기기사용법에 그쳐… 인슐린 전반적 교육 필요
2022년 인슐린 펌프 사용을 위한 초진 환자에게 지급되는 교육수가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수가의 증액ㆍ지원률보다는 교육 프로그램 질을 향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슐린 펌프와 CGM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슐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사용성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A를 예로 설명해보자. A 환자는 처음 CGM과 인슐린 펌프 교육을 받은 뒤 해당 기기를 착용했다. 그런데 특정 음식을 먹고 혈당 피크가 확인됐으며, A 환자는 즉각 인슐린을 주입했다. 그렇지만 혈당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인슐린 작용으로 혈당 강하를 확인하려면 수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알지 못했던 A 환자는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주입한다. 결국 환자는 저혈당이 생겼고, 급하게 주스 등을 챙겨먹으며 혈당을 끌어올렸다. 이때 올라간 혈당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다시 인슐린을 주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슐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치료제의 작용기전, 식습관 및 생활습관 등 전반적이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자칫 당뇨병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며 "환자가 지식을 기반으로 당뇨병 관리를 할 수 있는 폭넓은 교육 환경이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ㆍ청소년 환자, 전체 환자의 10% 규모… 대상 확대해야
건정심 참고자료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 환자는 2023년 6월 기준 3만6248명이다. 이 중 19세 미만 환자는 3013명으로 전체 10% 미만인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지속적인 관리 및 사회 복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지원 대상을 전 연령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23년 6월 30일 기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규모
 2023년 6월 30일 기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규모

김 대표는 "소아ㆍ청소년의 경우에는 스스로 관리 필요성을 느껴 관리하는 경우가 적으며, 기계 의존이 필수적인 만큼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1형 당뇨병은 성인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인의 경우 최신 기기보다는 기존 제품을 사용하거나 청구 절차가 복잡해 요양비 청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낮다"면서 "이를 해소하고 합병증을 예방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남은 90% 환자에게도 지원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에 따라 김 대표는 해당 제도 시행 예정인 내년 3월 전까지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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