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세한 관리규칙 제정과 유통업계 이행 담보 노력 전력할 때
일선 병원·약국도 바이오의약품을 어떻게 다룰 지 새 고민시작해야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용 백신 공급중단 문제로 촉발된 '콜드체인' 이슈는 백신을 조달하던 신성약품만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된다. 콜드체인을 필요로 하는 바이오의약품이 넘쳐나는 시대라면 이에 합당한 제도 마련과 관련업계 전반의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래 전부터 정부와 업계에는 '의약품 콜드체인'을 표준화 할 제도, 관리·감독 방안은 숙제와 같았다.

6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기 공급 사업용 백신의 품질과 사용 적정성을 조사, 평가한 결과 안전성과 품질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일 무료 접종 사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경로 (사진제공=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경로 (사진제공=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질병청, 식약처에 따르면 백신 콜드체인(cold chain)은 생산부터 보관, 유통, 투여까지 전과정에서 적정 온도 범위(통상 섭씨 2℃∼8℃)를 관리하는 체계다.

이번 사례는 콜드체인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면 ▲제품납기 일정 차질 ▲품질관리 악영향 ▲폐기처분 손실 ▲추가 생산 검토 ▲사업 및 브랜드 악영향 ▲인명 우려 등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보관, 운송 상 정온관리를 위한 능력 등 신성약품의 콜드체인 미숙이 드러났지만, 단지 한 업체가 미숙했다는 점에만 함몰돼선 안 된다는 게 관계자들 공통된 인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질병청과 식약처가 이상 없다고 발표했는데 책임론과 백신 유통의 국민적 오해가 더 커질까 걱정"이라면서도 "신성약품의 운반과정에서 잘못은 잘못대로 짚고, 동시에 독감백신이 정온관리되지 않은 사례에서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콜드체인은 다국적 물류업체가 거의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기준을 갖춘데다 유통 데이터 안전성 등 표준화된 관리를 신뢰하기 때문으로 실제 국내 바이오시밀러 품목 보유사들도 다국적 업체를 선택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의약품 콜드체인' 유통 규모와 기업 점유율 등 현황 파악을 할만한 통계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2016년 이후 국내 업체들도 바이오의약품 증가에 따라  콜드체인 하드웨어 확충에 나섰지만 세부 관리·과정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신성약품 사례는 콜드체인 기준과 소프트웨어 문제다. 이제는 정부와 업계가 타당하고도 세세한 소프트웨어를 마련해야 하고, 업체들이 이를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도 작년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유통업계도 미래전략을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세계 의약품 유통 주된 이슈는 '콜드체인'"이라고 했다.

그는 "백신 뿐 아니라 최근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나 면역관련 치료제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바이오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유통이슈는 '콜드체인'으로 가고 있고, 우리도 이 부분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재현 성균관약대 교수(의약품유통협회 정책연구소장)는 히트뉴스에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콜드체인 시설이나 하드웨어를 못 갖춘 것은 아니"라며 "소프트웨어 기반을 다져야 할 때가 됐다. 정부의 제도 마련이 필요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콜드체인을 '생물학적 제제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규칙(이하 생물학적제제규칙)'에 반영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콜드체인 표준화 과정의 마련과 교육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질병청은 지난 7월 도매업체용 백신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지난달 4일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협회도 최근 부랴부랴 회원사에 의약품유통관리기준(KGSP)과 질병청의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이재현 교수는 "유럽은 의약품 최적 유통지침(GDP·on good distribution practice)을 제정해 업체들이 지켜야 할 표준을 안내한 바 있다"며 "우리도 PIC/s 가입국인 만큼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백신 콜드체인을 두고 잘한다, 못한다 비교하기 보다 신성약품 사례를 삼아 정부는 정책을, 업계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 콜드체인은 사회적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38개 보건소와 2200개 민간 의료기관의 백신 냉장고 온도를 조사한 결과 보건소 냉장고의 38.5%, 민간 의료기관 냉장고의 23.4% 만이 적정 온도(2~8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백신 제조 시점부터 환자 접종 직전까지 안전한 콜드체인 유지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지침과 관리가 마련돼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과 의견들을 반영한 정부부처는 백신 유통과 품질조사를 이어가 권역별 백신 배송과 배분 과정의 문제점, 예방접종 전까지의 콜드체인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추진할 중장기적인 개선책과 모니터링 기술 도입 등 콜드체인 관리 강화방안을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 등이 참여한 TF(태스크포스)에서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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