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ASCO 2023 주요 임상 오버뷰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끝까지HIT 6호] 해마다 ASCO가 시작되는 5월 말과 6월 초가 되면 암 전문의, 암 기초연구자,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과 제약회사 그리고 바이오 관련 투자자들은 데이터에 대한 기대로 들썩댄다. 나 자신도 ASCO는 가장 기대하고 또 여러모로 사랑하는 학회다. 미국까지 먼 거리를 여행해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을 충분히 보상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 그리고 환자들의 치료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임상 데이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 년 중 가장 흥분되는 기간이다.

ASCO는 해마다 4만명을 상회하는 인파가 몰리는 어마어마하게 큰 학회로, 미국에서 이 학회를 운영할 수 있는 도시는 시카고밖에 없다. 158개 나라에서 4만2350명 이상이 참석한 이번 ASCO 2023은 250개의 구연 및 토론 등에 550명의 연자가 참석했고, 2000여개의 포스터가 발표됐다. 10여 년째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데, 앞으로도 다른 도시에서 개최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ASCO에는 158개 나라에서 4만2350명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 ASCO에는 158개 나라에서 4만2350명 이상이 참여했다.

ASCO가 추구하는 것은 △암에 대한 연구 △교육 그리고 홍보를 통해 암의 예방 및 완치 △암으로부터 회복된 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암을 정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회의가 열리는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는 연건평 7만3000평으로, 전시장의 크기가 2만3600평, 회의장의 미팅 면적이 1만6900평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ASCO의 정신이 암을 정복하는 것이므로, 학회에서 발표되는 임상 연구들의 결론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진료지침을 바꾸는 결과인가'이다. 특히 임상 3상 연구가 발표되면 연이어 그 연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그 연구의 배경과 현재까지의 표준요법, 그리고 이에 따른 의학적 미충족 요구, 동 영역에서 이뤄졌던 다른 연구들에서 얻은 결론 및 임상적 의문점을 설명하고, 발표 연제가 갖는 의학적 의미와 '진료지침을 바꿀만한(practice-changing)'연구인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이런 논리에 따라 ASCO가 완료될 때는 많은 새로운 표준요법의 발표와 이에 대한 인정 그리고 진료로의 진입이 결정된다. 미국의 경우 이미 시장에 진입한 약제는 인허가 과정이 없이도 확증적 또는 혁신적(break-through) 증거가 있을 때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지침에 올라가게 돼 의료보험이 적용되므로 바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ASCO 2023에서도 매우 많은 3상 임상시험의 확증적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 중 임상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 주요 연구결과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LBA(late breaking abstract)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인 2월 초 초록을 낸 후, 3월 중순까지 데이터가 정리돼 다시 제출했을 때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판정되는 연구들을 지정한 것을 말한다.

LBA의 지정 기준은 ①과학적인 강점 (이 연구가 중요하고 새로운 질문에 대답하는지) ②연구 디자인(환자 선정 기준, 연구의 1차 변수, 연구 분석 기법이 초록에 잘 기술돼 있는지) ③타당성(연구의 결과로 임상 진료지침이 바뀌는지, 임상적인 의의가 ASCO 회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는지) 등이다.

 

[LBA 1. INDIGO 연구] 

저등급 교모종에서 보라시데닙의 임상적 효과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ASCO 2023의 LBA는 총 46개로, 이 중 INDIGO는 LBA 지정 1번인데, 1~4번은 발표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런 점에서 INDIGO 연구는 그 중요성이 널리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INDIGO 연구는 수술 치료를 받은 저등급 교모종 환자 중 IDH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환자 336명에서 보라시데닙의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치료군에서 종양의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PFS)이 27.7개월로 위약군(11.1개월)에 비해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부작용 면에서 10% 미만의 환자에서 간독성, 경련, 고혈압 등이 나타났지만 수용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연구 전의 표준 치료는 수술 후 단순 관찰하거나 방사선 요법과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 연구 결과는 '진료의 지침을 바꾸는' 중요한 연구로 받아들여진다. 또 뇌종양과 같이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에서도 타깃이 정확한 암종에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약이 적절히 듣는다는 점을 검증한 연구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질문은 의학적 미충족 요구가 매우 높은 고등급의 교모종, 즉, 악성 교모종에도 이 약이 들을지, 또 이 연구의 선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에서 보라시데닙의 효과가 어떨지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ASCO와 같이 큰 학회에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결과는 발표와 동시에 엠바고가 해제돼 저널에 실리게 되는데, 이 연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바로 게재됐다.

 

[LBA 3. ADAURA 연구]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의 수술적 절제 후

보조항암요법으로써 오시머티닙의 효과를 보는 임상 3상 연구

(전체 생존율의 최종 보고)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EGFR 수용체의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표적항암제의 치료는 제피티닙, 다코미티닙, 아파티닙의 초기 치료제 이후 오시머티닙과 레이저티닙의 3세대 표적항암제의 개발로 많은 환자들이 생명의 연장과 삶의 질의 개선을 누리고 있다.

