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

희귀질환자 살릴 '약제 사전심의 제도'가 때론 '희망고문'
"aHUS 등 승인율 낮아… 환자는 하루하루가 불안과 고통"

"2019년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ㆍaHUS)'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4층에서 1층까지 가는 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고, 사람들이 많은 길 한복판에서 누워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소변이 생크림처럼 나오기도 하고, 통증이 심해서 신발을 신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양치하는 것조차 힘들어 헹구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약제 사전심의 제도'가 고비용 관리와 희귀질환 환자 안전을 고려하기 위한 것인데도, 까다로운 심의 기준과 불승인 사유의 소통 단절 등으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한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1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신현영 의원실 주최 및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주관으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황재선 기자
신현영 의원실 주최 및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주관으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황재선 기자

토론회는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원용균 순천향대 천안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수아 대전을지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진아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윤휘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과심사수석위원 및 희귀 혈액질환 환자가 참석했다. 

 약제 사전심의 제도란 

고가 약제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약제 사용에 대한 사전 심의를 통해 약제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약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2012년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를 시작으로 제도가 도입됐으며, 이후 △스핀라자(2019년) △울토미리스(2021년) △스프렌식(2022년) △졸겐스마(2022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약제 사전심의 제도의 특징은 제약사 입장에서 경제성 평가 등의 면제로 신속한 급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사전심의 과정에서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질환의 특성을 반영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급여 기준 개선이 어려워 일부 질환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낮은 승인율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 제도와 관련 유지 심사에 탈락해 심적 고통을 겪었다는 한 환자는 이날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병이었고, '솔리리스'라는 주사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1분도 못 가서 절망하게 됐다"며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금액이 고작 1년 치료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서 짐 정리를 했다. 죽을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제 사전심의 제도를 통과해서 혜택을 받게 됐지만, 그 결과를 받기 전까지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운 나날이었다"며 "다행히 이후 심의에 통과해 산정특례 적용을 받았지만, 이 마저도 환자가 선납을 한 뒤 그 이듬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 받는 시스템이라 월급보다 큰 카드값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환자는 산정특례 유지심사를 탈락하면서, 2021년부터는 혜택이 종료됐다. 주치의들이 이의 신청을 해주고, 약제비 부담을 안고 선 치료를 해줬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는 것이 이 환자의 의견이다.

그는 "이후 운 좋게 산정특례 심의에 선정돼 정기적으로 현재 투약을 받으면서 일상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심의가 통과가 안되면 치료약이 있고 살 수 있는 길이 있어도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저처럼 산정특례에 탈락될까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치료가 가능한 약제 앞에서 사전심의 제도에 목숨을 걸고 분초를 다투고 있다는 건 너무 참담한 현실이라고 생각된다"고 호소했다.

김진우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김진우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이후 사전심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는 김진아 희귀ㆍ난치성질환엽합회 사무국장의 주장도 이어졌다.

김 사무국장은 "사전심의 제도 급여 기준상 투여 대상에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 또는 유지, 투여시 개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실상 치료가 매우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판단으로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는 재심의 및 이의 신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심의 제도 대상 의료행위 시행 및 약재를 투약하는 요양기관은 별도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심사 이외에 의료진 및 의료기관의 수행 능력도 일정 수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인의 이해 부족으로 승인율이 이렇게 낮다는 설명은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즉, 희귀질환은 해당 질환에 전문 의료진을 찾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심의 과정에서 해당 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에 대한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의료진이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심의위원회 회의 후 10일 이내에 의료진에게 통보되도록 정해진 규정을 조정해 회의 결과 및 논의된 상태 내용을 신청 의료진 및 환자에게 회의 종료 후 신속히 공유될 수 있도록 공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를 재신청이나 이의 신청이 필요한 경우 참조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질병청·복지부,

"환자들 어려움 이해… 제도 개선 및 기준 확대 지속 추진 중"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

환자단체 및 환자의 의견을 청취한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관리과장은 "현재 환자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3가지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산정특례의 재등록 문제, 사전심의 제도의 기준 문제, 본인 부담금에 대한 선납 부담 등으로 이해된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질병청은 본인 부담금 선납 부담에 관한 부분은 소득 수준에 따라,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주고자 이를 선납해주는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그 지원 대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는 만 18세 미만 소아ㆍ청소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의료비 지원사업에 들어오는 소득재산 기준을 완화해서 기존 초기 소득을 기존 120%였던 것을 130%로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희귀질환 어린이와 가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aHUS 질환이 제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2차성은 배제하고 1차성 질환만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질환의 활성도를 반영하게 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좌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저희도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듣고 더 나은 정책 방향에 대한 방안들을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현재 복지부와 심평원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사전심의되고 있는 약제부터 사후 승인제도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 중에 있다"면서 "일부 승인율이 낮은 의료기관, 진료의 등의 지적사항을 조사해서 피드백을 드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사항도 고려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이어 "현재 분과위원회 형태로 운영되던 것들이 전체적으로 운영위원회가 신설되고, 또 접수하고 통보하는 일자들도 조금 바뀌려고 하고 있다"며 "격월, 매월, 월 2회 운영 등 다양한데 이 부분을 정형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내년 쯤에도 어느 정도 개선된 사항을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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