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한림 대표(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의사) 
"FDA 허가받은 치매약 아두카누맙, 약 탄생 과정 잘 설명" 

허가를 받아 탄생한 신약(新藥)은 의약품 자격을 갖췄으되, 엄밀한 의미에서 미생이다. 임상시험 등 매우 제한된 조건을 만족시킨 신약은 의료현장에서 의사, 약사, 제약회사 관계자, 연구자, 환자들이 사용하면서 생산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 높여가며 명품 치료제로 완생되어 간다. 이 과정을 우리는 육약(育藥)이라 부르기로 한다. 육약을 향한 노력은 신약개발 못잖은 가치 있는 활동으로 제약바이오산업계 모든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과 참여가 필요하다.

1. 프롤로그
2. 의약품은 제한된 조건 충족으로 태어난다

서론 

문한림 대표
문한림 대표

필자가 GSK에서 근무할 때 신약 개발과 그 과정을 의료인들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름하여 "Molecules to Medicine", 즉 "물질에서 약으로"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첫 강의는 항상 GSK 유럽 의학학술부의 수장이었던 원로의사가 여는데 청중에게 물어보는 질문과 답이 인상적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구조를 가진 화합물인 '물질'이 무엇을 통해 오늘 '약'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 분의 슬라이드는 알파벳이 아닌 고대 문자로 꼬불 꼬불 써서 알아 볼 수 없는 약물 정보를 보여 준 후 다음 슬라이드에 알파벳으로 써서 알아볼 수 있게 한 의약품상세정보를 보여 준다. 이 설명은 화합물에 불과하던 물질에 임상시험을 통해 수집된 안전성과 유효성 정보라고 하는 옷을 입혀 '약'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본 시리즈의 의도를 프롤로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세상에 최소의 정보를 통해 '약'이라고 태어난 아기는 시판 후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얻어진 수많은 정보들을 통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인류의 건강을 위해 '알고 쓰는 성숙한 약'으로 완성된다. 

옛날 인류가 약으로 사용하던 것들은 약초, 즉 약용 식물에서 추출된 디곡신, 모르핀과 같은 것들이었으며 아스피린의 등장으로 화합물이 약으로 사용되는 기원을 맞이한다. 또한 페니실린의 개발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20세기의 가장 큰 발명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독일에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를 임신부가 복용한 후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손이 어깨에 붙는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 발생하여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를 출산하게 되었으며 인류 의약품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약의 효능보다는 안전성이 더욱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하였으며 FDA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 기관이 신약 심사 과정에 유효성보다 안전성에 더 집중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FDA의 승인 문서에는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여 승인한다'라는 구절이 포함된다. 

히트뉴스 캠페인 시리즈 '육약' 의 이번 편에서는 신약 승인까지 얻어지는 정보와 그 한계에 대해 짚어 본다.

 

탄생으로 설명하는 약의 개발
 
ㄱ. 정상분만 신생아 : 법제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은 신약으로 비교적 적절한 의약품 정보가 생성된 후 탄생하므로 승인 후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보다 충분히 수집하면 의료인들이 적절히 잘 사용할 수 있는 약 

ㄴ. 조기분만 신생아 : 3상 임상시험 정보 없이 신속 또는 가속 승인을 거쳐 승인된 약으로 인큐베이터에서 3상 임상 시험이라고 하는 치료를 거쳐야 비로소 정상 분만과 같은 아기로 성숙하고, 그 후 안정성 정보에 대한 수집을 지속하게 된다.
  
ㄷ. 유산 : 안전성 또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는 '물질'로써 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수 없다.
 
ㄹ. 절박 유산 :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 문제가 되는 조짐이 보여 개발 중단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문제의 해결이 잘 되면 정상 분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신약개발 단계에서 승인까지 얻어지는 정보 

ㄱ. 비임상 연구 : 우리나라 식약처의 '비임상 시험 가이드라인'에 기술된 비임상 시험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표적장기에 대한 독성 효과의 특성규명, 용량 의존성, 노출과의 상관성 및 적절하다면 잠재적인 가역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정보는 임상시험을 위한 안전한 초회 용량과 용량 범위 추정 및 잠재적인 이상반응에 대한 임상적 모니터링을 위한 매개변수 확인에도 활용된다.'라고 되어 있다. 

