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

"사업은 매력적인 것, 지금은 조금씩 자유를 얻고 있다"

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
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

직장인일 때도 사업할 때도 하지 않았던 4박 5일 간 무려 15개 회사 방문 미팅을 지난 달(2022년 9월) 마치고 프랑스 거래선 직원을 공항에 내려주고 오면서 문득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자문해 보았다.

특별한 재능이나, 지식, 배경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창업과 사업을 생각하면 우선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그럼에도 왜 나는 창업을 꿈꾸고 실행하게 되었는가?

먼저, 시간적으로 자유롭고 싶었다. 둘째,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싶었다. 셋째, 내 회사에서 스스로 기획해서 추진하고 성과를 내며 그로부터 진정한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넷째,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또한 그 한계를 넘어서 보고도 싶었다. 다섯째, 한번 사는 인생에서 같은 조직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기 보다는 조직(회사) 밖에서 새롭고 창조적인 미지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섯째, 스스로에게 인사권자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100세 시대에 최소 70대 이상까지 일하는 방법은 사업주가 돼서 나를 고용하고 남을 고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술 창업이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면 그럴 듯하게 보이겠지만 약 10년정도 제약업계에 평범한 해외사업부 직원으로 몸담고 있다가 기술과 지식이 뛰어난 저명한 박사님 교수님이 하는 창업을 하기에는 내 역량과 배경이 달랐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보건의료산업(제약,의료기,화장품,식품)에서의 무역업 창업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베트남에 한국의약품을 수출하고, 중국 인도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던 업계 선배 사업가를 보고 단순히 나도 그들을 벤치마킹 해야 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말 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베트남 수출길이 막히자 선택한 대안은 필리핀시장이었다. 필리핀에 전직 Pfizer 출신 사업파트너를 잡았고 그에게 많은 한국제품을 소개하고 많은 수출시도를 하였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이유는 필리핀 바이어들이 무역회사와 간접거래 보다 제조사와 직접거래를 원했고 가격이 다소 나가는 한국산 보다 저렴한 중국산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를 나와서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비용이 발생하는데 정기적 수익사업의 발굴은 힘겨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약상장사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건의료 수출입컨설팅과 비상장 초기기업 겸직이었다.

중소기업청, 중진공, 환경산업진흥원, 경기도수출지원센터등 상장대기업에서 약 10년 정도의 경력이 있으면 수출전문가 자격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자문을 해서 자문료를 주는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제약 화장품 비상장 중소기업 직접 자문 컨설팅도 진행하였는데, 그 와중에 아이큐어에서는 겸직으로 해외사업본부장 제안이 있어서 단순 컨설팅에서 고용 계약으로 전환체결하고 경피흡수제형 전문제약기업인 아이큐어의 패취제품 해외사업 수출 업무를 약 2년 반 정도 하게 되었다. 이 때의 경피흡수제형 경험으로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치매환자의 의약품 복용실태와 제형다변화를 통한 복약편의성 증대방안연구)도 쓰게 되고 훗날 독일 하로회프리거의 국내에이전시가 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독일 하로회프리거 창업자 하로회프리거 회장과(2014년) 필자.
독일 하로회프리거 창업자 하로회프리거 회장과(2014년) 필자.

독일 제약설비 전문제조사 하로회프리거(www.hoefliger.com)는 아주 우연히 홈페이지에 한국 파트너링에 대한 제안을 몇 줄 써서 보냈는데 바로 다음날 반포 메리어트 호텔에 묵고 있던 제약설비 Sales부문 부사장을 만나게 되었고 한국 Agency에 대한 정식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되었다.

나는 몇개월 후 독일로 날아가 3일간 한국 제약시장에 대한 PT를 하였고 귀국전 Agency 계약을 맺게 되었다.

베트남 필리핀등에 한국 의약품 수출을 목적으로 창업하였는데 독일 하로회프리거와 Agency 계약이 되면서 수입 In-Bound 모델로 회사의 방향성이 바뀌는 계기가 된다.(물론 인도에 원료의약품을 등록 수출하고 세르비아 보스니아에 화장품 안면성형 필러을 수출하는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하였다.)

독일 제약 설비회사와 일을 하면서 유럽 전시회에 갈 일이 잦아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제약 화장품 설비(Lameplast, Valmatic), 덴마크 포장재(Danapak), 미국 중고제약설비업체(Equipnet)등으로 거래선이 확대되었고 나중에는 프랑스 HTL-Javenech(www.htl-bio.com)과 Agency(2016년) 계약을 맺으면서 지금의 제약 설비 포장재 원료의약품 및 수출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지게 된다.

프랑스 HTL 대표 실비 랜손(Silvie RANSON)과 필자. 실비 랜손은 초기 히알루론산 발효 기술의 선도기업인 JAVENECH(현 HTL)의 창업자 미쉘 랜손의 딸이다.
프랑스 HTL 대표 실비 랜손(Silvie RANSON)과 필자. 실비 랜손은 초기 히알루론산 발효 기술의 선도기업인 JAVENECH(현 HTL)의 창업자 미쉘 랜손의 딸이다.

