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등장 이후, 5년 만에 총대 맨 아스텔라스
사탕수수에 필름절감 PTP까지 노력 이어진다지만?

세계 시장의 흐름은 '건강한 제약을 위한 건강한 환경'을 외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 친환경 플라스틱을 1차 포장으로 활용하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업계는 말한다. 우리의 방향성은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친환경 의약품과 그 사이 규제를 함께 이야기해본다.

① 아스텔라스는 왜 새로운 시도를 했나
② ESG와 규제

왼쪽부터 아스텔라스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사용해 출시한 이리보와 기존 이리보 포장(출처=아스텔라스제약)
왼쪽부터 아스텔라스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사용해 출시한 이리보와 기존 이리보 포장(출처=아스텔라스제약)

지난해 10월 11일은 세계 약업계에서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난 날이다. 세계 처음으로 의약품을 감싸는 이른바 블래스터 포장에 친환경 방식이 쓰인 날이기 때문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은 이날 자사 블리스터 포장에 식물 유래 재료로 만든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을 의약품의 기본포장재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텔라스가 사용하는 블리스터 패키지는 바이오 매스 기반 플라스틱,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폴리에틸렌(PE) 50%가 쓰인다.

실제 정제 1차 포장을 위한 블리스터 패키지는 약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블래스터라는 포장 방식이 습기에 약하거나 잘 부서지는 정제에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도와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밀봉성, 복용시 손으로 부드럽게 열 수 있도록 하는 개봉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아스텔라스는 이를 위해 수 년에 걸쳐 축적된 포장기술을 사용하면서 정제 보호 기능, 유용성, 개봉성을 모두 충족하는 동시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시트를 사용하도록 했다.

아스텔라스는 당시 일본에서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제인 이리보(성분명 라모세트론)에 해당 포장을 사용하는 동시에 향후 석유 유래 플라스틱 블리스터 패키지가 아닌 타 제품에도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 블리스터 패키지를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이리보의 등장 이후 일본 의약품 시장에는 바이오매스 함유 플라스틱을 활용해 기존 석유 소재 플라스틱 원료의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 뒤를 따른 대표적인 상품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안구 세정제, 고바야시제약의 아이봉이다.

회사는 가장 대표적인 아이봉W 비타민 프리미엄을 비롯해 아이봉쿨 등 주요 제품은 전부 바이오매스 소재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고바야시제약은 이미 '고바야시 환경 선언 2030' 계획을 통해 전사적으로 모든 제품의 포장 및 디자인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있었다. 아이봉 용기 변경전 이미 화장실 용품인 블루렛을 비롯해 주요 브랜드에 친환경 수지를 도입했다.

여기에 비만 치료제인 니시톨Z 등을 유리병에서 바이오매스 소재 플라스틱으로 개선하는 등 의약품 분야에서의 친환경 소재 도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의 2018년 기준 168억 달러(약 18조 7471억 원)이었던 전 세계 친환경 포장재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286억 달러(약 3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어울리지 않는 약과 '친환경' 첫 등장 후 5년 걸렸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한 때는 2010년대 중반 즈음이다. 2016년 독일의 유명 포장업체인 게레스하이머가 화장품 분야를 위한 최초의 플라스틱 용기인 '바이오팩'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기존 의약품에서 쓰던 석유 기반 PE 혹은 PET 소재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부터다.

바이오매스 소재 플라스틱은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빼낸 다음 탈수 과정을 거쳐 녹색 에틸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PE나 PET로 만들어 내놓는 방식이다.

기존 석유 소재 플라스틱과 차이가 없어 의약품 보관에 무리가 없으면서도 석유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포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바이오팩과 이지슬라이드 OTC(출처=각 사 홈페이지)
왼쪽부터 바이오팩과 이지슬라이드 OTC(출처=각 사 홈페이지)

이후 세계 시장에서는 꾸준히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1차 포장 기술이 상용화됐다. 2017년 포장업체인 키스톤 폴딩박스가 내놓은 '에코슬라이드OTC' 역시 대표적인 제품이다.

현행 의약품 기준을 충족할 만큼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어린이가 쉽게 열수 없는 저항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기능상으로 충족하면서 약을 보호하는 PTP 필름 내 푸시스루 호일을 제거해 필름 내 플라스틱의 사용비율을 최대 50%까지 줄였다.

외부 포장 역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판지를 활용하고 포장과 플라스틱과 필름을 분리하기 쉽게 설계하는 등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등장한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좀 더 1차 포장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제약사 상당수가 의약품 제조에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의약품 제조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이 낮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의약품으로 인한 환경 오염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 환경부가 내놓은 '환경성 평가체계 가이드라인'이다.

이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자료를 보면 플라스틱과 의약품 분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는 총 1187만 톤에 달했다. 해당 수치를 업계의 평균치로 나누면 약 6만 6640톤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의 0.47% 정도를 차지하고 배출 상위권이 아니니 크지 않아보인다지만 식음료 업종이나 석유 업종이 각각 7만 3000톤, 2만 9000톤 가량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환경오염에 미치는 수준은 적지 않은 셈이다.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과거 비환경적 산업이라고 알려졌던 섬유 등의 일부 화학 관련 사업과 비교했을 때 그 수준이 절대 적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같은 기준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폐기물 배출량에서도 유사하다. 폐기물 배출량은 자동차 산업과 거의 같다. 

국내 제약업계 역시 최근 환경경영시스템 기준인 ISO14001 등을 획득하며 노력하고 있다지만 규제기준이 강력한 의약품 분야에서 '약을 만드는 과정'은 쉬이 해결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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