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주요 내용

 새 정부에 바람... 박환일 본부장이 문제를 던지고 4인 패널이 토론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정부에서 하이테크 기업 집중 투자해야"
한남식 인공지능연구센터장 "과학자 꿈꾸는 학생수 올려주세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이 어우러지는 신약개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은 다음 주 출범하는 새 정부에게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주문했다.

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치료 연구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바이오 생태계'를 놓고 과학기술 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환일 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이 좌장을 맡고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이지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토니 휴즈(Tony Hughes, 화상 참여) 영국 국제통상부 자문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은 박환일 본부장의 질문을 네 명의 패널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환일 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왼쪽부터) 박환일 STEPI 글로벌혁신전략연구본부장,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 신기술의 역할과 활용 사례에 대해 말해달라.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

윤소정(이하 윤)=기술이 과학과 다른 부분은 결국 산업적으로 얼만큼 뻗어나갈 수 있는 점과 그 산업이 성장해 여러가지 경제적인 부분들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AI와 바이오 키워드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 딥파마인텔리전스(Deep Pharma Intelligence)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기업의 수가 약 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 선두 기업은 톱40에 선정됐다.

톱40에 선정된 기업 중에서 아직 승인된 약물이 나온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그 이유는 AI 신약개발이 이머징 테크놀로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AI 신약은 기술 개발과 프로덕트를 동시에 생산해야 하는데, 제약산업에서의 프로덕트는 물리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실험들이 있다. 글로벌 톱3 기업이 현재 임상에 진입했다.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임상 2상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엑센시아(Exscientia),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임상 1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이지형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장

이지형(이하 이)=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우선 차세대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들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연구소가 따로 있다. 약 500명 정도가 현재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약  450명 정도의 인력을 보유한 지능화 융합연구소가 있는데 여기서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도메인별로 적용을 하는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 △의료 △복지 △에너지 △교통 △국방 등 공공 분야에 집중해 국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솔루션을 저희가 개발하고 있다. 

토니 휴즈(Tony Hughes) 영국 국제통상부 자문위원
토니 휴즈(Tony Hughes) 영국 국제통상부 자문위원

토니 휴즈(이하 토니)=AI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리적인 부분, 사회적인 영향, 경제적인 활용 방안 등 세 가지 단면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AI, 바이오 업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의 현재 문제점과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이런 기술이 가지는 또 다른 부작용(군사적 활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균형을 어떻게 추구하나. 지나친 경쟁과 갈등을 지양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나.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한남식 케임브리지대 밀너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한남식(이하 한)=과학자로서 답변하기 참 어려운 주제다. 정책을 생각하는 차원에서는 당연히 패권 경쟁에 있어 균형점과 우리나라가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싶은 건 당연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가 상승하는 시점에서 뭔가 좀 더 매력적인 포인트를 제시해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또 국내 기업이나 대학에 연구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선 특정 분야의 반열에 오를 만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질문의)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정말 잘하고 있는 기술들도 있지만, 지금 하이테크 분야의 기술 안보까지도 걱정을 해야 될 만한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선점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단계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경쟁과 협력을 누구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한 것 같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 차세대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방향이다. 둘째, R&D(연구개발)에서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기술 생태계에서 상대국을 배제하는 방향이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을 포함해 생산 체계를 영리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패권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거대한 영향력이 있는 미국과 글로벌 기술 분업을 주도하는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현 상황에서 미래를 예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앞으로도 매우 복잡한 정세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연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역할이 있다. 출연연이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 자립을 위한 제2의 소부장 관련 투자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이 대학, 기업과 협력해 창의적 인재와 맞춤형 인재를 모두 양성하는 인재 생태계의 요람이 되는 역할로 거듭나야 한다.

토니=신기술을 획득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진정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수준에서 해야할 몇 가지 일들이 있다.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추진해야 한다. 펠로우십을 강화해 국제적으로 협력을 진행하거나 AI 연구의 바탕을 국가 연구소를 통해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을 위해 다양한 국가, 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 산합 협력을 지원해야 한다. 여러 국가들이 함께 모여 이러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AI, 신약개발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이 어떻게 되나.

=가장 큰 혁신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많은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제약산업으로 좁혀서 생각을 해 보면, 제약산업은 엔드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있어 수많은 연구원들이 여러 실패를 경험한다. 축적된 실패가 간혹 성공으로 이어지는 데, 성공 대비 실패들이 향후에 체계적으로 사용도지 못한다.

그러나 AI라는 키워드가 제약산업에 들어오면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이 해보고 실패를 하는 것이 다음 성공을 위한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 많은 실패를 통해 다음 성공률이 점점 더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AI라고 생각한다.

=실패로 낙인찍는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다.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게 되면 (과하게 말해) 신약개발 자체가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 예방의학이 현실에서 제대로 이뤄지면 약을 먹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새 정부가 AI, 바이오 신기술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산학연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토니=실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분야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개발의 경우 AI를 사용하더라도 모든 것들이 빨라지긴 하지만, 시간의 1/3을 줄여도 95%는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각각의 분야에서 균등하게 투자를 진행해 전 세계의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과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가들에게 시장 상품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동료가 동료를 가르치는 인공지능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한 500명 정도 인원을 배출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도메인 적합형 인재 양성에는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최첨단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확률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다소 제한적이거나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수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산학연 협동 연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출연연이 인프라를 조성하고, 쾌적하고 유연한 연구 환경을 조성한 후 학계와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방문하면서 필요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산학연이 합심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 하이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특히 AI 분야의 경우 탈피해야할 하나의 시각이 있다. 하이테크는 학교에서만 잘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같은 경우 글로벌하게 방점을 찍고 있는 논문을 살펴보면 구글 산하의 딥마인드를 비롯해 AI 리딩 기업들의 사례가 많다.

스탠다임은 창업 초기 TIPS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TIPS 프로그램은 기존의 과제 형식이 아닌 기업 중심적인 펀드였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스타트업 레벨과 시리즈A 단계의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만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

이후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들이 분명 민간 자본의 투자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펀드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이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대학교에 신약개발 학과를 개설하는 행위보다 더 중요한 일은 기술, 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음주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해야될 가장 중요한 일은 모든 과학 분야에 있어 '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생, 중학생 수가 지금보다 좀 더 많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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