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 "한 달 간 경영수치 코로나 이후 최저"
판매키트 판매량 급감, 일반약판매·처방전 유입도 곤두박질

9월 한 달 간 약국이 '불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데다, 금리마저 인상되면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진 탓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 급감으로 팬데믹 수요가 사그라든 영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8일 전국의 주요 약국가 의견을 취합하면 최근 한 달간 약국 경기는 크게 위축됐다. 통상 추석이 낀 달은 매출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 9월은 예외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추석 연휴가 끝난 셋째 주 이후 매출은 '바닥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려앉았다.  

이례적인 '추석 달 불경기'...불황 여파의 또다른 시작?

서울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한 약사는 "추석이 끝나고 그 주에는 일일 처방전 수가 평소의 1/10에 그칠 정도로 심각했다"며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어 일반의약품 판매도 부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 달 매출이 가장 낮았지 싶다"고 분석했다. 

부산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한 약사도 "통상 추석이 있는 달은 언제나 약국이 잘 됐지만 올해는 아니다. 코로나로 병원 진료를 미루던 만성질환 환자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찾은 정도고, 그 외 일반적인 환자 수는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약사도 "영유가 수족구 유행 등 질병 이슈들이 있었지만 약국불황이라는 큰 분위기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며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9월 한달 간 약국 전반적으로 불황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원인은 무엇일까. 약국가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먼저 떠올렸다. 서울의 한 약사는 "병의원과 약국 경기는 불황 여파를 가장 마지막에 받는 곳이다.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제 병의원 가는 비용조차 아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출이 많은 명절연휴 후에 일상적인 씀씀이를 아예 차단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약국가는 코로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코로나 증상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도 감소했고 이 결과가 9월 한 달 간 약국 내방객 감소로 나타났다. 

 

코로나 관련 제품 판매량 급감 "약국선 이미 코로나 종식"

실제 약국의 코로나 진단키트 판매수치는 이 주장의 근거를 보여준다. 약국현장데이터분석서비스 케어인사이트가 집계한 전국 400여 곳 약국의 코로나19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은 8월 둘째주(8.7~8.13) 3만476개로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감소해 추석연휴 이후인 9월 넷째주(9.18~9.24) 7700개로 내려앉았다. 정확히 1/4 수준이다.

출처: 케어인사이트
출처: 케어인사이트
출처: 케어인사이트
출처: 케어인사이트

타액자가진단키트(PCL셀프테스트)도 마찬가지다. PCL 판매량은 7월 이후 8월 셋째주(8.14~8.20) 563개까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이후 감소세다. 9월 넷째주에는 174개만 팔렸다.

서울의 한 약사는 "8월까지만 해도 진단키트를 하루 20개 이상 꾸준히 판매했지만, 지난 주부터 1일 5개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이번주에는 1일 2개 이하다. 아예 팔지 못하는 날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계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웬만한 증상을 '타이레놀' 등 진통제로 버티는 환자가 늘어났는데, 이 역시 코로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3년 가까이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겪으면서,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증상을 진단받기 보다는 진통제라는 임시방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환자들은 약사가 증상에 맞는 약을 권유해도 '진통제 먹어보고 다른 걸 먹겠다'며 거절하는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응이다. 팬데믹 공포와 백신 접종, 정부의 진통제 복용 권유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의 한 약사는 "진통제만 꾸준히 찾지 다른 약들은 권해도 잘 수용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진통제같은 상비약으로 큰 매출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지난 3월에 웬만한 상비약을 구비해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지 않느냐. 지금은 복용할 상비약이 남아있어 새로 구매할 타이밍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의 약사는 "확진자, 위중증 환자수, 사망자수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약국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다르다"며 "진단키트 판매량을 보면 국민들이 느끼는 코로나 불안감은 이미 끝났다. 약국에서 느끼는 코로나도 이미 종식 단계"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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