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BNH인베스트먼트 세미나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 "신약개발 초기부터 과학적 근거 필요"
"리커전, 사이클리카 인수…엔비디아, 지난 7월 리커전에 투자"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 / 사진=남대열 기자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 / 사진=남대열 기자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AI 도구를 예측의 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AI 도구만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아닌 초기부터 신약 개발 회사로서 운영을 지향해야 합니다."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는 14일 BNH인베스트먼트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AI가 제안하고 실험과학이 검증하는 신약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AI 신약 개발 기업들의 생존 전략 및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손 대표는 "신약 개발의 최종 목적은 품목허가신청서(NDA) 제출 이후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는 것이다.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 확보된다면 확률적, 비용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며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최근 초기 단계의 딜(Deal)이 증가함에 따라 다양하고 질적인 측면에서의 과학적인 근거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빅파마들은 신약 개발 비용 및 시간 단축을 위한 AI를 활용, 단백질 타깃이 설정된 이후 합리적인 신약 개발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은 툴을 만드는 분야가 아니고, 툴을 활용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신약 개발은 예측과 검증을 같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2018년 글로벌 주요 AI 신약 개발 기업 현황 / 사진=남대열 기자
2018년 글로벌 주요 AI 신약 개발 기업 현황 / 사진=남대열 기자

손우성 대표는 2018년 당시 주목했던 AI 신약 개발 기업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IBM △아톰와이즈(Atomwise) △사이클리카(Cyclica) △벤치사이(BenchSci) △엑센시아(Exscientia) △리커전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ㆍ이하 리커전) △슈뢰딩거(Schrödinger) △수퍼루미날메디신(Superluminal Medicines) 등의 과거 및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손 대표는 IBM의 사례를 살펴봤다. 손 대표는 "IBM은 'WDD(Watson for Drug Discovery)'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했지만, 2019년 WDD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IBM은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IBM은 모더나(Moderna)와 양자컴퓨팅 및 생성 AI 분야 협력에 나섰다. IBM이 신약 개발 분야에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톰와이즈는 2018년 3차원(3D) 약물 설계를 하는 최초의 AI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아톰넷(AtomNet)'은 구조 기반의 합리적인 약물 설계를 위해 깊은 나선형의 뉴럴 네트워크(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를 활용해 왔다.

리커전의 경우 지난 5월 사이클리카를 인수했다. 손 대표는 "사이클리카는 자사 특허에 기반을 둔 구조 기반 및 약물 중심 기술을 사용해 중요한 단백질 표적을 식별한 뒤, AI를 활용해 표적이 약물에 미치는 영향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검증했다"며 "지난 2020년 시리즈 B 투자 유치 이후 올해 리커전에 인수됐다. 사이클리카가 리커전에 인수된 일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벤치사이는 2018년 항체를 이용하는 실험 설계에 기계학습을 사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해독하고, 실행 가능한 범위까지 숫자로 제시해 실험 설계 기간, 연구비, 불확실성 감소를 보여준 바 있다.

손 대표는 "2018년 글로벌 AI 기업 중 엑센시아가 글로벌에서 가장 성과가 잘 나올 수 있는 기업으로 생각했다"며 "엑센시아 대표(CEO)는 화이자(Pfizer)에서 신약 개발 업무를 경험했기 때문에 엑센시아는 AI를 도구로서 잘 활용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가 리커전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손우성 노보렉스 대표가 리커전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그는 이어 "리커전은 수백 개의 세포 질환 모델에 수천 개의 화합물을 테스트해 사노피(Sanofi)의 임상 단계 약물들을 새로운 용도를 밝히기 위해 AI를 활용해 왔다"며 "엔비디아(NVIDIA)는 (지난 7월) 리커전에 투자를 진행했다. 엔비디아가 AI 기술 확보와 또 다른 목적으로 리커전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퍼루미날메디신의 경우 지난달 3300만달러 규모의 시드(Seed)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며 "엔비디아도 해당 시드 라운드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1990년에 설립된 슈뢰딩거는 2020년 2월 나스닥(Nasdaq)에 상장됐다. 1호 AI 신약 개발 상장 기업이라는 대중적 평가를 받고 있다.

손 대표는 "슈뢰딩거는 2000년대 초반까지 자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없었다"면서 "자체 패키지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는 플랫폼 소프트웨어가 아닌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손잡으려면 그들이 할 수 없거나 수요가 있는 부분을 공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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