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약누리' 탐방기

국민 관심 위한 견학 코스까지
나고야의정서 대응 국내 기업 지원 역할도

제주생약센터 내 '생약누리' 전경 / 사진=이우진 기자

2021년 12월 준공을 마치고 2022년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이하 제주생약센터)'가 개소 1년을 맞이했다. 당시 조금 휑했던 센터의 안쪽은 각종 시설과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과 더불어 기획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함께 갖추며 문화시설 역할까지 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기자단과 함께 한 탐방을 통해 제주생약센터 현재 모습과 이들이 노리는 앞으로 모습을 담아봤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6년, 해외 로열티 유출 과제

국내서 안나오던 약방의 '그 감초' 해법은? 

제주생약센터는 2017년 발효 이후 줄곧 우리 제약업계의 고민으로 남은 '나고야의정서'에 딸린 해외 로열티 유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들을 위한 대안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나고야의정서는 1992년 맺어진 생물다양성협약의 부속 협약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됐다. 국내에서는 2017년 8월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고야의정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전자원이나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할 경우 자원을 제공한 국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통한 이익도 자원을 제공한 국가와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도에만 있는 특정한 식물을 이용해 약을 만들거나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낸 경우, 기술을 이전한 국내 기업이 있다면 자원제공국인 인도 측에 1~3%(국가별 상이)의 로열티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4일 기자 간담에 참석한 손수정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연구부장은 이같은 배경에서 제주생약센터가 국민에게 생약제제 자국화의 필요성을 알림과 동시에 생약제제 유효성분 및 대체 약재 개발과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협상 지원 및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생약센터는 △제약업계가 외국에 로열티 지불 없이 신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생약자원을 확보 △과학적 품질 관리에 필요한 생약 표준품을 제조, 분양 △기존·규격 개발 연구 등으로 품질이 확보된 자원을 약전에 등재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내 의약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감초'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각종 한의서에서 쓰이며 현재까지 다양한 천연물의약품 및 한방제제 등에 쓰이고 있는 감초는 사실 습한 곳에서 자랄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감초 수입 비중은 90%에 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식약당국은 국내에서 재배가 가능한 '원감'이라는 품종을 개발했고, 이를 약전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원감을 사용할 경우 제품 개발은 물론, 업체들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생약제제 표준품 확보도 이어가고 있다. 제주생약센터가 보유한 표준품은 표준 생리학 268개, 지표 성분 116개를 포함해 384개에 달한다. 해당 표준품은 제조 확보가 필요한 국내 제약사, 화장품회사, 건강기능식품 제조사 등에 분양되고 있다.

손수정 의료제품연구부장은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된 제주생약센터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원료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아열대 생약자원을 제주도에서 직접 확보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며 "외국산 생약제제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생하고 있는 생약제제에 대해서도 생산 확대와 원료로서 어떻게 활용이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생약센터는 이와 함께 팀장 1명, 연구관 2명, 주무관 7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TF'를 구성하며, 국가생약자원 총괄관리 및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식약당국은 TF를 정식 조직으로 구성해 체계화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국립산립과학원 산하 아열대산림연구소와 '아열대식물 재배기술 교류 및 연구, 정보 교류 등의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올해 초에는 국립제주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가 연구개발 사업 상호 협력 및 공동 연구 추진 △국내·외 생약자원 연구·활용 관련 정보 교류 △교육 프로그램 연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하는 각 단과대학 역시 약학대학, 생명자원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의과대학 등 다양하다.

여기에 내년 생약 관련 대학, 기관들과의 협력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는 것이 손 부장의 설명이다. 손 부장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지원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관련 기관들과 나고야의정서 등 국제 환경 변화를 대비한 공동 연구, 자원 재배, 관리 기술 교류 및 최신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업무 협력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외 관련 기관과도 자원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원, 베트남 국립생약자원연구소 등과 생약 자원 활용, 정보 교류 등 업무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산 중턱 아래 전시관부터 테라스까지 볼거리 '가득'

지역 아동부터 전공자까지 찾아오는 '생약누리'로

제주생약센터의 또다른 특징은 단순히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향한 다양한 전시와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지난 4월 28일 개관한 제주생약센터 내 전시관인 '생약누리'는 말 그대로 생약의 '세상(누리는 순우리말)'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생약누리는 총 3개 층에 걸친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1층에서 기관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을 지나면 △우리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동·식물성 생약자원을 디지털을 이용한 체험을 통해 찾아보는 '생약의 숲' △대한민국 약전에 수재된 대표 생약 300여점을 전시한 '생약표본실' △생약의 역사, 자원 감별, 표본 제작, 생약의 활용 등을 학습할 수 있는 '생약연구소' △남녀노소 생약을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보고, 힐링 품목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생약공방' △특별 전시가 가능한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됐다.

