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강조한 모연화 약사
"환자건강 위해, 약사는 개입(intervention)해야 한다"

 검색 끝판왕 구글, 넌 괜찮아? 눈 떠보니 챗 GPT 세상  

구글과 네이버에서 궁금증을 해소한 게 어제인듯 한데, 사람들은 유튜브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까스로 유튜브에 익숙해 졌는데, 이젠 Chat GPT라고 한다. Who are you, Chat GPT?

① 한 아이를 둔 엄마 기자, 챗 GPT 입문
② 약사와 환자, 소통 전문가가 본 앞 날
③ 지역 주민 건강서 역할 찾았던 약사의 눈 

약국 내 약사와 고객의 소통에 대해 꾸준하고도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모연화 약사.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열린 '휴베이스 새내기강의'에서 모 약사는 '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다. 이건 '인공지능 챗봇이 일상화된다면 약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의 다른 말 아닌가. 모 약사에게 연락했다. 그는 새내기뿐만 아닌 모든 약사가 들어볼 만한 답을 내줬다.

모연화 약사
모연화 약사

제가 챗GPT을 써보았는데 아직 내용도 부실하거니와, 얘가 주는 정보를 그대로 믿기엔 아무래도 찜찜하고 그래요. 박사님, 사용해 보셨어요?

"네. 생각보다 챗 GPT 녀석, 그럴듯하게 말해주더라구요. 그런데 타이레놀 관련해 질문해 보면, 한글 질문엔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용법·용량조차 틀린 답을 내놓더니 영어 질문엔 또 정확한 답을 내놓고... 완전히 믿기엔 힘든 수준이에요. 그런데 정 기자는 왜 챗봇이 찜찜해요?

 

소화가 안된다고 했더니 술이나 생강을 먹어보라고 하고, 추천해주는 약물도 죄다 미국 제품들이고요. 소화제에 멀미약에 제산제에 이것저것 막 추천해주더라고요. (아직은) 제가 원하는 수준의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지는 않았어요. 

"맞아요.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말이죠. 그런데 정기자는, 챗봇 답변을 보고 당장 '이게 말이 안된다'고 알 수 있었죠? 현재를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왜냐, 인터넷에 쉽게 물을 수 있고 정보를 비교 평가할 수 있거든요. 

 

그건 맞아요. 웬만한 건 모두 스마트폰으로 먼저 검색해보니까요. 저도 최근에 '복통 원인', '배 아플 때 먹는 약'을 먼저 검색하고 병원과 약국에 갔어요. 약국에서 산 약도 집에 와 인터넷으로 검색해 어떤 기전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지요. (약사님을 믿지만ㅎ, 꼭 다시 확인을 해보네요.)

"요새 사람들은 정보 탐색을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어요. 몸에 불편함을 느끼면 병원과 약국은 멀지만 지금 당장 스마트폰은 너무 가까이에 있죠. 이 안에는 정보가 넘쳐나고요. 환자들은 앞으로도 구글, 네이버, 챗GPT, 헤이 구글, 지니를 활용하겠죠. 이에 맞춰 환자가 가진 정보력도 계속 강해지겠죠."

 

제가 궁금한 챗GPT도 기술이 발달하고 더 많은 정보를 학습해 점점 더 정확한 답을 할 수 있게 될 거고요. 사람들은 여기에 더 의존하게 되고... 하지만, 이게 다일까요? 

"그런데, 처음에 '챗GPT가 주는 답을 그대로 듣기엔 찜찜하다'고 했죠? 그건 단지 인공지능이 주는 정보가 아직 부정확하기 때문만은 아닐거에요.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 해도, 사람들은 답을 들었다고 해서 그걸 바로 믿지 않아요. 다시 확인하고, 검증받고, 독려 받고싶어 하죠. 한 마디로 '그래그래. 네가 찾은 정보가 이런 부분은 맞아. 이 정보를 잘 활용해 보자' 같은 검증과 '그러니 우리 함께 이런 행동을 해볼까?' 같은 독려 같은 걸 원하죠. 

