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법차손' 유예 기간 연장으로 신약 개발 벤처 숨통 틔워줘야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최근 3년간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벤처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연구개발(R&D) 및 임상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보유 현금을 소진하면서 런웨이(Runwayㆍ보유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 데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 추가 자금 조달은 난항을 겪기 일쑤다.

특히 이 자금 조달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R&D 자금을 확충하지 못함은 당연하거니와, 운영자금 등의 부족으로 인해 회사 경영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더 나아가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도래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몇몇 상장 바이오 벤처들은 상장사로서의 존폐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상장 바이오 벤처들이 올해 들어 주식 시장에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자금 조달에 애쓰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발행했던 사채를 갚거나 혹은 R&D 자금 확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장 유지라는 또 다른 목적도 담겨져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비상장 바이오 벤처ㆍ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 특히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절대 반지'를 쫓는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인수합병(M&A)에 따른 엑시트(Exitㆍ투자금 회수) 모델보다는 IPO 모델을 선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바이오 벤처ㆍ스타트업에 코스닥 상장은 지상 과제일까?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상용화된 제품을 가지고 상장에 나서기보다는 상용화될 제품의 R&D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 본연의 상장의 모습에 더 궤를 같이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는 곧 오랜 R&D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바이오 벤처에 있어서 상장은 향후 상업화에 나아가기 위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한다는 그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바이오 벤처ㆍ스타트업의 상장 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상장 유지 조건이라는 굴레를 빡세게 씌우는 건 온당치 않아 보인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바이오 벤처에 상장 이후 매출을 곧바로 요구하고 더 나아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맞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 벤처ㆍ스타트업이 도전하는 의약품 개발, 즉 신약 개발은 그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현저히 낮을뿐더러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의 기저에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장 도전 못지않게 상장 유지 조건이 되려 상장 바이오텍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투심 위축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장 바이오 벤처에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방편으로 최근 들어 많이 활용되고 있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큰 난관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상장 바이오 벤처들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설사 이 난관을 잘 헤쳐 나간다고 해도 계속기업으로서의 요구는 결코 줄어들진 않는다. 결국에 상장 바이오 벤처들은 스스로 빨리 신약 개발을 완수해 제품을 팔든지 아니면 캐시카우 확보를 위한 신사업 진출이라는 결단을 내리든가 해야 한다. 전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후자는 여러 기업들이 시도해봤지만 임기응변식 대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상장 바이오 벤처들이 상장한 이후 안정적으로 기업 경영을 하면서 R&D 및 임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장 바이오 벤처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중 하나로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특례 유예 기간을 늘리는 것이 꼽힌다.

특례 유예 기간을 늘리는 건 법을 바꾸는 작업도 아닌 만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저 좀 더 상장 바이오 벤처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현실의 요구와 상황을 반영한 규칙의 변경 내지는 규제 완화는 또 다른 신약 개발 신화의 씨앗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유예 기간 연장'은 그리 큰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환자의 아픔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의사를 떠올려 보면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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