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낮은 약가+원료 상승까지… 주요 수탁사도 '하반기부터'

코로나19와 독감의 연속으로 바닥을 보였던 에르도스테인 진해거담제 수급 불안 문제가 올해 상반기 안에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원료공장 화재를 시작으로 낮은 약가와 수입산 원료 상승이 맞물리며 사실상 손 놓는 업체까지 생기고 있다.

최근 국내 수탁 분야에서 유명한 A사는 자사의 에르도스테인 성분 진해거담제 출하시점을 8월 예정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지를 위탁사에게 전달했다. 해당 제약사는 국내 다수의 회사에 자사 에르도스테인 캡슐 제제 등을 공급하고 있다.

해당 회사가 연초에 밝힌 시점은 4월~5월 경. 하지만 계획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8월에 가까운 시점까지 출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다른 에르도스테인 수탁사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회사도 생산을 5월로 전망했었지만 현재는 실제 생산시점이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자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C사와 D사, 10개 남짓의 위탁사를 가진 E사 등도 제품 생산 일정을 미정으로 바꿨다. 이들 모두 생산 예상 시점을 예단할 수 없는 단계다.

에르도스테인은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처방되는 진해거담제다. 가래가 심할 경우 소위 '세트처방'에 기본 포함되는 제제로 불릴 만큼 효과나 안전성 등이 입증된 올드드럭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에르도스테인 제제의 전체 처방액은 약 743억 원 상당이었다. 액수만 들으면 작아 보이지만 100원 초반에 불과한 이들 제제의 보험약가를 생각해보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의 품절은 기본적으로 이들 제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역대 최고급의 매출을 기록한 이들 제제의 2021년 매출은 303억 원이었다. 2020년 351억 원 대비 수가 줄어들었지만 이는 2020년 셧다운 등으로 판매에 필요한 원료가 부족했던 탓이 크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상당수 회사의 원료를 공급하던 화일약품이 지난해 화재를 입어 원료를 생산할 수 없게 되면서 이들 제제의 수급 불안정이 본격화됐다.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원료를 만들고 있지만 그 수가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원료 업계에서 만들어도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는 원료를 만들기 보다 더 높은 가격의 원료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추정한다. 

더욱이 처음부터가 아닌 이른바 조품을 받아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더욱 생산이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등록된 총 29개 등록 원료의약품(DMF) 중 상당수가 인도와 중국인데 이들이 만드는 제품의 원료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하는 당뇨 치료제 다파글리플로진과 고혈압 치료제 피마사르탄 성분의 단가로 제네릭 생산비용이 매우 올랐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전할 만큼 원료 수급은 쉬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체의 생산 계획이 늦춰지면서 현재 시장에는 사실상 에르도스테인 전품목이 지난해 말부터 품절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온라인몰은 물론 대체가 가능한 테오브로민 등의 제제 역시 사실상 전체 품절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인 에르도스테인 제제의 특성상 제약사들이 스스로 제품을 무리해서 만들어 낼 만큼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 이 때문에 더욱 생산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터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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