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 패널토론
한쌍수 위원장 "기초 원료부터 완제까지, 선순환 생태계 정책 필요"
오창현 과장 "'혁신성', '보건안보' 키워드 약가 제도 개선안 내달 공개"

"국가 입장에서는 원료의약품의 자급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가혹한 산업 생태계에 방치돼 있는 현실이다."

9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신약의 적정가치 부여와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패널토론은 서동철 럿커스-뉴저지주립대 및 중앙대 약학대학 겸임/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조광연 히트뉴스 기자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한쌍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이니스트에스티 대표) △오경택 중앙대 나노생명약학 연구실 교수 △김기호 HK이노엔 상무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한쌍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
한쌍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

한쌍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은 국내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저하된 근본 원인이 된 계기를 2012년 시행된 '일괄 약가 인하'로 꼽았다. 경쟁력이 우수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끌고 나가는 것이 맞지만, 국가가 일괄 약가 인하 제도를 통해 개입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앞선 발표에서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약 28%라고 제기됐지만, 실제적으로 10% 중반 정도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사제 원약도 원료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수치가 높게 집계됐는데, 순수 API(원료의약품)만 본다면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과 기업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국산 원료를 쓴 완제의약품에 약가 우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제네릭의약품의 원가에서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수준인데, 이를 10% 낮추는 것과 약가를 2% 인상시키는 것이 비슷한 영업이익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약가 인상이 원료의약품의 가격을 낮춰 얻는 이익의 5배 정도의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수입되는 저가 원료들이 국내 원료보다 20~30% 정도 싸고, 심한 경우는 50% 수준도 있다"며 "약가 인상을 통해 원료 가격에 대한 국제 통상 문제 충돌 없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사 생산 원료를 사용한 제네릭에 대한 68% 약가 우대 제도가 시행 중인데, 실제로 이 혜택을 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그 회사들은 자사 원료를 경쟁사에 팔 수가 없는 상황이라, 자사 사용량 정도밖에 생산할 수 없다. 약가 우대를 받은 만큼, 원가가 너무 높아져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원료 생산 기업에 기초 원료를 지원해줄 후방 산업이 탄탄하게 있어야 한다"며 "선순환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내 케미칼 회사를 대상으로 한 활성화 정책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광연 히트뉴스 기자

조광연 히트뉴스 기자는 보험 당국의 약가 정책에 대한 지나친 자기 객관화를 지적했다.

조광연 기자는 "보험 당국에서 내놓는 약가 정책이나 관리 수준이라는 것은 제약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현재 우리나라 신약 약가 정책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정부가 제약산업계의 혁신을 '임상적 유용성'을 근거로 부작용 및 편의성 개선 등 치료적 이익을 그 가치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는 이어 "그 결과, 약가는 형편없이 낮아진다"며 "더 큰 문제는 산업계에서 신약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 제네릭을 개발하는 것이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신약을 개발하려 하겠냐"고 꼬집었다.

비단 이런 상황을 업계의 문제로만 삼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긍정적인 산업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조 기자의 입장이다.

또 조 기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을 중심으로 연구 및 시행되고 있는 현 보험 정책의 정당성을 지적했다. 비열등 수준에 머문 우리나라 국산 신약에 맞는 정책인지 다시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험 당국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을 약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혁신의 가치가 있다면 다국적 제약사든, 국내 제약사든 적정한 약가를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제네릭의 캐시카우 역할 없이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방안에서 장기 계획 등 새로운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광연 기자는 완제의약품 약가 인상을 통한 원료의약품 산업 진흥책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자사 원료를 사용한 완제 회사의 경우에만 68% 약가 우대를 주겠다는 것은 이니스트에스티처럼 원료의약품만 개발해 온 회사는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원시 자급자족 사회로 가자는 퇴행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떤 제품을 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 확립도 필요하다"며 "중국산 크루드(crude) 원료를 들여와서 정제하고 나면, 그것을 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볼 수 있는가. 원료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택 중앙대 나노생명약학 연구실 교수
오경택 중앙대 나노생명약학 연구실 교수

오경택 중앙대 나노생명약학 연구실 교수는 우리나라 약가 정책이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 선등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경택 교수는 "국내 신약 개발사들을 컨설팅하다보면, 대부분 임상 2상을 마치고 해외 기술이전(L/O)을 생각하고 있다"며 "임상 3상을 진행하는데 드는 비용과 허가 후 급여 등재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해외에서 제대로된 약가를 받고 그 이후에 오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정부에서는 '6대 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면서 "그런데 과연 실행력에 있어서 그 부분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제약사업 신약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10년간 2조2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투자금이 어느 정도 회수됐는지를 답변해줄 수 있는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오 교수는 "국가의 투자를 받아 개발되고 있는 의약품이 제품화로 연결됐을 때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 결과는 국가 연구지원비 회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투자가 회수로 연결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제약사도 국가의 개발 지원을 받아 제품화로 연결지을 것이라는 의지를 가질 때 글로벌 중심 국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복지부의 약가 정책 목표는 '건강보험의 환자 보장성', '재정 지속성' 등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 과장은 "최근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계획'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혁신신약 및 필수의약품에 대한 가치 보상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에서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수급에 대한 문제가 있었고, 이에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염병을 대비한 제약산업의 지원책을 마련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현재 혁신신약의 보상책에 대한 약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CEO 간담 및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협회 등과 논의를 진행하며, 약가 제도 개선을 조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혁신신약의 가치 반영에 있어서 경제성 평가 방법을 통해 어떻게 혁신성을 줄 수 있을지, 등재 절차 및 사후 관리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 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인지, 신속 심사 등 허가 지원제도를 통했는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지 등을 '혁신성'이라는 카테고리로 담아내고자 한다"며 "각 조건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재정 경향을 시뮬레이션 단계에 있다. 다음달 쯤에는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번 약가 제도 개선에는 보건안보 측면도 고려될 예정이다. 그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적정 보상, 원료 수급 다변화에 대한 약가 우대, 국가 필수의약품에 대한 안정적 공급을 위한 약가 제도 개선 등을 보건안보라는 타이틀로 해서 담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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