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경동·동구바이오 이어 진양제약도 신기사 설립
종근당은 VC, 대웅제약·한독·휴온스·파마리서치 AC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늘 것"

코스닥 상장사 진양제약은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제약회사 중 한 곳이다. 전문의약품(ETC) 매출 증가 덕분에 지난해 763억원의 매출액과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5%에 육박하는 수익성이 탄탄한 제약사로 꼽힌다.

 

진양제약이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이하 신기사) 등 자회사 설립과 함께 투자업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제약업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소형 알짜 제약사가 국내 유망한 바이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약사의 바이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자기자본을 활용해 바이오 전문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에서 직접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더 나아가 직접 액셀러레이터(ACㆍ창업기획자)와 벤처캐피탈(VCㆍ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가는 전략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진양제약 사례처럼 VC의 또 다른 형태인 '신기사'를 설립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신기사(최소 100억원)의 경우 VC(최소 20억원)보다 설립 자본금 기준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요구된다. 그만큼 많은 투자금을 유망한 초기기업에 집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웅제약도 국내 바이오 벤처의 든든한 전략적 투자자(SI)가 되기 위해 상반기 중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할 계획이다. CVC는 VC 또는 신기사 형태로 설립할 수 있다. 펀드 없이 모회사에서 직접 투자 부문 CVC를 만들어 투자하거나 CVC 법인을 만들고 일반 VC처럼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하는 유형이 있다.

앞서 회사는 2020년 창업자 선발, 보육, 투자 등 AC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같은해 중소기업벤처부에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 AC로 등록했다. 지난해에는 제약업계에서 유일하게 ‘팁스(TIPSㆍ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운영사’로 선정되며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팁스는 중기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말한다.

펀드 조성 여부에 따른 CVC 구분. 임정욱(2019),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CVC, 현안분석,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발표자료 재인용 /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펀드 조성 여부에 따른 CVC 구분. 임정욱(2019),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CVC, 현안분석,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발표자료 재인용 /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내 제약사 중 VC나 신기사를 설립한 대표적인 곳으로는 동아쏘시오그룹(NS인베스트먼트), 종근당그룹(CKD창업투자), 광동제약(KD인베스트먼트), 경동제약(킹고투자파트너스), 동구바이오제약(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이밖에 한독, 휴온스, 파마리서치는 2020년 AC 활동을 정관에 추가했다. 한독은 이듬해인 2021년 이노큐브라는 AC를 설립했다.

NS인베스트먼트, CKD창업투자는 그룹 계열사가 아닌 오너 일가에서 직접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NS인베스트먼트는 그룹 오너 3세인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2015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바이오 전문 VC다. CKD창업투자는 종근당그룹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가 최대주주였지만, 2018년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홀딩스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이장한 회장 및 그 자녀(장남 이주원씨, 차녀 이주아씨)에게 매각했다.

녹십자그룹은 지난 2000년 녹십자벤처투자(GCBI)를 설립한 바 있지만, 이후 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산하 사업부에서 관할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한미약품그룹의 한미벤쳐스도 고 임성기 전 회장이 2016년 설립했지만, 한미헬스케어에 합병된 뒤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한미헬스케어 흡수합병에 따라 그 기능이 지주사로 편입됐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9년 200억원을 출자해 신기사 KD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킹고투자파트너스도 신기사로 성균관대 동문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출자해 2017년 8월에 설립했다. 경동제약이 최대주주로 17.1%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경동제약 창업주인 류덕희 명예회장이 성균관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류 명예회장의 장남인 류기성 부회장은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구바이오제약도 지난 2021년 신기사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도형 동구바이오제약 전 사장이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동구바이오제약 오너 2세인 조용준 부회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한 바이오 벤처 대표는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신약 개발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제약사를 SI 투자자로 염두에 두고 투자 유치를 위한 IR을 많이 해왔지만 그동안 제약사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는 않았다"면서 "투자 비히클을 갖추게 된 제약사를 중심으로 앞으로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사수정 이력 

NS인베스트먼트와 타임폴리오캐피탈과 관련해 회사 측 입장이 추가적으로 확인돼 6번째 문단의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이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