휴베이스 새내기약사 강의 중 '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자료 (출처: 모연화 약사)
휴베이스 새내기약사 강의 중 '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자료 (출처: 모연화 약사)

여기 그림을 한번 볼까요. 약국에서 약을 받으면 약사가 '고혈압약이에요. 합병증을 예방해줘요. 하루에 한 번, 식사 관계없이 복용하세요'라고 말하죠. 그런데 그 말을 듣는 환자는 속으로 생각해요. '저 말은 인터넷에서 봐서 나도 알고 있어'라고요. '근데 난 먹기 싫어.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대잖아.' 과연 이런 우려를 가진 환자가 고혈압약을 제 때 잘 복용할까요?"

 

글쎄요. 저도 약국에서 산 약 중 당장 꼭 필요한 것만 먹고 나머진 집에 그대로 남아있어요. 소화효소제 말고 다른 것들은 다 부수적인 약으로 보였거든요. 저 환자도 고혈압약 챙겨먹기에 별로 신경을 안 쓸 것 같아요.

"맞아요. 관행적인 정보 제공 중심의 설명적 대화가 환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가 이거에요. 사실, 설명문 형태의 인공지능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 경계를 벗어날 수 없어요. 이 부분에서 인간인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아있다고 봐요. 행동에 개입하는 동기부여, 다시 말하면 그 사람이 행동할 수 있게 직접 끌어주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거죠."

휴베이스 새내기약사 강의 중 '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자료 (출처: 모연화 약사)
휴베이스 새내기약사 강의 중 '디지털 전환 시대, 약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자료 (출처: 모연화 약사)

지금 잘 하고 있고, 니가 알고 있는 게 맞으니 우리 한번 꾸준히 잘 해볼까?라고 환자에게 동기부여 해주자는 건가요?

"그렇죠. 그러기 위해서는 대면의 순간에 오가는 '감정'에도 주목해야 해요. 우리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며 대화할 때, 염려, 걱정, 지지, 응원 같은 감정을 상대에게 오롯이 전할 수 있어요. 사실 '별 관심없어'라는 감정 또한 대면의 순간에 가장 잘 전달되죠. 이 감정을 활용해 전문가는 환자에게 공감하고 환자를 설득해 행동을 바꿔나가도록 할 수 있어요. 그저 정확한 말, 정확한 정보만으로는 환자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 없죠.

다시 말해, 챗GPT가 고도화돼 정확한 답을 내놓는 건 가능하지만, 그 정보 만으로 사람이 '아 그렇구나, 고혈압약은 이런 기전이 있으니 내가 열심히 잘 먹어야겠다'고 당장 동기가 생기진 않아요. 하지만 약사가 '어머님,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예방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죠. 이제부터 하루에 한 번씩 약 드시고, 매일 매일 하루 30분 정도 걸으셔야 해요.'라고 (염려와 격려의 감정을 담아) 말한다면 어떨까요.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나타났다 해도 마찬가지에요. '챗GPT에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뭐래요? 그녀석 똑똑하네. 맞아요. 근데 어머님. 중요한 건 이런 거에요' 라고 검증하고, 그것을 무기로 소통해서 사람들의 건강 행동을 독려하는 게 중요하죠."

인간이 기술에 대응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인간다움'이라는 말씀이죠?

"네. 그간의 전문가는 나만 줄 수 있는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강조되었어요. 앞으로의 전문가는 무엇보다 전문가의 존재 이유인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진정성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고 봐요. 저희의 목적과 목표는 사람의 건강이니까요. 

그런데 인공지능처럼 정보만 전달하는 것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몇 배로 힘든 일이에요. 지금까지는 정보만 전달해도 됐지만 이젠 아니에요. 그것 만으론 부족한 시대가 왔어요. 그래서 이러한 변화된 역할에 대해 약사들이 더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가질 수 없는, 인간으로서 약사 만이 가능한 무기를 가지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가가 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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