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2024년, 국산 신약 잘됐으면 좋겠어

HK이노엔 '케이캡'+보령 '카나브 패밀리'
대웅제약 '엔(블로)·나(보타)·펙(수클루)'
한미약품 '롤론티스'... 유한양행 '렉라자'

혹한기에 맺은 도원의 결의
HK이노엔 '케이캡'+보령 '카나브 패밀리'

<히트뉴스>가 뽑은 올해 눈여겨보는 의약품은 바로 양측 코프로모션 맞트레이드라는 희대의 전략을 구축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 테고프라잔)'과 국산 신약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 피마사르탄)' 등 이른바 '더블케이'다. 

2023년 말 두 회사는 서로 가장 아끼는 자식인 이 둘을 각각 내줬다. 케이캡과 구강붕해정은 보령이, 카나브 패밀리 중 대원제약과 영업을 지속하는 '아카브' 등 2종을 제외한 주력 제품 4종은 HK이노엔이 함께 판매를 맡는다.

시장을 이들이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은 단순히 거대 품목의 영업 연합전선이라는 구축 때문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업계 내에서도 자사의 품목을 내줄 수 있는 데에는 '우리 것'이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제약업계 특유의 폐쇄적 움직임이 깨지는 신호탄이었다는데 있다. 그동안 신약의 경우 개발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코프로모션을 주는 상하관계적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서로가 제품을 내주면서 조금은 대등한 관계로 가는 계약의 형태였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사안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카나브가 필요한 위장관계 개선제와 HK이노엔이 가져야 하는 고혈압 라인업의 확충이 이어지면서 케이캡은 2000억원,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은 18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도 해외도 한 번에 잡는다
대웅제약 '엔(블로)·나(보타)·펙(수클루)' 트로이카

대웅제약의 '엔나펙' 트로이카는 지난해보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품목이자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어야 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먼저 엔블로의 경우 국내 제약사가 처음 개발한 포도당-나트륨 공동수송체-2(SGLT-2)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다. 당뇨병 치료제가 갖추면 무기가 될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를 비롯해 동일 계열 치료제 대비 적은 용량으로 혈당 및 당화혈색소 강하 등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특히 내년까지 15개국, 2030년까지 50개국 진출을 통해 시장 확장의 중추에 서겠다는 각오다. 다만 동일 계열 치료제 시장이 과포화인 만큼 자사의 핵심 역량을 잘 살리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나보타는 여러 싸움에도 세계 시장에서 더욱 큰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이다. 특히 이미 연말이 끝나기 전 내부에서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에볼루스와 이온바이오파마에 '제공되는 금액'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시장 및 매출 확장 가능성은 더욱 열려 있는 상태다.

펙수클루는 올해 반드시 넘어서고 눌러야 하는 상대가 있는, 앞선 2개 약보다는 조금 더 해야 할 일이 많은 의약품이다. 올해 500억원 상당을 돌파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연합 전선을 구축한 케이캡 그리고 빠르면 올해 하반기 나올 제일약품의 동일 계열 제제 '자스타프라잔', 조금 지나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일본 다케다의 '보신티'와 그 제네릭까지 상대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빠르게 PPI 시장과 앞선 P-CAB 제제 그리고 뒤따를 이들을 막아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이어지는 성장세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의환향'한 우리집 귀한 자식
한미약품 '롤론티스' 가성비 잡고 시장 퍼질까

미국에서 파트너사와 함께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돌아온 한미약품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올해부터 더욱 더 쓰임새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의약품이다. 아직 국내 상반기 매출이 50억원에 조금 못미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500억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타고 있다.

2021년 '롤베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롤론티스는 기술 수출 10년 만에 시장을 밟으며,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중 처음으로 FDA 시판허가를 받은 약이기도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롤론티스가 그동안 제약기업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미약품에 '제약바이오기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에 매우 적절한 의약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시장에서 경쟁자는 많다. '뉴라스타', '뉴라펙', '롱퀵스', '듀라스틴' 등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은 한미약품에 충분히 열려있다. 항암 치료로 인해 호중구 감소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까지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대체 약제와 유사한 수준이면서도 건정심에서 정부까지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은 호중구 감소 문제로 힘들어하는, 고가의 의약품을 투약하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2022년 매출로 하나둘씩 시장의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치고 달리는 롤론티스는 그래서 2024년이 더욱 주목된다.

 

효과도 전략도 모두 적절했다
유한양행 '렉라자' 이젠 1차로 간다

수많은 파이프라인 속에서도 유한양행에게 라이선스 아웃은 물론, 국내 업계 전체에서까지 상징적인 의미를 안겨준 항암제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는 2024년 본격적인 공격세에 접어드는 품목이다.

렉라자의 움직임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 비소세포폐암 관련 유전자변이(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있는 경우 국소 진행성ㆍ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급여 진입'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급여권 진입은 항암제에는 가장 핵심적인 선결요건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그토록 같은 기준의 급여 인정을 요구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최단거리로 달려 시점을 맞췄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에 무상 공급 프로그램을 적용하며 환자당 최대 1억20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한 급여 전 전략도 렉라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약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충분한 임상적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 환자 역시 부담감을 덜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 국민들에게는 제약사가 책임을 다한다는 점 등이 맞물리며 좋은 의미로 눈도장을 찍은 품목이기도 하다.

물론 국내 1차 표적항암제라는 타이틀에도 타그리소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항암제 시장은 국내에서도 중추신경계(CNS) 분야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1차 치료라는 좋은 조건을 기반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서 렉라자의 2024년은 250억원 남짓의 기존 매출보다도 더욱 큰 의미를 남길 수 있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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