동물성 및 식물성 생약 성분을 담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한 부스.
동물성 및 식물성 생약 성분을 담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한 부스 / 사진=이우진 기자
제주는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생약으로 사용하는 자원 환경도 뛰어난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 내 채취되는 주요 생약 성분을 모아놓은 전시물. 가장 위의 먼나무는 제주 지역에서만 나던 나무로 서양으로 넘어간 뒤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등에 주로 쓰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제주는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생약으로 사용하는 자원 환경도 뛰어난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 내 채취되는 주요 생약 성분을 모아놓은 전시물. 가장 위의 먼나무는 제주 지역에서만 나던 나무로 서양으로 넘어간 뒤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등에 주로 쓰인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 사진=이우진 기자
터치 스크린을 통해 각 성분을 기초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각 성분을 기초로 만들어진 의약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 사진=이우진 기자
각 생약제제의 압착견본. 바래진 색감이 아름다워 또다른 포토스팟으로 압착화를 아는 이에게는 추억을, 모르는 이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하나의 포토스팟이다.
각 생약제제의 압착견본. 바래진 색감이 아름다워 또다른 포토스팟이다. 압착화를 아는 이에게는 추억을, 모르는 이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 / 사진=이우진 기자

특히 1층에서는 계피, 팔각회향, 민트 등 다양한 식물을 통해 향주머니를 만드는 공간이 마련되는 등 문헌 위주가 아닌 직접 체험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여기에 실제 '타미플루', '피라맥스', '경옥고' 등의 생약 성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의약품을 스크린을 통해 체험하는 한편, 생약 성분을 구매하는 이들이 오해할 수 있는 유사 약재 확인 방법, 움직임 감지를 통해 우리 땅에서 나는 다양한 생약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체험형 시설을 다채롭게 마련해 유아부터 장년층에 이르는 다양한 층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2층은 △올바른 생약 사용 홍보를 위해 식약처가 자체 제작한 동영상인 '식약보감'과 생약 유래 전래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시청실 △교육 및 회의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대강당 △식약처와 국립생약자원관 업무 소개 공간 등으로 이뤄졌다.

옥상 테라스에서 보는 바다와 주변 섬들.
옥상 테라스에서 보는 바다와 주변 섬들 / 사진=이우진 기자

옥상으로 올라가면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서 한라산과 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와 포토스팟 등을 구성해 체험뿐만 아니라 제주 남쪽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됐다. 건물 외부에 있는 전시온실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아열대성 약용실물을 일반인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쏘팔메토', '노니', '용안육', '파두' 등 35종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비록 7개월 여임에도 약 3000명의 전국 약학, 산림자원학, 식품학 등 관련학과 대학생·대학원생의 전문 현장실습, 서귀포시 내 고등학생의 진로탐험 학습, 어린이집 원생들의 견학 등 체험 학습 활동 인원이 방문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임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약 3만명 상당이 생약누리 및 온실을 방문할 것으로 센터는 전망했다.

손수정 의료제품연구부장은 "내년에는 생약누리 전용 홈페이지 구축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개설해 전시관 정보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개선하고자 한다"며 "서귀포시 어린이집 연합회, 교육청 등과 협력해 미취학 아동, 초·중·고 학생, 대학생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교육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이 휴식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옥상정원 조성 및 휴게 공간, 편의시설을 보강해 '제주에서 꼭 가보고 싶은 유익한 전시관'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직까지 분위기는 호조이지만 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좀 더 안정돼야 한다는 호소도 나왔다. 손 부장은 "국가자원 주권 확보의 중요성 증대 및 국제 수준의 생약 자원 품질 확보를 통한 산업 활성화 지원, 대국민 홍보 소통을 위해 정식직제화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생약누리 기본운영 경비 3억8000만원과 흥미로운 기획 전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시설 보강, 제주도 한라산과 서귀포 바다를 관람할 수 있는 옥상정원 조성,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약 7억원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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