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심혈관 질환 임상 3상서 부작용 20% 감소
위고비·오젬픽, 알코올 중독 및 치매 환자 대상 투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 당뇨 및 비만 치료제가 최근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능이 보고된 가운데, 알코올 중독 및 치매 환자에 대해 GLP-1 치료제 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GLP-1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ㆍGLP-1 RA)인 오젬픽, 위고비, 삭센다(비만 치료제) 등을 보유해 이 분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은 환자들 사이에서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2021년 같은 성분이지만 용량을 늘린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초 GLP-1 RA인 당뇨 및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심혈관 질환 임상 3상(SELECT) 결과 발표를 통해 심혈관 질환 부작용을 20%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말 세부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며, 적응증 확장을 위한 규제 승인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며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심혈관 위험 감소를 보여준 첫 데이터다. GLP-1 약물이 당뇨 및 비만 치료제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치료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지난 7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은 알코올 중독 및 치매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투여되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LP-1 RA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신경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초기)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세마글루타이드 처방 의사와 환자들의 알코올 및 흡연 중독 치료 효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립대 연구진은 이러한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 임상 2상(STAR-T)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ㆍ이하 릴리)도 GLP-1 계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릴리는 지난해 5월 FDA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았다. 현재 마운자로는 미국에서 오프라벨(Off-labelㆍ허가 외 처방)로 비만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마운자로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4억8000만달러(약 6390억원)였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자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일주일에 1번 투여하는 주사 제형의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온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출시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위해 같은 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으며, 식약처 승인 이후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GLP-1 치료제가 기존 당뇨 및 비만 치료를 넘어 여러 적응증으로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LP-1은 심혈관, 당뇨, 비만뿐만 아니라 뇌에도 많이 발현되고 있는 단백질이다. GLP-1의 신경세포 보호 효과와 관련해 지난 20년간 연구가 진행돼 왔다"며 "여러 계열로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GLP-1은 단순히 식욕 억제, 포만감 증대, 인슐린 분비 촉진 등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말초 면역계, 중추신경 면역계에 동시에 작용해 만성염증을 줄일 수 있다"며 "최근 비만, 당뇨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사성 질환,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심혈관 질환의 공통 원인이 만성염증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는 만성염증을 억제하는 GLP-1이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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