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교수, 신약-항암제 등재현황 분석한 논문 두 차례 발표
상대적으로 관심 낮은 희귀질환신약도 연구계획 있어

신약의 등재, 가격, 급여확대 등의 이슈는 환자, 정부, 제약사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민한 문제다. 업계에서는 '국내 급여등재가 힘들다', '약가가 너무 낮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정부는 건보재정의 유한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료의 비공개 등으로 쉽지는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종혁 교수(호서대 제약공학과)가 작년 신약과 항암제 급여등재 현황을 분석해 2차례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를 만나 국내 약가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작년 한해동안 신약, 항암제 약가정책에 대한 연구논문을 두 차례 발표했어요. 해당 주제를 정한 계기가 있나요.

"선별등재 제도 시행이후 신약의 등재 가격의 적절성 및 환자의 신약접근성과 관련된 이슈는 끊임없이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항이 돼 왔습니다. 

특히 RSA, 경제성평가(이하 경평)면제, ICER threshold 상향 평가와 같은 제도가 시행돼 신약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등재가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등재 후 가격 인하 기전이 매우 다양하게 작용해 인하되는데, 신약의 등재가격 뿐 아니라 등재된 이후의 가격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신약개발사 뿐 아니라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최근 발표한 논문은 이 2가지 이슈에 대한 내용인데, 1) 선별등재 시행 후 등재된 신약의 등재 후 가격변화 추이에 대한 연구, 2) 최근 3년간 등재된 항암신약의 등재 가격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관련논문1) Price-Cutting Trends in New Drugs after Listing in South Korea: The Effect of the Reimbursement Review Pathway on Price Reduction

관련논문 2)  : Trends in the pricing and reimbursement of new anticancer drugs in South Korea: an analysis of listed anticancer drugs during the past three years.

 

각 논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1)번 연구에서는 신약의 약가 사후관리 기전 중 사용량협상(PVA)가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과 실거래가 인하의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정부입장에서 실거래가 인하제도에 대해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신약 등재 시 review pathway별로 분석한 결과 경평을 실시해 등재된 신약이 가중평균가(WAP)로 등재된 신약보다 더 빠르고, 높은 인하율로 인하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신약의 등재 메커니즘과 사후관리 메커니즘이 상충한다는 결과입니다.

2)번 연구에서는 항암신약의 등재 가격이 경평을 수행한 경우 오히려 낮고, 허가 후 등재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등재 항암신약의 특성 상 RSA, 경평면제 대상 약제가 많고, 이 제품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고, 등재기간도 짧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RSA약제의 경우 실제가격을 알 수 없어 표시가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고 약가를 잘 받기 위해 경평을 거치는 것인데, (항암제 관련)연구에서는 오히려 등재기간이 오래걸리고 AAP(A7국가 조정평균가) 대비 약가가 낮은 것으로 나왔어요. 아이러니합니다. 

"신약등재 제도의 구조상 제약사들이 보험등재에 가장 유리한 전략(필수의약품, 경평면제, RSA, 경제성평가 순)을 우선적으로 취하고, 경제성평가 특성 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경평을 면제받을 경우 A7조정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죠. 즉, 우리나라에서는 경평 pathway로 review될 경우 A7 조정 최저가 또는 A7 조정평균가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의 가격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부연하자면, 경평약제가 가격이 낮아지는 주요 이유는 비교약제가 대부분 chemotherapy이고, ICER threshold 값 기준을 2007년 당시 1GDP를 그대로 적용, 질환 위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공단과의 약가 협상에서 협상력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선 논문에서도 경평으로 등재된 신약은 약가인하율도 높고 인하 시기도 빠르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정도면 경평트랙은 제약사 입장에서 오히려 불리한거 아닌가요. 

"이미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이런 현상은 PVA의 영향 때문입니다. PVA가 약가사후 관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PVA의 약가인하 메커니즘이 대체제보다 고가인 경우(경제성평가 약제)의 가격인하 폭을 크게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PVA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지만, 약가등재 제도의 원리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연구하며 아쉬운 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추가로 연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연구자 대부분이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신약평가에 있어서도 많은 유용한 정보(경평에서 ICER관련 data, RSA계약내용 등)들은 비공개 처리되고 있어 연구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습니다. 신약의 평가 특성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서 과하게 비공개 자료가 많은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제도의 변화로 인해 항암신약의 접근성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이에 비해 희귀신약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낮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희귀질환 및 신약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약가정책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민감한 이슈입니다.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기대하시나요. 반영되길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는 글로벌에서도 주목받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건강보험에서의 신약과 관련된 의사결정 역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정책은 매우 정교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결과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기대할 수 있고, 결국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이고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연구결과가 이러한 부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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