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혈액종양내과 교수
"LASER301 뇌전이 하위분석 결과, 대조군과 miPFS, iORR 차이 눈에 띄어"
"국립암센터, 환자 지원 프로그램 통해 환자 경제 부담 덜기 위해 노력"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 /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 / 사진=유한양행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뇌전이 환자에게도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가 치료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소개됐다. 지난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뇌전이 환자 하위분석 데이터가 공개됐다.

렉라자는 현재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및 EGFR T790M 변이 양성 환자의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항암제다.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타 아형 환자에 비해 뇌전이가 약 1.8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뇌전이 발생률은 폐암 진단 이후부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ESMO에서 발표된 데이터는 'LASER301' 임상 3상 연구 대상 393명 중 86명의 뇌전이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렉라자 투여군 45명(25%)과 '제피티닙(오리지널 제품명 이레사)' 투여군 41명(21%)으로 나눠 진행한 하위 분석 결과다.

ESMO 2023에서 발표된 LASER 301 연구 중 뇌전이군 하위 분석 결과 / 사진=황재선 기자 

당시 발표 연자를 맡은 로스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에 따르면, 렉라자 투여군의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iPFS) 중앙값은 28.2개월(95% CI : 14.8-28.2), 제피티닙군은 8.4개월(95% CI : 6.7-NR)이었다. 렉라자의 경우 질병 발생 또는 사망 위험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HR=0.42, 95% CI : 0.20-0.89, P=0.020).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iORR)은 렉라자군이 94.4%, 제피티닙군이 73.3%로 나타났다. 두개강 내 반응기간(iDoR) 중앙값은 렉라자군에서 도달하지 못했고(95% CI : 8.3-NR), 제피티닙군은 6.3개월(95% CI : 2.8-NR)이었다.

아울러 두개강 내 질병 진행 억제 효능 평가에서 6개월 및 12개월 시점의 중추신경계 질병 진행 비율은 렉라자군에서는 각각 5%, 17%, 제피티닙군에서는 각각 18%, 26%로 나타났다.

<히트뉴스>는 지난달 23일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뇌전이 환자의 치료에 있어 이번 하위분석 결과가 가지는 임상적 의미와 현재 센터가 제공하고 있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Patient Support ProgramㆍPSP)'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혈액종양내과 교수 소개 

주요 진료(연구 분야)
폐암, 식도암, 흉선암, 중피종의 항암치료, 신약임상, 혈액을 통한 폐암진단, NGS

학력
연세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박사

경력
(現)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의사,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분과 임상조교수
(前) 연세암병원 진료 교수(2020~2021년), 연세대 의과대학 강사(2019~2020년)
 

 

국림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 / 사진=황재선 기자
국림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 / 사진=황재선 기자

안병철 교수는 지난 10월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해 ESMO에 참석했다. 이번 ESMO에서는 'LASER301' 연구 뇌전이 환자군의 하위분석 결과가 공개됐는데, 많은 글로벌 연구진의 관심을 받았다.

안 교수는 이런 관심의 이유에 대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질환 환자의 약 50%가 질병 진행 중 뇌전이를 경험한다고 보고되는 만큼, EGFR 변이 대상 치료제의 뇌전이 효과는 환자 치료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뇌는 뇌혈관장벽(BBB)으로 둘러 쌓여 기존 1, 2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도 이를 잘 투과하지 못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다만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이번 하위분석 결과 중 렉라자 투여군(28.2개월)의 miPFS 중앙값이 대조군인 제피티닙 투여군(8.4개월) 대비 3배 이상의 효과를 보인 점을 눈여겨 봤다. 또 측정 가능한 두개강 내 병변이 있는 환자의 iORR이 렉라자 투여군(94.4%)에서 대조군(73.3%) 대비 더 높은 점도 의미 있는 수치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결과들은 이제 더 이상 뇌가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제 치료제가 뇌에 작용할 수 있게 되면서 뇌전이 효과를 걱정하는 게 큰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과거 뇌전이가 나타나면 암담하고 절망적이었는데, 이제는 환자들에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렉라자를 최근 1차 치료를 포함해 과거 적응증을 확대하기 전 2차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효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렉라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동일 계열의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가 쓰여왔다"면서 "이후 렉라자가 도입되고 꾸준히 사용해 본 결과, 기존 약제와 견줄 만큼의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실제 처방하면서도 뇌전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렉라자는 뇌연수막전이(LMS)나 다발성 전이 등 모든 뇌전이 형태에 효과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상시험은 국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은 고령이거나 LMS를 동반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를 모두 포함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의 효과가 진료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면, 이는 향후 약제 처방에 더욱 확실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약제인 타그리소와 직접 비교(Head to Head)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약제가 뇌전이에 더 효과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같은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이긴 하지만, 구조와 작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BBB 투과도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이는 앞으로 관련 후속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향후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 기대되는 렉라자의 역할에 대해 '다른 약제와의 병용요법에 활용되는 중심 치료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향후 렉라자는 다양한 병용요법 조합을 통해 치료 선택지를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MARIPOSA 임상을 기반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고, 흡연 과거력이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써 '렉라자-베바시주맙(오리지널 제품명 아바스틴)'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도 연구책임자(PI)로서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타그리소처럼 렉라자도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등과 다양한 병용 조합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안병철 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암센터는 EGFR 변이 환자의 치료를 넘어 고가의 항암제 사용으로 인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PSP)'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일부 약제비를 지원함에 따라 기존 1, 2세대 대비 항종양 및 뇌전에도 효과적인 3세대 치료제 사용을 독려할 수 있고, 동시에 실사용 데이터(RWD)를 확보해 임상 환경을 더욱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안 교수는 "현재 국립암센터는 렉라자의 일부 약제비를 지원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2달째 시행하고 있다"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신규 환자는 매달 5~10명 정도 진단되는데, 현재까지 환자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환자는 8명일 정도로 높은 비율로 제공되고 있다. 환자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처음 사용하는 약제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여기에 약가까지 비싸다면 더욱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 약제를 보다 활발히 써볼 수 있고, 효과와 부작용 등의 처방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림암센터는 내년부터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의료진과 폐암 환우들과의 모임을 재개할 계획이다. 안 교수는 "환우들이 의료진과의 모임을 통해 최신 치료 지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폐암 극복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복제약 위주의 의약품 개발을 진행해 왔던 한국이 이제는 직접 개발한 신약의 세계화 진출을 앞두고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며 "그렇기에 한국에서 치료받는 게 결국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오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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