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제품군 다양화 등 '확장 경영' 지속할 듯
어려운 내실 경영+신약 개발 강화 과제 여전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10년, 회장 자리에 오르는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창업주인 선친 최수부 회장이 별세한 지 10년 만에 광동제약 최정점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올해는 광동제약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한해이기도 해 상징성도 남다르다.

최 회장은 그간 외부 노출이 적었고, 10년 공석으로 있었던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 자체가 업계에서 화제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보여줬던 다양한 일들과 앞으로 광동제약의 과제를 톺아봤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현장'에서 배웠다
투자도 제품군도 '확장 또 확장'

최성원 회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고기주쿠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업계의 통상 후계자 양성 코스와 달리 1992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0년 영업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창업주 일가로는 느린 승진 과정을 밟아왔다. 특히 상당수 창업주 2세 혹은 3세가 신사업 혹은 전략기획실에서 임원 업무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영업본부장을 맡았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현재는 본부 구조가 재편됐지만, 최 회장이 있을 때 영업본부는 일반의약품ㆍ약국영업ㆍ생수ㆍ그 외 제품 유통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의약품 영업 외에도 소모성 자재 등 유통 품목이 많은 회사의 특징상 회사가 돌아가는 원리를 현장에서 '체득하며 배운' 셈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최 회장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방식을 추구했을 때 업무를 좀 더 빨리 진행시킬 수 있을지를 알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4년 뒤 부사장 자리에 오른 최 회장은 9년 뒤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5년부터는 대표이사와 함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부터는 사업다각화와 함께 조직 개편 작업을 맡아왔다. 앞서 나온 영업본부를 각각 약국사업본부와 유통생수사업본부로 나눈 개편은 그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2년 뒤인 2015년의 일이다.

여기에 2021년 기존 전략기획실과 의약연구개발본부 등 핵심 부서를 하나로 편제하는 한편, 선대 때부터 힘써온 천연물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의 개발을 위한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를 구축하는 등 체계를 다듬어왔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 이후 보여준 또 하나의 행보는 사업 확장이다. 그 중 하나는 투자사업이었다. 특히 2019년 운용 자금 200억원 규모의 KD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며 모과균 전 사장을 대표에 선임했다. KD인베스트먼트의 특징은 신사업 투자였다. 대표적으로 뇌질환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로완'과 마이크로니들 개발사인 '쿼드메디슨'에 각각 60억원과 2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까지 KD바이오투자조합 5곳(1ㆍ2ㆍ3ㆍ5ㆍ6호), KD재산투자조합 2곳(2ㆍ5호), KD유온신성장투자조합(1호) 등을 통해 총 384억원을 투자했다.

또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 데일리파트너스를 통해 16억원, 스틱벤처스를 통해 8억원, 스파크랩-신한캐피탈을 통해 8억원 등을 투자하고 있다. 이밖에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스타트업인 '옥스퍼드캔서바이오마커스'에 30억원을 직접 투자한 것을 포함해 바이넥스, 금호에이치티, 바이오비스, DSPE알파, 헬스포트, 씨티바이오, 비엠스테이지 등 의약품과 의료기기, 진단기기, 펫케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진행했다.

여기에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최 회장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실제 광동제약이 2016년 오릭시젠 등이 개발한 비만 치료제 '콘트라브'를 국내 출시할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일반의약품 분야에서는 회사의 1호 품목임에도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던 '광동경옥고'의 리뉴얼 출시 등을 지휘하기도 했다.

여기에 '견옥고' 등 펫케어 제품과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는 새로운 제품 '온더' 시리즈를 선보이는 한편, 올해 12월에는 건강기능식품 분야 강화를 위해 비엘팜텍의 자회사인 비엘헬스케어의 지분 58.74%를 3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해당 사업 전체를 키우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과 2024년 완공 예정인 과천 신사옥 조감도 / 그래픽=이우진 기자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과 2024년 완공 예정인 과천 신사옥 조감도 / 그래픽=이우진 기자

 

'내실 경영+신약 파이프라인 확충'은 모든 기업처럼 늘 과제

다만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10년간 경영 환경에서는 잡음도 있었다. 2015년 16개 품목의 의약품 리베이트 혐의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2018년 9월에는 특정 업체에 광고를 몰아주는 대신 1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전 임원이 서울 모처에서 투신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안이다.

2019년 9월에는 국내 수 개 제약사 및 유통업체 등과 함께 백신 담합 의혹 수사를 받기도 했다. 각 업체가 특정 분야에서 낙찰받기 위해 타 업체가 그보다 높은 금액을 써서 각 회사를 서로 도왔다는 혐의다. 해당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2심이 진행 중이다. 경영권 강화를 위해 계열사인 광동생활건강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내에서는 빠른 편인 2022년 1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ESO) 직책을 만들고, ESG 경영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같은 기간 ESG 관련 부서를 본격화한 제약사는 규모를 떠나 유한양행 등을 비롯해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 공통 이슈인 연구개발(R&D) 강화와 영업이익률 확보 역시 과제로 남는다. 물론 경상연구개발비는 지난 3분기 보고서 기준 누적 123억원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유한양행이 1353억원, 녹십자가 1488억원, 종근당이 1026억원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최근 개발 분야 인재의 유출 문제도 과제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00억원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년간 3%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 사안의 경우 신사업 투자라는 모험보다 회사 내실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의 논리가 된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반면 전문의약품 부문은 지난 1분기부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 큰 위안거리다.

업계에서는 광동제약과 최성원 회장이 상대적으로 노출이 드문 편에 속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TV와 온라인 등 대국민 광고의 비중은 높지만, 회사 자체가 노출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오히려 특이한 일로 회자됐을 정도다.

다만 최 회장 취임 이후에도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조금씩 나온다. 10년간 회사의 수장을 맡아온 때도 조용한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10년 만에 회장에 오른 최성원 회장의 광동제약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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