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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 기업들의 역량과 그 자신감

CPHI 행사가 시작되는 아침 9시에 맞춰 행사장 건물로 들어가는 참가자들 / 촬영=황재선 기자
CPHI 행사가 시작되는 아침 9시에 맞춰 행사장 건물로 들어가는 참가자들 / 촬영=황재선 기자
건물 입구에 들어온다고 끝이 아니다. 정식 초대장을 인증받아야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건물 입구에 들어온다고 끝이 아니다. 정식 초대장을 인증받아야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Worldwide 2023'이 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 행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CPHI 현장에서 기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동시에 당당하게 한국을 알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모습을 담기위해 바르셀로나로 떠나 사흘간 그들과 함께 하다시피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국내 기업들이 CPHI에 대거 참여했다. 총괄 후원파트너로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팜테코, 에스티팜 등 중견ㆍ대기업들도 단독 부스를 운영했다.

한국관이 마련된 CPHI 행사장 내 Hall 7 구역에 'KOREA'라고 써있는 안내 이정표가 보인다. / 사진=황재선 기자
한국관이 마련된 CPHI 행사장 내 Hall 7 구역에 'KOREA'라고 써있는 안내 이정표가 보인다. / 사진=황재선 기자

단독 부스도 한국 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지만,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의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온 것은 'KOREA' 간판을 내건 한국관이었다. 한국관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후원한 한국 기업들로 이뤄진 부스 구역을 말한다. 올해에는 40여개 업체들이 한국관을 구성했다. 각 업체들은 한국관 내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홍보 활동 및 해외 업체들과 파트너링을 진행했다.

한국관 참여 업체는 세부적으로 △경보제약 △국제약품 △다산제약 △다온메디칼 △동방에프티엘 △명문제약 △비전메드 △삼양홀딩스 △삼진제약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신풍제약 △아주약품 △알리코제약 △알테오젠 △애경바이오팜 △에스텍파마 △HK이노엔 △엔지켐생명과학 △영진약품 △우신라보타치 △유영제약 △유유제약 △유한양행 △이니스트ST △일동제약 △일성신약 △제뉴원사이언스 △제일약품 △제테마 △종근당바이오 △케이엠 △켐포트 △풍림파마텍 △한국비엠아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림제약 △환인제약 △휴온스 등이었다.

중국 제약사 'Zhejiang hisun pharmaceutical' 현장 부스
중국 제약사 'Zhejiang hisun pharmaceutical' 현장 부스
중국 제약사 'GUOBANG PHARMA' 현장 부스
중국 제약사 'GUOBANG PHARMA' 현장 부스

올해는 약 170개국에서 25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고, 주최 측에 따르면 실 관람객은 4만명을 넘어섰다. 작년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CPHI와 달라진 점을 꼽자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중국 참여업체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의약품 CDMO(위탁 개발 및 생산)ㆍCMO(위탁 생산), API(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 의료기기 등 분야에 관계 없이 곳곳에서 중국 간판으로 된 업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보유한 자본을 자랑하듯 단독 부스를 이모저모 운영해 행사장을 압도하는 듯했다.

기자는 걱정이 됐다. '대륙 스케일'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 기업들이 그 스케일에 위축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취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괜한 걱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한국관 내 각 기업 부스들은 단독 부스에 비하면,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팅을 위해 들어오는 바이어들과 마치고 나가는 바이어들로 쉴틈 없이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환인제약 직원들이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을 진행 중이다.
환인제약 직원들이 해외 바이어들과 미팅을 진행 중이다.
제뉴원사이언스 직원이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 직원이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알리코제약 부스에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한 해외 관람객들
알리코제약 부스에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한 해외 관람객들

기자는 긴 미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 원료의약품 취급 업체 관계자에게 냉큼 달려가 질문했다. 중국업체가 다시 CPHI 행사에 등장했는데, 긴장되거나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은 지 말이다.

이 관계자는 "소위 부스 내에 자신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리스트를 길게 내걸고 홍보하는 중국 기업들이 다시 등장했지만, 그렇게 걱정되진 않는다"며 "그동안 그들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에 자리 잡아왔지만, 한국 기업은 그들이 보장하지 않는 엄격한 품질과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케미컬, 바이오 분야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설비를 보강하고, 대량 생산시설을 마련해 감에 따라 가격경쟁력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 부스를 찾아준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한 국내 완제의약품 회사는 중국 업체들이 많이 참여한 것이 오히려 호재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부스를 총괄하고 있던 한 책임자는 "중국 외의 지역에 의약품을 공급하려 하는 경우야 그들이 경쟁자가 되겠지만, 중국에 공급할 완제의약품을 찾기 위해 온 바이어들도 많다"며 "그들은 한국 기업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고, 많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CPHI Worldwide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많은 미팅과 거래가 성사됐는지,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섰는지 기자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다만 현장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한국 기업은 열정과 자신감에서는 확실히 그들을 이겼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규모의 제약바이오 분야 행사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쉬지 않고 키워 온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과 역량을, 또 그들의 꺾이지 않는 자신감을 향후 개최될 행사에서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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