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주제로 챗GPT에 영어·한국어로 질문
영어 답변 비교적 정확하지만 한국 답변과 상황에는 부적절 
AI전문가 "아직 전문가 대체하긴 어렵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검색 끝판왕 구글, 넌 괜찮아? 눈 떠보니 챗 GPT 세상  

구글과 네이버에서 궁금증을 해소한 게 어제인듯 한데, 사람들은 유튜브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까스로 유튜브에 익숙해 졌는데, 이젠 Chat GPT라고 한다. Who are you, Chat GPT?

① 한 아이를 둔 엄마 기자, 챗 GPT 입문
② 약사와 환자 소통 전문가가 본 앞 날
③ 지역 주민 건강서 역할 찾았던 약사의 눈 

"챗GPT에 물어봐, 언니. 모르는 게 없어."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이슈다. 지금까지 나에게 인공지능 'AI'는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정도였지만 챗GPT는 다르다. 저 멀리 있던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와 직접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엄청난 이슈다. 방송과 언론이 모두 인공지능 챗봇을 다루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친동생은 이미 일상에서 여러가지를 챗봇에서 물어보며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주는 답변이 아직 100% 신뢰할 만큼 정확하진 않으나, 얼추 참고할 만한 답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물어보았다. 아픈 데가 생기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기 전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얼른 챗GPT에 접속했다.

 

영어 질문에 1초만에 내놓은 답변, 한글은 아직 '버버벅'

챗GPT 사용기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지난해 11월 출시됐는데,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말이다. 최근 소화불량으로 병원과 약국을 찾았던 경험을 되새겨 챗GPT(2023년 2월 18일 현재)에게 똑같은 질문을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챗GPT는 아직 '영어'와 '미국 사회'에 최적화된 툴로 보였다.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치료받고 약을 구매하는 나에겐 적절한 답을 주지 못했다. 

영어 질문에 대한 답변(왼쪽)과 한글 질문 답변(오른쪽)
영어 질문에 대한 답변(왼쪽)과 한글 질문 답변(오른쪽)

'배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할까'란 질문에 영어로는 △물을 마시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생강 먹기 △OTC 의약품 복용(북미 지역에 출시된 소화제 '펩토비스몰'과 멀미약 '드라마민' 언급)을 추천했지만 한글 질문에는 마땅한 의약품 추천 없이 일반적인 생활습관 교정만을 제시했다.

'식사 후 소화불량', '속이 불편하고 울렁거림', '트림' 등 구체적인 단어를 넣은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영어 질문에는 앞선 답변에 더해 북미 지역에서 'Tums', 'Rolaids'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제산제, 소화제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한글 질문에는 오류로 인해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배 아플 때 복용할 만한 약을 알려줘'라는, 노골적으로 의약품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은 어떨까. 영문 답변을 번역해보았다.

①'Tums', 'Rolaids' 또는 'Maalox'와 같이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가 위산을 중화하고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 
②과도한 가스로 인해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 'Mylanta Gas' 또는 'Phazyme'과 같은 시메티콘 함유 제품이 팽만감과 불편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③속 쓰림이나 위산 역류와 같은 소화 불량 증상이 있는 경우 파모티딘(펩시드) 또는 라니티딘(잔탁)과 같은 일반 H2 차단제나 오메프라졸(프릴로섹) 또는 란소프라졸(Prevacid)과 같은 양성자 펌프 억제제를 복용할 수 있음.

아울러 한글로도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챗GPT는 △아스피린 △알코올 △파라오카인 △삼성제 등 다소 적절치 않은 답을 내놓았다. 특히 이중 '파라오카인'과 '삼성제'는 온라인상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마땅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명칭이었다. 무리한 번역 시스템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이름인 셈이다.

2023년 2월 현재 버전의 챗GPT를 직접 사용해보니, 답변의 속도나 내용이 아직까지 한글버전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영어 질문엔 1초만에 7개 단락의 답변을 도출했지만, 한글 질문엔 1분30초 정도 걸려야 답을 내놓았고, 그마저도 영어 답변만큼 온전하지 못했다. 

또 한국 상황과 제도에 맞지 않은 점도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의약품과 건기식으로 출시된 제품을 동시에 알려주거나, 불순물 이슈로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라니티딘 제제를 추천한 것들이 그렇다. 오히려 식습관, 물 마시기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 교정에 대한 부분을 풍부하게 알려주는 점은 새삼스러웠다. 병의원에서 받는 1~2분 내의 짧은 진료시간에는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인공지능 전문가도 "챗봇이 아직 전문가를 대체하긴 어려워"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알아보던 중 휴베이스 모연화 부사장이 좋은 소스를 보내왔다. 카이스트에서 바이오와 뇌공학을 전공한 반병현 저자가 집필한 '챗GPT-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이란 서적이었다.  

이 저자는 챗봇의 의약품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다루었는데, 기자와 약사들이 느낀 것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반병현 작가의 '챗GPT-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중 일부.(사진= 모연화 약사 제공)
반병현 작가의 '챗GPT-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중 일부.(사진= 모연화 약사 제공)

저자는 '의사 대신 챗GPT에 자문을'이란 챕터에서 "질문이 지엽적이고 정확하지 않다면 챗GPT는 알맞는 처방을 내려주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제제는 염증반응을 억제하여 알러지 반응을 줄여주지만 해열효과는 없다시피 합니다. 그다지 올바르지 못한 대처를 한 것"이라며 "인간 의사였다면 몇가지 질문을 추가로 제공하며 환자의 증상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거치고, 지엽적으로 좁혀진 증상을 토대로 처방을 내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였으며, 전문지식을 배운 적 없는 대한민국 평범한 성인과 비교하자면 놀라운 수준의 답변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장기간 쌓고 실무를 오래 본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려워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챗GPT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는 "챗GPT는 파라미터(함수관계를 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또 다른 하나의 변수)가 1750억 개 뿐인 모델"이라며 "2023년 공개될 GPT-4가 언론의 설레발처럼 1조 개의 파라미터를 갖고 온다면, 그래서 (지금의) 챗GPT보다 여섯 배 큰 두뇌로 말도 안되는 수준의 지능을 선보인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즉 챗GPT가 지금 보여주는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아직은 2% 부족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아직 남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두 약사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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