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ASCO서 KEYNOTE-826 최종 결과 공개...mOS 28.6개월, mPFS 10.5개월"

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의 자궁경부암 환자 대상 'KEYNOTE-862' 임상 3상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28.6개월의 전체 생존 중앙값 데이터를 입증했다. 이는 대조군 대비 1년 이상 연장된 수치다.

자궁경부암은 난소암, 자궁내막암과 함께 3대 부인암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 부인과 종양 질환 중 하나다. 제약사들이 점차 개량된 다가 백신을 개발함에 따라 그 발병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15~34세 젊은 여성층에서는 암 발생률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암정보센터 2020년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80.1%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원격전이 환자의 경우 25.9%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재발 환자 중 절반은 1차 치료 후 1년 이내, 나머지 절반은 대부분 3년 이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재발률도 높은 편에 속한다. 

자궁경부암의 진행단계(병기) / 사진=한국MSD
자궁경부암의 진행단계(병기) / 사진=한국MSD

2022년 초반까지 지속성(Persistent), 재발성, 전이성, 자궁경부암 표준치료로 사용돼온 요법은 베바시주맙과 항암화학요법(파클리탁셀+시스플라틴)의 병용 투여였다. 이 치료법은 약 7~8년간 보편적으로 사용돼왔지만, 부작용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모든 경우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진행성, 전이성은 통상적으로 자궁경부암 4기 환자를 말하며, 재발성은 기존 치료(항암방사선 동시요법 등)가 실패한 뒤 첫 번째로 재발한 환자를 뜻한다. 

MSD가 같은 해 9월 키트루다 KEYNOTE-826 3상 임상의 중간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PD-L1 발현 양성(CPS≥1)인 지속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로서 베바시주맙을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은 항암화학요법(시스플라틴+파클리탁셀 또는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표준치료 양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의료진들은 면역항암제가 전신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지속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생존 혜택을 보여준 최초의 임상 사례라고 평가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작년 자궁경부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의 1차표준치료법으로 우선권고(Preferred Regimen)하기도 했다.

KEYNOTE-826 최종 데이터 (OS)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KEYNOTE-826 최종 데이터 (OS)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KEYNOTE-826 최종 데이터 (PFS)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KEYNOTE-826 최종 데이터 (PFS)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이후 약 9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난 6월, 연구진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ASCO 2023'에서 KEYNOTE-826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분석 결과, PD-L1 발현 양성(CPS≥1) 환자 기준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 중앙값은 28.6개월(95% CI, 22.1-38.0)로 약 30개월에 가까운 데이터를 보였다. 이는 대조군 16.5개월(95% CI, 14.5-20.0)과 비교해도 1년 이상 연장된 수치다.

24개월 시점 OS 분석에서는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4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으며(HR=0.60, 95% CI 0.49-0.74, nominal P<0.0001), △나이 △PD-L1 발현 유무 △베바시주맙 병용 여부 등에 관계없이 생존율 개선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향은 무진행 생존기간도 마찬가지였다.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군 PFS 중앙값 은 10.5개월(95% CI, 9.7-12.3), 대조군은 8.2개월(95% CI, 6.3-8.5)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2% 감소시켰다(HR=0.58, 95% CI, 0.47-0.71, nominal P<0.0001).

히트뉴스는 이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 환경에서 자궁경부암 치료에 키트루다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부인암 대상 임상에도 참여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이정윤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자궁경부암의 치료 환경과 키트루다 사용 경험 그리고 이번 임상 결과가 가지는 의미 등을 들어봤다.

