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넘버 원 바이오기업 삼성과 한국 바이오생태계의 상생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 또한 1조원에 육박하며 전년에 이어 3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특히 유럽(59.5%)과 미주(28.5%) 지역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도 확고히 했다. 삼성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1년 만에 거둔 결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제약 산업의 판도를 한순간에 뒤바꿔 놓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리나라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서 K-BIO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인지도 또한 높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바이오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한국의 바이오 산업을 이야기할 때 삼성을 가장 먼저 언급할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로도 꼽고 있다. 삼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바이오 산업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삼성의 이같은 성공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뛰어난 연구 성과에 기반해 기술 창업에 나선 많은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삼성과의 협업을 고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겠지만, 신약 연구개발(R&D)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R&D를 위한 투자 유치의 제1순위로 주로 삼성을 꼽는다.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은 가장 함께하고 싶은 협업 파트너이자 동시에 투자 유치 대상인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위해 지난 2021년 'SVIC 5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라이프사이언스펀드)'에 출자했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990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95억원을 책임지는 구조다. 또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올해 초 약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라이프 사이언스 분야 신기술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SVIC 6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전경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이미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벤처 '재규어진테라피'와 나노입자로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센다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SVIC 63호도 주로 해외 바이오 벤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산업이야말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거대한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해외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삼성의 투자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가 우리나라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투자 빙하기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 삼성이 든든한 생명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삼성은 먼저 바이오의약품 제조·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이를 달성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보다 앞서 국내 많은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은 신약 R&D를 우선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건 사실이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많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혁신신약 개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인해 유망 파이프라인에 대한 편중 현상도 심화할 전망이다. 삼성이 로직스와 에피스를 통해 조성한 펀드 규모만으로 볼 때 글로벌 무대에서 유망하거나 경쟁력 있는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이 비단 해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진행된 한국바이오협회 주최의 '바이오 교류회'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기자에게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중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곳은 분명히 있다"며 "삼성과 같은 큰 기업이 국내 유망 기업에 관심을 더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텍 대표도 "국내 초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중에서도 유망한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약사 IR 피칭의 허들을 넘기가 힘들다"면서 "바이오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산업 경험이 풍부한 삼성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독일 제약사 머크는 국내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Advance Biotech Grant Program'을 오는 5월 26일까지 진행한다. 선정된 기업은 총 2억2000만원 상당의 머크 Process Solutions의 제품과 서비스를 수여한다고 한다. 삼성은 이미 자의반 타의반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거대한 한 축이 됐다. 삼성이 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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