항암제 치료제 개발은 효과를 개선시키는 방법을 찾고, 조기의 질환에 적용해 단순히 생존기간의 연장뿐만 아니라 완치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미 오시머티닙은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의 수술 후 사용함으로써 무질병 생존기간 (disease free survival·DFS) 연장이 확인돼 세계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서 EGFR 표적항암제들이 DFS를 늘리긴 했지만,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OS), 즉, 완치율을 높이는 것을 증명한 바는 없었다. 이번 ADAURA 연구결과는 OS에 대한 마지막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제2기 및 3A기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위약군 73%에서 치료군 85%로 현저히 개선함을 보고했다(HR 0.49). 부작용 면에서는 이전에 발표한 오시머티닙 연구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청중 및 종양 전문의들의 비평은 ①DFS에 대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 이후 맹검을 해제해 적극적으로 위약군에 대해 오시머티닙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②이전에 발표된 심장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 결과 역시 NEJM에 바로 발표됐다. 

현재 2, 3기의 EGFR 비소세포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3상 임상시험이 시행되고 있는 표적항암제는 중국의 퓨머너티닙, 아모너티닙이 있으며, 제1A2, 1A3기 환자를 대상으로 오시머티닙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LBA 4] 호지킨 림프종에서 N-AVD와 B-AVD의 비교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연구자 임상 연구 그룹인 'SWOG'가 ADC(antibody-drugconjugate·항체약물접합체)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시험도 매우 흥미롭다. 

호지킨 림프종은 청소년기 또는 젊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림프종의 일종으로, CD30 항원의 발현이 저명한 질환이다. 이에 대한 표적 항암요법으로 미국의 씨젠이 아드세트리스(bentuximab vedotin)라고 하는 CD30 항체에 튜불린 저해제인 베도틴을 붙인 항체를 개발해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요법(B-AVD)으로 인허가를 받은 바 있다.

연구진은 △B-AVD는 매우 효과가 좋지만 신경 부작용, 백혈구 감소증으로 인한 감염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는 점 △호지킨 림프종에 면역항암제가 듣는 점 등에 착안해 아드세트리스 대신 니볼루맙을 병용하는 요법(N-AVD)과 B-AVD를 비교하는 3상 임상을 디자인했다.

97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1년 무진행 생존기간(PFS) 비율이 각각 94%와 86%로 N-AVD군의 성적이 현저히 좋음을 보고했으며, 신경 부작용의 현저한 개선과 더불어 치명적인 감염증도 감소함을 관찰하며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했다.

이 연구는 '진료지침을 바꾸는' 연구로 인정됐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인허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고, 연구 추적기간이 짧아 전체 생존기간(OS)의 연장을 증명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임상으로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 원래 착안한 독성의 감소와 더불어 PFS의 개선을 달성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LBA5506. DUO-O 연구]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난소암에서 더발루맙을 포함한

유도 항암요법 후 더발루맙과 올라파립을 유지하는 요법의 효과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출처 : ASCO 2023 웹페이지 슬라이드 발췌

난소암의 치료는 매우 복잡한 데다 항암제 감수성이 높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재발해 6~10차 요법까지 치료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난소암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PARP 저해제의 효과가 저명해 초기, 재발 및 유지 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난소암 환자에서 BRCA를 제외한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pair deficiency․HRD)이있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변이가 PARP 저해제의 효과에 기여할 수 있음이 추측되고 있다.

한편, 난소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아직 임상 3상으로 증명된 바 없다.

DUO-O 연구는 초기 진단된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시행 후 세포독성 항암제와 베바시주맙의 기본 골격에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 또는 위약을 추가해 유도요법 수행 후 유지 요법으로 더발루맙 치료군을 2개로 나눠 올라파립 추가 유무로 3가지군을 구성해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와 베바시주맙만을 투여한 군에 비해 더발루맙과 올라파립을 추가한 군에서 진행 없는 생존기간이 HRD 존재 유무와 상관 없이 19.3개월에서 24.2개월로 매우 유의하게 개선됐고(HR 0.63), HRD가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23개월에서 37.3개월로 증가됐다. 두 가지 약제를 추가함으로써 증가된 부작용은 백혈구 감소증과 빈혈로 보고됐다.

이 연구는 난소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한 첫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진료의 지침을 바꾸는' 연구로 인정됐다. 그러나 PARP 저해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관계된 바이오마커의 개발, 난소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유용성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토론됐다.

 

맺음말

ASCO 2023 포스터 전시장
ASCO 2023 포스터 전시장

작년 ASCO에 참석했을 때는 아직 코로나가 호발하던 기간이라 제한적으로 대면 미팅이 이뤄졌었다. 완전히 정상 생활로 돌아온 후 처음 맞는 이번 ASCO 2023의 또 다른 기쁨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많은 친구들의 얼굴을 3년 만에 다시 보게 된 것이었다. ASCO에서 발표된 많은 의학적 데이터 중 극히 일부분만 다루게 돼 매우 유감이지만, 또 다른 기회를 통해 연구결과의 임상적인 면과 신약 개발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찬찬히 다룰 수 있는 있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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