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신속성 감안, 항공·급냉 등 유관업계 인프라 활용론 제기

코로나19 백신 도입 시 보관·수송 등 유통 조건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약품 유통업계 전문가들 의견이 제기됐다. 인플루엔자(독감)백신 상온노출 사례를 거울삼아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혼선 빚지 않고, 선제적으로 준비하자는 이유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 등 글로벌 제약사·연구기관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3상 임상결과들로 국내 도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존슨앤존슨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시제품 (사진출처=존슨앤존슨 웹)
존슨앤존슨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시제품 (사진출처=존슨앤존슨 웹)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담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후보물질은 보관조건이 까다롭다. 아데노바이러스(AAV) 벡터 기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인 상온(2∼8℃)에서 약 6개월 보관 가능하나, 모더나는 30일 화이자는 5일 간만 상온 보관할 수 있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 이하의 초저온 냉각 상태에서 유통돼야 한다는데, 국내 공급될 수 있겠느냐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mRNA 백신이 상용화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이 조건의 유통 기업은 '한국초저온'이 유일한 데, 의약품 유통 경험은 없는 곳이다.

화이자 백신이 국내 긴급사용승인 받아 공급된다면, 한국초저온 유통망을 활용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이들 백신이 해외에서 생산돼 들어올 테니 국내 항공업계도 저온을 유지할 컨테이너 등을 확보하며 수송 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유통업체 쥴릭파마의 한국법인 쥴릭파마코리아도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12개월 동안 냉장 저장 창고 용량을 대폭 확대한다. 코로나19 백신 보관 및 유통 관련해 예측되는 수요량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쥴릭파마코리아는 국내 모든 창고에 콜드체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 창고의 누적 면적은 약 1만㎡(제곱미터)다. 올해 콜드체인 용량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며, 내년에 팔렛트(화물운반대) 1000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냉동물류업계, 항공업계의 이같은 준비에 비해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는 차분하다. 이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백신 콜드체인(cold chain) 부터 마련해야 한다. 독감백신 상온 노출 사례로 알려졌듯 콜드체인(cold chain)은 생산부터 보관, 유통, 투여까지 전과정에서 적정 온도 범위(통상 섭씨 2∼8℃)를 관리하는 체계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유통 90% 이상은 쥴릭 등 글로벌업체가 해왔다. 국내 업체는 2016년부터 콜드체인 하드웨어는 확충한 경우가 있지만 세부 관리, 과정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미진한 실정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유통 자회사 용마로지스나 GC녹십자의 자회사 GC녹십자셀 등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채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지난달 백신유통 개선 간담회를 가졌는데 참석자들은 콜드체인 의약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며, 업계가 대비하자는 데 대해 동의했다. 그러나 업계만 대응 의지를 표할 수는 없다. 업계가 경험해본 바 없다고 하니, 정부가 지킬 수 있도록 규정과 방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보관 창고와 운송차량 등 하드웨어는 물론 시스템 경험이 우리 업계에 없었다. 코로나19도, mRNA 백신도 그렇다"며 "정부가 규정을 빨리 만들어 알려야 업계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다. 쥴릭 등이 자체적으로 준비한다고 봐도, 국가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성균관약대 교수(의약품유통협회 정책연구소장)는 "의약품 유통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상·하부 체계 모두 탄탄해야 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한국초저온, 한국냉장이 가지고 있는 장비와 시설을 백신 유통에 활용하고, 의약품 유통 업체는 배송을 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콜드체인 관리는 의약품 유통업계만 해하는 게 아니다. 수입부터 조달, 배송, 일선 요양기관까지 모두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다. 처음 접하게 된 코로나19 백신에 정부의 가이드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문제를 정부도 인식해 연내 전반적인 '백신'의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백신 조달·계약부터 유통관리, 보관, 사용 및 사후 모니터링까지 망라한 전주기 방안이다. 이중 백신 수송 콜드체인 기준을 강화한다. 그동안 콜드체인 준수 여부를 확인할 규정과 체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해결방안을 만드는 것. 

질병청은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조달업체의 수송조건을 구체화해 백신 구매사양서와 특수계약조건에 수송용기 종류와 콜드체인 준수 조건을 명기하도록 규정한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최근 식약처 전문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국내 어떤 백신을 도입할 지 결정하는 과정은 유통체계에 대한 준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 부처가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을 세워 국민들이 안전성·유효성과 품질이 확보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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