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배송비용 천정부지
온라인몰·유통업체는 수수료 두고 '눈치게임'
온라인몰 최저주문금액 올리자 부외품·제약도 따라 인상

눈에 띄는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값과 환율이 오르면서 사회 전반의 모든 비용이 상승일로다. 물가 상승 원인으로 원자재가격 만을 탓하던 시대는 지났다. 원자잿값과 원료비 인상은 기본이요, 환율까지 출렁이면서 같은 물건도 더 많은 돈을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달부터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해 물가 인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약국도 물가 인상 여파를 피하진 못했다. 올해들어 주요 일반의약품이 속속 공급가를 올려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명 감기약과 비타민제, 과립제제도 공급가 인상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물가 인상은 의약품 공급가에서 그치지 않고 배송비용까지 밀어올리고 있다.

특히 의약품 및 부외품 배송비용 변화가 약국 입장에서 뼈아프게 다가온다. 최근 온라인몰에 입점한 유통업체 상당수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 주문금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물류·배송'에 드는 비용이 10년 간 2배 늘어났다고 계산한 셈이다.
 

배송비용 인상이 유통업와 온라인몰 간 갈등 소지로

물류·배송비 상승 안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먼저 인건비가 최근 몇 년 간 말 그대로 급등했으며,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등 관리비용이 상승했다. 배송에 쓰이는 부자재값고 무시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배송에 쓰이는 종이박스 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원료비 상승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펄프 수입원가가 50% 이상 비싸졌기 때문이다.

한 의약품 전문 택배회사는 택배 비용을 20% 가량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비용만 오르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계속 오르고 있고, 그 상승폭이 예전같이 같다. 요즘은 뭐든 두 자릿수 인상이 기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송비용이 오르면서 온라인몰과 유통업체 간 눈치싸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수료를 두고 깎고자하는 유통업체와 올리고자 하는 온라인몰의 이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관리비용도 많이 상승했지만 무엇보다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특히 최근 개발자들의 몸값이 크게 오르면서 온라인몰들도 기술자를 확보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어플리케이션 등 I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환경이 물가인상보다 더 큰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입점업체 수수료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유통업체는 수수료를 인하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항변했다. 당장 물류비용과 배송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온라인몰이 수수료를 낮춰줘야 그나마 이전과 동일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온라인몰 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배송료를 아끼기 위한 일부 유통업체의 편법도 목격된다. 연 계약에 의해 일반 택배비용이 2500~3000원에 묶여있다는 점을 이용해 의약품을 일반택배로 배송하는 수법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불법인 걸 알면서도 당장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약사법을 어기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띈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의약품은 일반 택배로 배송할 수 없다. 의약품을 배송하려면 허가받은 업체의 지정된 '의약품 배송차량'으로만 운송해야 한다. 그러나 비용절감이라는 경제적 논리 앞에, 업체들은 '불법 배송' 불사하고 있다.

약국, 20만원 채워 주문하려고 '고민 또 고민'

약국은 어떨까. 당장 온라인몰 입점업체가 최저주문금액을 인상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배송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미 8월부터 주문 가능금액 인상에 들어갔다. 기존 10만원이었던 최저 주문금액을 20만원으로 인상했는데, 최저금액 인상은 온라인몰이 출범하고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유통업체들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유통업체가 먼저 실질적인 약국 배송비용을 인상한 것인데, 여파는 다른 업체까지 미쳤다. 부외품 전문업체도 주문 최저금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기 시작했고, 제약 영업사원도 이전과 달리 5만원 이상 주문을 독려하고 있다. 모두 배송비용 인상을 이유로 지목하며 말이다. 

서울의 한 약사는 "지금까지 제약 영업사원에게 A제품을 주문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가져다주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B제품이나 C를 추가해 5만원으로 맞춰달라'는 요청이 많다. 이들도 배송비용을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컬약국으로 분류되는 약국의 약사는 "약국이 부외품을 10만원 이상 주문하려면 더 난감하다. 이것저것 다 해도 5만원 채우기가 어려운데, 이걸 10만원으로 올리면 거의 주문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배송료 문제는 약국들 중에서도 특히 동네약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문금액 인상이 온라인몰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온라인몰을 주문하는 약국들은 대부분 전체 약국 수의 70%를, 약국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동네약국들이다. 이들이 주문금액 20만원이라는 벽에 부딪혀 오프라인 유통업체 거래를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약사는 "무리한 주문을 해야 하는 온라인몰은, 한 두번은 몰라도 꾸준히 사용하긴 어렵다. 약국 입장에서 약 주문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라며 "몇 백 원 싸다는 이유로 온라인몰을 애용해오던 약국들이 이제는 몇 천원 더 주더라도 오프라인 유통업체로 쏠릴 수 있다. 배송비용을 생각하면 이 편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