HTL은 2016년 파마리서치의 연어DNA 기반 의약품인 리쥬비넥스 의료기 리쥬란으로 업계에 주목을 받던 제품의 주원료를 국내에서 최초로 프랑스산으로 소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연어 DNA(PDRN)이외 주력 생산원료인 히알루론산 원료를 국내에 소개하고 적지 않은 수량을 판매하면서 프랑스 제조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얻게 되면서 원료사업이 매년 성장 확대되게 되었다.

무역업체를 10년 넘게 해오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무역업은 몇가지 장단점이 있다. 우선 장점으로는 첫째, 생산과 재고의 부담이 적다. 둘째, 이메일과 전화(화상회의)만 잘해도 거의 무자본 창업이 가능하다. 셋째, 외화획득이 가능하기에 국내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다. (특히 수출.) 넷째, 해외출장기회가 많아서 비즈니스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파트너사에서 공항픽업, 항공권제공, 숙소편의제공 관광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다섯째, 이메일로 많은 업무가 이루어 지기에 재택근무나 여행중에도 얼마든지 일처리가 가능하다.

반면에 무역업의 단점이 있다. 첫째, 재고부담이 적은 반면 물건확보와 가격 컨트롤이 약하다.(제조업체는 대부분 가격을 올린다. 내리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둘째, Agency, 대리점등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어렵게 체결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Retainer(정기고정급) 계약 하지 않는 이상 무료로 일을 해줘야 하는 소위 노예 머슴계약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당사의 일부 이태리 파트너사 경우 몇 년을 일해줬으나 결국 설비판매가 되지 않음) 넷째, 해외공급사의 납기가 지켜지지 않거나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 그 부담을 수입사나 대리점이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한다.

이러한 무역업 대리상(Agency)의 장단점을 고려해도 평범한 직장인에게 무역업은 참 매력적인 직업이다.

마지막으로 만일 현재 직장에 재직중인 사람이라면 퇴직 후 본격적인 창업전에 어떻게 사업을 준비하는게 좋을까?

첫째로, 재직중인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해 보는게 좋다. 동료와 거래처에 좋은 평판을 얻으면 경우에 따라서 거래처에서 한국 지사장 또는 자사의 대리점이 되어 달라는 흥분되는 제안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은 다분히 좋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Work Smart Work Hard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나 또한 EuroJapan이라는 도쿄에 사는 영국인이 운영하는 제약바이오 라이선싱 파트너링 회사에서 사업 초기 제안을 받아서 월 정기운영자금과 Success Fee구조로 EuroKorea를 운영한 적이 있다. 사업초기 매우 달콤하고도 초기자금 결핍을 채워주는 오아시스 같은 프로젝트였다.

둘째로, 재직중에 로컬 글로벌 네트워킹을 꾸준히 깊게 넓게 해놓는 것이 좋다. 네트워킹은 단순히 명함을 주고 받고 치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일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저 사람과 어떤 일을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평판을 얻어 보는 것이 진정한 네트워킹일 것이다.

세번째, 가능하다면 퇴근 후나 주말 휴일을 이용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보고 Pilot Project Simulation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 또는 동료와 Peer Group평가도 상호 해보고 토론을 하면서 퇴직 전 사업구상을 해보면 퇴직 후 창업의 막막함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끝으로 벤치 마킹하려는 창업자를 만나보라고 권유해주고 싶다. 나는 다행히도 중외제약 출신으로 오퍼상을 하시는 선배 사업가를 만날 기회가 재직중에 많았다. 그들이 하는 사업모델을 유심히 보고 어떻게 이익을 내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신규거래처를 발굴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기회가 재직중에 많이 있었던 것 같고 어떤 때는 직접 사업에 대한 질문도 하고 애정어린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큰 돈과 명예를 얻고자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유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는 그의 어떤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제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중에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건 가장 쉬운 길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흥미로운 길입니다. 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하는 자유, 상사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는 자유, 삶 속에서 얻은 경험과 세상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여행을 바탕으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형성하는 자유. 그런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나는 그 자유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치열하게 직장생활과 사업초기의 보릿고개를 견디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유를 조금씩 누려가고 있다. 사업을 한다는 것 그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만일 생각이 있다면 이 지금 이 순간, 아주 작은 것 부터 시작해보자.

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

의약품 수출입컨설팅 업체인 비앤피코리아(www.bnpkorea.kr) 창업 전에 한독·아벤티스(외자구매), 중외제약(해외사업, 개발), 한미약품(해외사업, 라이센싱), 세원셀론텍(세포치료제, 해외마케팅) 등의 기업을 거쳤고, 겸직 및 컨설팅 형태로 아모젠(ODF 필름), 아이큐어(경피흡수제형, 해외사업본부장)에서 일했다.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산업약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치매 환자의 의약품 복용 실태 및 제형 다변화를 통한 치료 효율성 개선 방안 연구'라는 경피흡수제형 관련 논문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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