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형 잡고, 물질 존속기간 끌어내리기 전략?
우판권보다 '제네릭 출시' 우선 작전 돌입할까

두가지 장벽만 뚫어내면 10년을 당길 수 있다. 오랜만에 수십 개 제약회사가 동시 도전할 수 있을 만큼 큰 특허분쟁이 시작됐다. 출시 3년차 매출 1000억 원대를 돌파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케이캡(성분 테고프라잔) 이야기다.

이번에 시작된 결정형 특허를 시작으로 물질 특허의 늘어난 기간을 해결하면 우판권을 얻지 못해도 시장 진출이 쉬워진다.

삼천당제약은 26일 특허심판원에 '벤즈이미다졸 유도체의 신규 결정형 및 이의 제조방법'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2건을 제기했다.

해당 특허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결정형 관련 특허로 오는 2036년 3월 12일 만료될 예정이다. 

당초 다수의 업체가 후발약 개발 계획을 세우고 위탁사를 모집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삼천당제약이 특허를 깨기 위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허심판이 사실상 적게는 30곳, 많게는 40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특허분쟁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미 3분기 기준 소화성궤양용제 전체 원외처방액이 약 7200억 원 상당에 달하는 가운데 같은 기간 케이캡이 1237억 원을 기록한 상황. 한 약제가 16%가 넘는 구조에서 제약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특허심판에서 회피에 성공하면 물질특허가 만료된 이후인 2031년 8월 26일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5년 여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결정형을 다르게 한 두 심판의 동시 제기가 업계의 '비책' 중 하나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회피가 쉬운 건은 '잡고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여기에 물질특허의 연장된 존속기간을 만료시키는 방법으로 시장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케이캡의 물질특허는 2026년 12월 6일까지였지만 존속기간을 늘리면서 2031년 8월로 그 기간이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서 존속기간이 연장됐을 당시의 근거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목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위궤양과 '소화성 궤양 및/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적응증이 추가됐다.

현행 특허법 제95조, 제90조제4항 등을 보면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은 그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허가등의 대상물건(그 허가등에 있어 물건에 대하여 특정의 용도가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는 그 용도에 사용되는 물건)에 관한 그 특허발명의 실시 행위에만 미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말은 다소 어려워보이지만 용도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특허의 기한을 늘리면 늘어난 기간은 '그 용도'만 써야 한다는 뜻이다. 즉 특허 외 용도의 경우에는 사실상 특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만약 일부 적응증을 대상으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승리할 경우 제네릭은 계산상 2026년 12월 7일부터 나오게 된다.

물론 이같은 방법으로도 9개월간의 우선품목판매허가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과거 GSK의 탈모치료제 '아보다트'의 우판권 획득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보다트의 경우 특허 존속기간을 연장하며 그 기한을 2016년 1월까지 약 1년 4개월 여간 늘렸다.

당시 종근당은 여기서 새로운 전략을 짰다. 탈모치료제로는 특허 존속기간 연장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며 자사 제네릭약품은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하지만 약사법 제50조8의 2항이 발목을 잡았다. 등재된 특허가 무효 또는 존속기간 연장 등록이 무효이거나 해당 약이 특허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 혹은 판결을 받아야 우판권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 회피는 가능했지만 법률상으로 단순히 용도 특허를 깬 것이 앞선 법 조항과 부딪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답을 찾지 못했던 당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구했고 중앙약심이 이는 불가능하다고 해석함으로써 종근당의 우판권은 사라진 전례가 있다.

다만 우판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해도 당초 2036년에나 출시가 가능했던 상황에서 특허 두 개를 깨면 10년이나 출시 가능시점이 앞당겨지는 탓에 업계 역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장의 6분의 1을 지배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두고 국내 업체가 과연 얼마나 뛰어들지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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