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필요 중증 당뇨병 환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 정책토론회

김재현 교수 "인슐린 펌프는 4등급 기기… 전문 교육·관리없인 실효성 없어"
"요양비→요양급여, 치료·관리수가 설정 시급"

이종성 의원은 11일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의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황재선 기자
이종성 의원은 11일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의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황재선 기자

최근 1형 당뇨병 소아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 및 센서 등 의료기기에 대한 본인부담률이 하향된 가운데, 치료ㆍ관리 수가 부재를 비롯해 요양비로 산정돼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환자의 관리체계 개선과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교수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교수

발표 연자로 나선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 당뇨병 TFT팀장)는 "1형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진행된 2형 당뇨병 환자, 췌장 절제 환자 등 체내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췌도부전 당뇨병' 환자에 있어 인슐린 주사를 통한 관리는 필수적이다. 약간의 계산만 틀려도 저ㆍ고혈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보니 합병증 발생 위험,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몹시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디지털 펜, 센서 연동 인슐린 펌프 등 다양한 최신 기기가 출시됐음에도 여전히 국내 1형 당뇨병 환자에서 이런 최신 기기의 처방 비율은 매우 낮다"며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병 인구(5만7000명)의 10.7%, 이 기기와 연동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인구는 1형 당뇨병 인구의 0.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런 최신 기기들의 급여에도 기기 사용률이 부진한 이유로 △치료ㆍ관리 수가의 부재 △요양비 제도 △높은 가격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재 연속혈당기나 4등급 의료기기인 인슐린 펌프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기기 사용법만 한 번 교육해주면 환자가 혼자 기기를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60세 이상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매우 서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병원에서 환자를 교육해야 하는데, 치료ㆍ관리 수가의 부재로 수행하려 하는 인력, 또 할 수 있는 인력도 없다"며 "환자 교육을 위해선 먼저 교육자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후배 의사들에게 하라고 권유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의사가 환자의 인슐린 펌프 조건을 설정하기 위해선 다양한 데이터 및 분석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탄수화물 계수 △교정 계수 △인슐린 작용시간 △인슐린 PEAK TIME △추세 적용시간 △교정 목표 △혈당 교정범위 △하한 설정 등을 설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의료진의 치료ㆍ관리 없이 기기만 줘서는 혈당 조절 효과는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다기관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를 수행한 결과(1형 당뇨병 환자 및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 시행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기기와 관련된 심화 교육 없이 연속혈당측정기만 착용한 경우, 자가혈당측정군에 비해 혈당 개선 효과(혈당 감소 0.6%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균 3.1시간의 심화교육을 동반한 경우에는 1%의 추가 혈당감소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경제성 평가도 실시했다. 그 결과 단순히 기기만 보급한 경우 실제로 치료 효과가 없어 세금 낭비로 인한 적자가 예상되지만, 연속혈당측정기와 치료ㆍ관리 수가를 적용했을 때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비용 절감으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외에도 인슐린 펌프가 요양비로 분류돼 있는 현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요양비 제도를 통해 요양비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전문의를 만나 처방을 받은 후, 처방전을 토대로 필요한 의료기기와 치료재료를 직접 구입한 뒤, 거래명세서나 영수증 등의 증빙자료를 첨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청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는 마치 내시경을 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환자보고 병원 밖에서 의료기기 회사와 따로 약속을 잡고, 내시경 재료를 사서 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설정값이 잘못 세팅된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4등급 의료기기를 요양비에 넣어서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번거로운 과정으로 인해 환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고, 병원으로의 기기 보급을 방해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같이 렌탈제도를 이용해 높은 가격의 인공췌장 인슐린 펌프의 보급률을 높임으로써 5년에 한 번 받을 수 있어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기기를 제때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최근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소아ㆍ청소년 1형 당뇨병 정밀 인슐린 자동주입기 지원 확대'안에 대해서는 해당 질환 환자의 97%에 해당하는 성인으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비용 대비 연속혈당측정기 이용자의 사망 및 질병 발생 위험도를 4년간 조사해보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0.4배 △말기 신질환 발생 0.43배 △심혈관 질환 입원 0.28배 △당뇨병성 케톤산증 발생 0.4배 등으로 나타났다"며 "나이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인슐린 분비능(C-peptide) 등 질환의 중증도로 구분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에서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당뇨는 복지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현재 기기 관리 차원의 문제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에 있어 계속 대책을 마련해 나가려 한다"며 "접근성, 의료의 질, 비용 등 3가지 요소를 고려해 건강보험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은선 건강보험공단 급여지급부장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된 실태조사를 실시해 본 결과, 오늘 논의된 대로 최신 기기들의 사용량이 낮았다"며 "제시된 애로사항들에 대해 복지부와 함께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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