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비앤피코리아 배노을 대표

최근 며칠 사이 눈에 띄는 신약 허가 기사가 있었다. 첫 번째는 경피흡수제형 전문기업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치 식약처(대한민국) 허가 소식이었고, 두 번째는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하던 국내 매출 1위 제약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COVID-19(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렉키로나(CT-P59, Regdanvimab)의 EMA(유럽의약품청) 최종승인 소식이었다.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치 허가는 일본의 물질특허권자 에자이(도네페질 경구용 오리지널약 원개발사)도 해내지 못한 경피흡수제형 개량개발 및 세계최초 승인(대한민국 식약처)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고,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비록 머크(치료제)나 화이자(mRNA백신) 모더나(mRNA백신) 보다는 늦은 감이 있지만, 대한민국 항체기술로 자체 COVID-19 치료제(백신이 아닌)를 미국 유럽을 포함한 다국가 3상을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의 한 축인 유럽에서 허가 발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기업에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아이큐어와 셀트리온은 각각의 신약개발 3상을 자체적으로 수행 했다는 것이다. 

아이큐어는 글로벌 3상을 한국을 비롯한 호주, 대만, 말레이시아에서 2019년부터 진행하였고, 임상결과를 취합하고 국내 식약처의 검토를 거쳐 최근 최종승인에 이르게 된 것이다. 

셀트리온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스페인, 루마니아등 전세계 13개국가에서 COVID-19환자(경증, 중증) 1315명을 모집하여 렉키로나의 효과를 확인하였고 이번에 EMA가 그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하게 된 것이다. 

한국바이오산업 정보서비스의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바이오기업수는 1000여개에 이르며 약 5만명을 고용하고,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내수판매는 약 5조6000억원, 수출은 6조7000억원의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위에 언급된 1000여개 바이오기업 및 약 20~25조원의 내수시장규모를 형성중인 약 300여개 전통제약사를 포함하여, 과연 글로벌 다국가 3상을 자체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회사가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될까?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관련 기술이전계약(라이선스)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총 193개사가 약 1500여개(147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발표하였다. 이 조사는 2021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결과물이다.

이 파이프라인들은, 전주기 개발을 통한 자체 발매 또는 라이센싱을 통하여 전용실시권이 파트너사에 이전되어 파트너사가 임상-제조-발매를 맡기도 한다. 1500개 파이프라인 중에 과연 어느정도의 신약후보물질과 기술이 3상 후 발매의 영광을 보게 될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 제약기업들은 다소 개발비용 회수가 용이하면서 개발위험은 낮은 라이센싱(전용실시권 매각)의 방법을 따르게 된다. 결국 신약개발의 주도적인 입장을 넘기고, 다국적기업의 License-In 담당자와 개발자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택함과 임상발매계획을 간절히 바라보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약 바이오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민(기업)-관(보건의료정책)-연(R&D 연구소) 및 업계투자사(Venture Capital)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가 있다.

힘겨운 산고 끝에 개발한 옥동자와 같은 신약 후보물질 및 보건의료기술을 자체 임상을 통하여. 신약전주기 개발 발매 할 것인가? 아니면 다국적기업 또는 관련 파트너사와에 입양보내어 조기(컴파운드~동물실험 또는 1상) 기술이전을 통하여 발매할 것인가? 의 질문이다. 
    
국내 바이어 제약기업은 2020년 약 10조가 넘는 기술수출을 달성함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부터 생산 및 글로벌 수출로 이루어지는 전주기 신약개발의 사례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또한 매우 안타깝게도 어렵게 기술이전한 라이센싱 계약이 파기되고 반환되는 사례도 있다. 

왜 이러한 신약 전주기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할까? 첫 번째, 대부분의 신약개발 기업이 스타트업이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규모의 영세성이다.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탈의 도움으로 초기개발을 마치고 기술성 평가로 코스닥에 기업공개가 되더라도 필연적으로 개발한 Compound(신약후보물질)를 기술이전을 통하여 상업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두 번째, 혁신 신약이 개발되어도 국내 제약사는 주요국가에 판매망이 있는 다국적 제약사가 없다. 결국 미국,유럽,중국,일본을 포함한 세계 200여 국가중에 자체 판매망이 있는 다국적 기업에 기술이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 인 것이다. 이는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등 국내 상위권 제약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며, 신약개발 벤처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세 번째,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생산능력에 있어서, 5000만 인구의 국내수요에 감당할 능력이지, 70억 인구의 수요(또는 최소한 미국, 유럽 수요)에 대응할 설비와 그에 맞는 GMP 수준을 대부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이러한 능력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에 판권을 양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네 번째, 신약 개발 및 글로벌 상업화의 경험이 있는 인재들이 부족하다. 현재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나 한미약품등 글로벌 라이센싱 유경험자들이 제약 헤드헌팅 시장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벤치마킹할만한 인도 시장에는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US FDA)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고급인재들이 넘쳐난다. 