이정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황재선 기자
이정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황재선 기자

 

3대 부인암인 자궁경부암,

키트루다 허가로 기존 치료 한계 넘는 옵션 생겨 

자궁경부암의 치료 환경부터 설명한 이정윤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암이라는 점이 특징적인 암"이라며 "지난 20~30년 동안 여성암 중 가장 조심해야 하는 암으로 생각돼 왔지만, 조기 검진 활성화 및 백신 개발로 신규 발병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유병률이 높은 암종에 비해 치료 옵션이 한정된 질환인데, 그동안 자궁경부암의 표준치료로는 파클리탁셀+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이뤄졌고, 필요에 따라 베바시주맙을 추가하곤 했지만,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자궁경부암 표준 치료법으로 도입됐다는 것은 임상의로서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표적항암제인 베바시주맙은 약제의 특성상 출혈 문제가 지적되곤 하는데, 방사선 치료 시행 비율이 높은 자궁경부암은 방광이나 직장에 암이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방광 및 직장 누공, 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에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진행성, 재발성 암에서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치료의 최우선 순위이므로, 환자의 생존을 위해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시행돼왔다. 반면, 키트루다는 베바시주맙에 제한이 있던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교수는 "표적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는 서로 중복되는 독성을 갖고 있어 병용 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중복되는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병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키트루다를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도 존재한다. 의료진은 면역항암제를 썼을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심각한 간염 보유자, 자가면역질환자 등에서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득과 실을 따져본 뒤, 환자와 상의하에 치료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KEYNOTE-826,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28.6개월, 사망 위험 40% 감소 입증

지속성, 재발성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법을 고려할 때 생존율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ASCO에서 공개된 KEYNOTE-826의 전체 생존 중앙값 데이터는 그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최종적으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28.6개월을 기록했다. 암 환자분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한 생존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환자분들게 키트루다를 자신있게 제안드릴 수 있게 됐다"며 "생존기간만큼이나 추적 관찰기간도 중요한데, 39.1개월의 추적기간 중앙값을 보인만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을 한참 넘어서 관찰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데이터이며, 이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치료법에 키트루다를 추가하면 사망률을 4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인데, 생존 곡선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대조군 대비 1년 가량 증가한 전체 생존기간을 기록한 것은 매우 놀랍다"며 "중간 결과에서 보였던 PFS 결과가 OS 개선으로 이어진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KEYNOTE-826 최종 데이터 (ORR, DOR)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KEYNOTE-826 최종 데이터 (ORR, DOR) / 사진=ASCO 2023 발표 자료 발췌

특히 이 임상에서는 키트루다 환자군 4명 중 1명이 '완전 관해(CR)'를 나타냈을 정도로,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 68.5%)을 보였는데, 이 교수는 이 이유를 "키트루다의 전략 중 하나였던,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이 폐암, 삼중음성 유방암에 이어 자궁경부암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항암화학요법으로 암세포를 파괴할 때 나오는 항원들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더욱 좋게 만든다는 가설이 있는데, 그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키트루다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해본 이정윤 교수에게 있어 면역항암제가 가지는 긴 반응지속기간(DOR)은 열광할 만한 장점이다. 

그는 "현재까지 키트루다로 치료해본 5명의 환자 중 가장 오래된 환자는 10~11번의 투약을 거쳤다"며 "이 환자는 완전 관해 상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고, KEYNOTE-826 임상처럼 오랜기간 지속 관찰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장기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효과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KEYNOTE-826 임상에서 키트루다 환자군의 반응 지속기간은 19.2개월(1.3+ to 40.9+)로, 대조군 10.4개월(1.5+ to 40.7+)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지속기간을 기록했다.

이런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이정윤 교수는 실제 임상 환경(RWE)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조기 치료로 향하는 키트루다 임상 

이정윤 교수가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황재선 기자
이정윤 교수가 히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황재선 기자

최근 자궁경부암 조기 단계에서도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조기 단계는 1차 치료 또는 치료를 많이 받지 않은 상태로, 이  단계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임상의들의 믿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의 경우에도, 국소 진행 자궁경부암에서 항암방사선 동시요법과 병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KEYNOTE-A18'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의 결과는 올해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부인암 치료 분야에 있어서 KEYNOTE-A18 연구 결과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국소 진행성 자궁경부암부터 진행성, 전이성 자궁경부암까지 모든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교수는 조금 더 많은 환자들에게 키트루다와 같은 개선된 효과를 입증한 치료법의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보험급여도 큰 문제로 작용한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속히 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궁경부암의 국내 치료 수준은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방사선 치료, 임상시험 환경 모두 따져봐도 마찬가지"라며 "아쉬운 점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면역항암제에 노출되고 나서 다시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후속 연구도 조금 더 활발히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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