임상시험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확인을 할 수 있는 정보와 임상시험을 계획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를 요구한다. 비임상 연구를 수행할 때 인체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을 선택하여 개발 물질을 투여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 데이터를 생성한다. 비임상 연구에서 얻어지는 정보는 임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예측치이지만 개발 물질이 인체에만 특수한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을 거치거나, 인간에게만 있는 표적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물질의 경우 인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비임상 독성 연구와 인체 독성에 대한 관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ㄴ. 임상 시험 :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승인을 위해 임상적 증거를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신약이 기존의 표준 치료보다 더 안전하거나 더 유효하거나, 또는 더 편리하다는 결과를 얻어 승인을 받는데 사용된다.
 
ㄷ. 1상 임상시험 : 전적으로 안전성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다. 이 중 특히 인체에서 처음 시행되는 임상시험은 비임상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 첫 용량을 정하고 안전한 증량 과정을 거쳐 2상 임상 시험에서 사용되는 용량을 결정한다. 
또한 약물역동학을 통해  몸 안에서 흡수, 분포, 대사, 배설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매우 적은 숫자, 일반적으로 20~40명 내외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다양한 인종에서 따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광범위한 환자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정보가 없이 다음 단계의 개발로 진행하게 된다. 

항암제나 이와 유사한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강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므로 환자의 상태와 다를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2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항암제 개발의 경우 후기 1상 시험에 여러 종류의 암환자를 코호트로 하는 임상 시험을 허용하고 있으며 데이터가 뛰어난 경우 이를 통해서도 승인한 경우가 있다. 2014년 펨브롤리주맙은 1상 임상시험의 이필리무맙 불응성 악성 흑색종에서 우수한 임상시험 결과와 이를 바탕으로한 브레이크스루 지정에 의해 조건부로 승인되었다. 이 경우  3상 임상시험으로 생성된 확증적 임상 시험 결과를 FDA,에 제출하여야 한다.

ㄹ. 2상 임상시험 : 소위 'proof of concept' 즉, 신약 개발에서 유효성의 초기 개념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대개 40~100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군의 디자인으로 수행하므로 비교 데이터가 아니므로 과도하게 좋은 데이터가 나오거나 운이 나쁘게 유효성이 매우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성공은 30% 미만이지만 여기서 성공해도 다음 단계에서 성공할 확률은 60% 정도이다. 지속적으로 초기 안전성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무작위 비교 2상을 수행하면 보다 확실한 유효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적은 숫자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지만 질병이 심각하고 2상 임상시험의 유효성 결과가 매우 뛰어난 경우 조건부 승인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모든 약은 조건을 해지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방안을 규제 기관과 상의하여야 한다. 2020년 FDA가 승인한 코셀루고의 경우 소아의 신경섬유증 환자에서 시행된 50명 규모의 2상 임상시험에서 66%의 반응률, 반응 기간이 1년 이상인 환자 82%의 결과로 조건부가 아닌 정상 승인을 받았다.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의학적 미충족 요구가 매우 높은 소아 종양 환자에 대한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ㅁ. 3상 임상 시험 : 확증적 임상시험이라고도 하며 200~1000 명, 또는 그 이상의 숫자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 기존의 표준 치료보다 유효성, 안전성, 편의성이 보다 우월한지 동등한지를 보게 되며 임상시험 수준에서 가장 광범위한 안전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 FDA의 경우 일반적으로 2개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정도의 유효성을 입증하여야만 문제 없이 승인을 하게 된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었던 아두카누맙의 경우 두개의 3상 임상시험 중 EMERGE 시험에서는 치매 진행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추었고 ENGAGE 시험에서는 일부의 환자에서 치매 진행을 늦췄다. 이 결과는 FDA의 전문가 회의에서 9:1 로 승인을 반대하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FDA는 두뇌의 PET 영상 검사와 뇌척수액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Tau 단백질을 매우 유의하게 감소시킨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승인을 해 주었다. FDA 승인 서류는 이 결과가 대리변수를 바탕으로 조건부로 승인한 것임을 명기하고 이는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한 것임을 설명하였다. 또한 시판 후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결과를 얻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것임을 확실히 하였다.

 

  결론

신약의 탄생은 임신 후 뱃 속에서 잘 자라 탄생한 아기와도 같다. 아기의 정상적인 탄생을 위해 부모 즉 스폰서는 매 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승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승인받은 신약이 안전하게 임상적 이득을 볼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임상 시험과 지속적인 안전성 유효성 데이터의 수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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