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제약 신임 대표로 선임
인보사 미국 임상과 국내 재허가 및 항암제 개발 리드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플랫바이오' 창업자인 김선진(사진)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대표로 각각 신규 선임되면서 코오롱그룹 신약 개발의 방향타를 거머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이미 최고의학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CMO)를 맡고 있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에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TG-C)' 미국 임상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국내 품목 재허가를 각각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가 창업한 회사인 플랫바이오가 코오롱제약에 합병되면서 코오롱그룹은 항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그룹 신약 개발 수장 등극…인보사·항암제 개발 이끌 듯

코오롱생명과학은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어 개최된 이사회에서 김선진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바이오 벤처 창업자를 코오롱그룹 신약 개발 수장으로 앉힌 셈이다.

김 대표는 이튿날인 29일 코오롱제약의 신임 대표(각자 대표)로도 선임됐다. 동시에 코오롱제약은 김 대표가 창업한 플랫바이오를 흡수합병했다. 이로써 플랫바이오는 소멸되고 코오롱제약만 존속하게 된다. 합병기일은 오는 6월 1일이다.

앞서 김 대표는 2020년 3월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는데, 이듬해 6월 일신상 사유로 자진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사임과 동시에 코오롱티슈진의 CMO를 맡아 인보사(TG-C)의 무릎 골관절염(Knee OA) 미국 임상 3상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그는 TG-C의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이끌어 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코오롱티슈진은 2021년 12월 TG-C 미국 임상 3상 투약을 재개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회사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번에 코오롱생명과학 신임 대표로 선임된 만큼 인보사가 다시 국내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회사 측은 "김 신임 대표의 다양한 바이오 산업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KLS-2031(개발코드명)' 등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랫바이오는 국내 최대인 60여개의 췌장암, 난소암에 대한 특이 표적을 발굴해 이를 기반으로 항암제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췌장암, 난소암, 골수백혈병을 비롯해 다양한 암종 분야에서 2025년까지 라이선스 아웃(L/O)을 목표로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제약은 플랫바이오를 흡수합병함으로써 이 회사의 신약 개발 능력과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약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제약 측은 "신약 개발 외에도 플랫바이오의 자산인 해외 메이저 제약사와 폭넓은 네트워크와 풍부한 임상 경험이 향후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합병법인의 양적, 질적 성장과 미래가치를 더욱 높여 추후 상장 추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제약, 플랫바이오 흡수합병…위축된 투자심리개선 물꼬 될까

제약바이오업계는 합병으로 코오롱제약이 기존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강력한 사업 네트워크에 더해 항암 신약 개발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 딜은 최근 비상장 바이오 벤처 업황과 자금 조달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상장 바이오 벤처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밸류에이션을 낮춰 벤처캐피탈(VC)이나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는 사례가 적잖이 있는데, 이번 코오롱제약의 플랫바이오 흡수합병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플랫바이오는 2020년 초 스닉픽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총 33억원을 조달했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총 5만2800주를 주당 6만2500원에 발행했다. 당시 투자 라운드는 시리즈 A로 포스트 밸류에이션(Post-Valuation)은 약 280억원이었다.

플랫바이오는 이듬해 2021년 말 46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 보통주 3만5360주를 주당 13만1250원에 발행하는 형태였다. 포스트 밸류에이션은 640억원 정도였다.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작년 말 기준 코오롱제약 주식 57만6874주(지분율 48.1%·총 발행주식수 120만주)를 갖고 있다. 해당 주식에 대한 장부가액은 약 124억원이다. 이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할 때 코오롱제약의 밸류에이션은 2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코오롱제약은 플랫바이오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데, 플랫바이오 주식 1주당 코오롱제약 주식 2.38주로 산정해 상호 교환하는 방식이다. 플랫바이오의 현재 총 발행 주식수(보통주 기준)는 총 47만2160주다. 여기에 배정주식비율을 곱하면 플랫바이오 주주에게는 대략 113만여주의 코오롱제약 주식이 배정된다. 코오롱제약이 주식 스왑 형태의 합병을 통해 자신과 거의 동일한 밸류에이션으로 플랫바이오를 합병하는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코오롱제약은 그간 개량신약과 제네릭(복제약) 및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왔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추가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했다"면서 "코오롱제약의 플랫바이오 흡수합병은 경쟁력 있는 바이오 벤처의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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