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무의미한 시간 논쟁, 대의원 거수기 만들지 않겠다"

대한약사회가 14일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전자 투표 도입은 물론 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윤리위원회 등 기존에 없었던 제도를 손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말만 나왔던' 상황을 싹 다 바꾸겠다는 것인데 기존 관행을 최대한 걷어내고 참석 대의원들이 회의 안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정하겠다는 의미다.

대한약사회 총회 의장단(의장 김대업, 부의장 권태정, 정명진)은 지난 달 28일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김대업 의장은 지난 3년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총회 등 대면 상황이 없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총회가 약사회 대의원의 뜻을 모을 총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장단은 이 날 총회를 통해 몇 년째 처리되지 못했던 정관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몇 년째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어 대의원총회 자체의 존립이 부정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관 개정안 내용은 정관 등 개정시 전자투표와 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윤리위원회 개정안 등이다.

여기에 이번 대의원총회에는 '대한약사회장 및 지부장 선거관리규정' 등도 담겨 있다.

의장단 측은 "이번 정관개정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손봐야 하는 내용과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른 변경사항이 대부분"이라며 "현 집행부와도 정관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그렇기에 이번 정기총회에서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총회 의장.
김대업 대한약사회 총회 의장.

김대업 의장은 먼저 전자투표의 경우 "대면 회의가 원칙이고, 대면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감하기에 우선 대의원을 모으고 참석이 정말 어려운 대의원들을 화상으로 총회에 참석시키려 한다"며 "정부 국무회의와 다른 법인체도 모두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이들에게 표결권을 주는 점을 반영해 이번 화상으로 총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도 같은 권한을 부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전자 투표 도입을 통해 투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 한다'며 '기존 거수방식은 집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고, 이로 인해 안건 논의할 시간이 적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의장단 측은 예산 및 운영위원회 설치는 대의원들이 거수기가 아닌 대한약사회 운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미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지난 대의원총회에서 예결위와 운영위 구성 의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의장단 3명에 위원 6명으로 해서 예산 및 운영위원회를 출범했다"며 "올해는 구성보고 및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내년에는 예결산 부분 등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의원들이 거수기로만 남지 않고 약사회 운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예결위라는 것이다.

김위학 예결위 간사는 "예산 등을 사전에 논의하면 대의원총회를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예결위가 사전에 내용을 검토하고 대의원들이 토론할 시간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의장단은 여기에 선거관리 규정과 윤리규정의 개정도 충분한 검토를 거친 내용이기에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먼저 선거관리규정의 핵심은 '죄를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한 뒤 처벌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내용이다.

현행 대한약사회 선거관리규정에는 다른 후보자에게 비방, 허위사실 공표, 공연한 사실 적시 등 명예훼손 또는 이 선거규정을 위반해 법원의 1심 판결에서 확정 여부를 불문하고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징역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 당선을 취소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최근 나온 선거규정 개정안은 기존 규정에서 '1심 판결'이라는 말과 '선고된 경우'를 지우고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혹여 고등법원 항소,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진다면 마지막 판단이 내려진 후 처벌을 삼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선거관리 규정을 지난 총회에서 하지 못해 2021년 선거에서 우편투표만 했었다'며 "이번에도 선거관리 규정을 개정하지 못하면 우편투표를 해야 하기에 일부 규정을 개정하려 하고 여기에 기타 의견을 반영해 일부 규정도 손질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 개정이 진행될 예정인 안건이 바로 약사윤리규정이다. 약사윤리규정에는 기존 표창을 받은 자의 경우 징계사유 발생시 1회에 한해 징계를 경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삭제한다는 것이 이번에 논의될 내용이다.

의장단 측은 윤리규정도 현재 보건의료 단체 중 법에 따라 독립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한 것은 약사회 뿐이기에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정관과 선거관리규정, 윤리규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했고, 절차들도 충분히 거쳤다"며 "모든 대의원과 집행부에 의견 조회를 부탁했고 그 내용을 반영해 최종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대업 의장은 "대한약사회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에 대의원들이 이번 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미래에 대한 조언과 충언을 해야 한다"며 "의장단은 이번 총회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총대 멘 의장단

일부 규정 개정 등은 난관 예고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 의장단이 총회에 앞서 이슈를 꺼낸 것은 실제 이번 총회에서 이견이 존재할 수 있는 사안을 정면돌파해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전자투표 도입과 예결위의 경우 실제 논의는 됐지만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한 사례다. 특히 예결위는 코로나19 이전 대의원총회에서 안건이 나왔음에도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바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족수가 모자란다 해도 전자로나마 안건 심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규정 개정 등은 총회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다. 정관과 함께 논의되는 선거규정과 윤리규정이 그 것이다.

앞선 선거 규정의 경우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실제 반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선거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인사가 당선이 된 후 임기가 시작되면 3심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회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임기가 시작되고 당선된 이가 대법원까지 상고를 진행할 경우 대법원 상고까지 진행돼 유죄가 확정돼도 이미 임기가 끝난 뒤인 최악의 상황까지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기 이후에 책임을 묻는 과정도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윤리규정 문제다. 실제 지난 해 약업계 몇몇 인물이 현 최광훈 회장에게 사면 등을 요구하는 등의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양덕숙 전 약학정보원장은 최 회장이 대한약사회장 선거 당시에 사면을 약속했다며 이를 이행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장동석 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회장의 경우에는 최 회장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약사회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과거 조찬휘 전 회장의 대한약사회관 운영권 부당거래 의혹으로 피선거권 4년 제한 조치를 받았었다. 장동석 전 회장은 대한약사회장 선거 기간 경고 누적으로 임원 기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 약사사회에서 나왔던 조항이 바로 앞선 내용을 담고 있는 약사윤리규정 제11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면이냐 아니냐 문제를 떠나서 징계 사면 관련 규정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표창의 종류를 정해 놓지 않아 회장이 사면을 위한 수단으로 이를 운용할 수 있고, 징계를 받은 인물들도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사면권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러 인물들의 상황이 걸려 있다 보니 실제 총회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면 돌파를 통해 문제를 확실히 하자는 의도로 분석된다.

4년만에 '얼굴 보며' 열리는 대의원총회에서 이들 안건이 과연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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