마지막으로, 개발비용을 회수하기에는 국내시장이 협소하며, 설령 신약을 개발해도 비교적 낮은 보험약가를 받는 경우 국내시장을 보고 사업화를 펼치기가 어렵기에 글로벌 파트너에게 초기 기술을 넘기고 Low Risk Low Return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황과 문제점을 고려해볼 때, 대한민국 바이오제약산업은 어떤 전략적 방향을 지향하며 정책이 수립되고 사업환경이 조성되어야 할까?

다섯가지 문제점을 깊숙이 생각해 보면 거기에 해답이 보인다.

첫째, 국내간 라이센싱 협력 확대 및 M&A 시장의 활성화로 바이오벤처 기업의 진입과 퇴장(Exit) 및 협력발전의 장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아이큐어-셀트리온의 각각의 신약개발 허가 발매 사례와 도네페질 패취 협력에서 보듯이, 중소형 제약 바이오기업과 국내 제약 바이오 대기업의 협력사례가 더욱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국내 제약기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하여, M&A시장의 활성화도 필요 할 것이다.

두 번째, 다른산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현재 저출산 고령화의 기조속에서 바이오 제약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풀을 개방된 시각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몇 개 제약회사에서 인도의 제약 개발인력을 받아들이고, 단순히 연구 스태프(Staff) 채용을 넘어서 팀장, 임원급으로 채용 및 내부승진 시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제약 바이오 기업의 경영자는 한국인 연구인력의 순혈주의를 조금씩 벗어나서, 비단 인도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위한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동시에, 이들이 한국의 다소 보수적인 제약기업문화에 적응하고 성장하도록 HRD 측면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글로벌 수요 특히 선진제약 시장인 미국, 유럽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량생산설비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며, 이러한 글로벌 수준의 설비 시스템 구축에 부담을 갖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위하여, 국가지원하에 공용설비제약단지 구축(예 : 생산기술연구원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도 추가건립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 정부 당국과 투자업계의 역할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시행 중인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보험약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혁신 신약에 있어서 보험약가는 시장 논리에 두기도 한다. 

이 때문에 희귀병 질환자가 치료제가 개발되었음에도 약가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례도 있지만, 미국시장에서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와 시장 메커니즘의 보험약가는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주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정부당국자는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이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 10조원 규모 메가펀드 조성과 적극적인 후기단계 임상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정부는 동물실험 및 초기 1~2상을 뛰어넘는 3상을 통한 진정한 신약개발 및 발매의 전주기 개발이 이루어 지도록 조금 더 과감한 자금 및 세제(임상 비용 세액공제)혜택을 주면서, 이러한 후기임상에 투자한 벤쳐캐피탈에도 바이오 장기투자 및 후기임상 지원에 대한 투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 민관이 함께 인내심을 갖고 바이오제약기업의 신약개발 전주기 개발 지원에 함께해야 할 것이다. 

100년이 조금 넘는 역사로 시작된 대한민국 제약산업은 이제 1000년이 훌쩍 넘는 서구 화학제약산업에 필적하는 팬데믹(COVID-19) 백신과 치료제 및 신약 파이프라인을 1500개 이상 보유한 잠재적 제약 강국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어렵게 연구한 1500개의 신약파이프라인을 전주기 신약개발 발매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이전을 통하여 다국적 제약사가 발매하게 할 것인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제는 10조원대의 판권양도,라이센싱,기술수출 금액을 넘어, 세계주요국에 대한민국 제약사의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100조의 신약 완제의약품 판매목표를 과감히 준비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 닥치기 쉬운 위험은 너무 높은 목표를 잡아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고 성공하는 것이다(미켈란젤로).

비앤피코리아 배노을 대표는

의약품 수출입컨설팅 업체인 비앤피코리아 창업 전에 한독·아벤티스(외자구매),중외제약(해외사업, 개발), 한미약품(해외사업, 라이센싱), 세원셀론텍(세포치료제, 해외마케팅)등의 기업을 거쳤고 겸직 및 컨설팅 형태로 아모젠(ODF 필름), 아이큐어(경피흡수제형,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산업약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치매환자의 의약품 복용실태 및 제형 다변화를 통한 치료효율성 개선방안 연구'라는 경피흡수제형 관련 논문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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