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매출 8100억 11월 상회
젬자·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매출 급증
2026년 목표 '1조 클럽' 2년 먼저 도달 가능성

그래픽 = 이우진 기자
그래픽 = 이우진 기자

보령(옛 보령제약)이 2023년 매출 목표로 지정했던 8100억원 선을 깰 것이라는 이야기가 최근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상회하는 최대 추산 8500억원가량 수준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령이 최근 밀고 있는 항암제 분야에서의 'LBA와 당뇨병 집중'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많은 회사가 추구한 신사업보다 '주력 분야를 주요하게 키운 효과'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의 올해 매출이 기존 목표치였던 8100억원 선을 최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령의 매출 역시 내부에서도 최대 8400억원에서 8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3분기 기준 보령은 매출 2083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각각 달성하며, 누적 수치 6284억원, 영업이익도 535억원으로 3분기 만에 2021년 수치를 넘어섰다.

보령의 수치는 업계 내에서도 매우 빠른 수준에 속한다는 평이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상황이 회복됐지만, 매출 자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소위 전통적인 제약사에서는 크게 보이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같은 성과는 보령이 꾸준히 추진해 온 '오리지널 품목 인수(Legacy Brands AcquisitionㆍLBA)' 전략과 함께 올해 유난히 공을 들였던 '당뇨병 치료제 살리기' 전략이 힘을 얻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보령이 지난해부터 움직였던 LBA 전략은 시장 내 아직까지 쓰이고 있는 블록버스터급 혹은 대표 제품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항암제 '젬자',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가 대표적이다. 보령은 당시 국내에서의 판권과 허가권을 총 2100억원 수준으로 사들이며, 이른바 '현질'(게임에서 실제 돈으로 아이템 등을 산다는 뜻. 현재는 현금 투자를 뜻하는 개념으로도 쓰임) 이슈를 불렀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필요성은 현재까지 유효하지만 과연 이들의 품목 판권을 사들일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항암제와 중추신경계(CNS) 약물의 경우 제네릭의 진입이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하고 부작용 문제 등으로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의료진도 많은 편인데, 보령이 여기에 영업력을 더하며 기존 오리지널의 매출 자체를 크게 키웠다. 실제 이 중 대표적인 제품인 젬자는 전년 대비 매출이 1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는 말그대로 진심인 당뇨병 시장이었다. 지난 4월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 다파글리플로진)' 제네릭에 '트루다파'라는 이름을 붙이며 뛰어들었다. 릴리와 함께 판매하고 있는 GLP-1 유사체인 '트루리시티'의 트루를 붙여 시장에 내놓았을 만큼 기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회사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전략을 추구했다. 현재 복합제를 비롯한 패밀리 제품 역시 같은 이름을 붙였다.

결과 역시 나쁘지 않았다. 불과 3개월뿐이지만 트루다파의 원외처방액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6억원을 넘어서며, 국내 다파글리플로진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트루다파와 치아졸디딘디온(TZD)를 넣으며 세계 첫 조합을 선보인 '트루버디' 등까지 라인업에 포함하며 당뇨병 쪽의 시장에서의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그 외에 기존 매출을 떠받들고 있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 피마사르탄)', '트루리시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코프로모션 중인 항암제 '온베브지' 등의 전문의약품(ETC) 분야 역시 실적 성장을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전략이 흥미로운 점은 '원래 잘 하던 것을 더 잘하게 했을 때'의 상황이 먹혔다는데 있다. 보령제약의 경우 영업 현장에서 실제 항암제와 만성질환 분야에 강점을 보여온 곳 중 하나다. 일례로 항암제에서는 '탁솔'을 관련 제제 시장 1위로 끌어올린 전례가 있기도 하다.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모노프릴' 등의 제품을 시장에서 키워오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제 등에 힘을 쏟았었다. CNS 역시 100억원 매출 이상을 기록했던 '부스파' 등의 제품이 있었을 만큼 영업 현장에서는 꽤 잔뼈가 굵은 축에 속한다.

제품은 새 제품이지만 기존 항암제와 만성질환이라는 '잘하는 분야'에서 새 무기를 도입해 영업을 밀어주는 보령의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보령이 당초 공언했던 2026년 '매출 1조' 클럽이 사실상 2024년 실현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령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23년 예상 연매출이) 현재 매출 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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