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플러스 '바이오스타트업 스타발굴' 발표서 다양한 관점 제시

"지금도 대전에 위치한 바이오텍 사장실에 가면, 책상 옆에 논문이 쌓여 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흰 그 대표님은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의 김용주 대표님입니다. 궁극적으로 바이오 산업의 성패는 '사이언스'로 귀결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이언스를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과학에서 단서를 찾고, 새로운 개발을 하는 것이 (바이오 산업의) 본질이며, 성공의 핵심요소입니다."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업을 지속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유형의 제품을 팔 수 없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는 더많이 자금 조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바이오벤처의 펀딩은 창업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바이오벤처에게 자금을 대주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와 초기 창업 조력자 역할을 하는 엑셀러레이터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할까?

24일 바이오플러스가 온라인으로 연 '바이오스타트업 스타발굴'에 참석한 연자들은 한 목소리로 투자의 기본으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세션에는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좌장으로,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조인제 액트너랩 의장, 김희준 이그나이트 대표,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그룹장, 유종상 아피셀테라퓨틱스 CSO가 참석했다. 

히트뉴스는 이날 세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문답형식으로 투자가들이 벤처를 투자하는 기준을 정리했다.

24일 바이오플러스에서 '바이오스타트업 스타발굴' 세션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창업할 때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는 뭔가.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엑셀러레이터)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기준으로 크게 4가지로 말씀드리자면 ▷임상 적응증에 대한 고찰 ▷개발 리스크 파악 및 최소화 전략 ▷임상세팅 파악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 파악입니다.

임상 적응증과 관련해서 초기 개발자는 디스커버리 단계 등 초기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제 임상현장에서 약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고민이 부족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하는 물질이 임상에 진입할 때, 표적 기관이나 세포 등에 도달하는 명확한 기전을 밝히는 데이터를 반드시 마련해 둬야 합니다. 또 세포와 동물 수준의 데이터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에 재현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최근 바이오마커 전략으로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데, 초기 연구부터 바이오마커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고, 연구 초기부터 임상시험 최종 목표점(end point)과 적응증을 무엇으로 삼을 지도 예측해 보면 좋을 것 입니다.

연구와 개발은 다릅니다. 보통 초기 창업은 해당 기술을 가진 연구자 출신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발을 위해서는 ▷약동학적(PK/PD) 테스트 ▷항체 엔지니어링 ▷해당 적응증의 주요 오피니언리더(KOL) 등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인허가를 경험해 본 인력도 차후에 필요합니다.

임상세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적응증의 임상의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개발하고자 하는 약물 적응증의 표준 치료는 무엇인지, 해당 치료제의 수가 등은 어떤지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고민 없이 승인 받은 약물은 아무리 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처방이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합니다. 지난 15년동안 SNP500기업의 50%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신약개발의 경우, 평균 개발기간이 7~1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연구 시작 시점의 시장 상황과 개발 완료시 시장 상황은 매우 달라질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든 것을 고려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기업의 경우 곧바로 KOL, 개발 전문가와 접점을 만들기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투자자 분들의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하길 권해 드립니다.

 

대부분 바이오텍의 마일스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해외진출인데, 어느 시점 해외진출해야 할까.

 김희준 이그나이트 대표  우선 한국시장을 적극 활용하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액 규모 면에서 이미 2012년부터 아시아 국가 중 1위, 전체 4위입니다. 그중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이오벤처를 창업하기엔 좋은 시기이고,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신약개발은 임상 1상, 의료기기 개발은 임상적 유의성을 보는 단계까지 한국에서 진행하고, 탄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사 설립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 글로벌 임상 수행 등 해외 진출 범위는 다양하다. 해외 진출하는 기업으로 대상으로 조언한다면.

 김희준 대표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해외 진출을 통해 매출을 내기 위함인지 ▷영속적인 기업을 위한 사업 확장 차원인지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 수행 여부 등 구체적인 해외 진출 목적이 세워져야 합니다.

시리즈B 정도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한 목적없이 미국에 지사를 세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봤습니다. 사실 미국에 지사를 세우기 위한 인력, 자본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미국에 지사를 세우기 위해선 인적 구성, 자본, 임상 수행 시점 등을 명확히 세워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한국도 임상 인프라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한국에서 탄탄한 초기 임상시험을 수행한 뒤, 글로벌 임상을 수행하는 것이 임상연구자(PI) 소통 등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 투자 포트폴리오 예시를 통해 투자 경험을 설명한다면.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그룹장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레고켐을 1차 투자할 당시는 창업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회사는 항생제와 항응혈제를 개발하기 위해 창업됐는데요, 사실 이 약물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 레고켐의 경우 이미 LG생명과학에서 20년 이상 연구경험을 가진 인력이 다수 포진돼 있었고, 메디켐 기술을 제시했죠.

특히 이 당시 회사가 제시한 5년 사업계획서가 매우 정교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하게 됐어요. 물론 모든 사업이 계획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정교한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해 나가다 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서 말한 인적 구성 역시 이 회사를 투자하는 데 주요 요소였습니다. 가칭 독수리5형제라는 표현으로, 당시 핵심인력 5명이 공동창업을 했거든요. 당시만 하더라도 연구자 중심 창업 문화였는데, 산업계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창업한 회사라 바이오벤처의 제한 요소를, 회사는 초기부터 해결한 셈이죠.

두 번째 투자는 2년 뒤 신약후보물질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국내기업과 소규모 거래(deal)가 이뤄지면서 진행됐습니다. 신약개발의 경우 임상이후 출시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간 임상 데이터로 존재합니다. 때문에 과연 그 데이터가 제대로 된 것인지 개념검증(POC)을 하기기 쉽지 않죠. 하지만 같은 업계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건 어느 정도 유의미한 데이터라는, 일종의 POC를 거친 셈이죠.

연구개발 진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계획한 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어떤 노력을 할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투자는 회사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을 때 이뤄졌습니다. 당시 회사는 코스닥 상장 준비기에 돌입했습니다.

네번째 투자는 상장 직후였는데요, 회사는 기존 케미스트리 중심에서 항체접합의약품(ADC) 기술로 진화를 이뤄냈습니다. 이후 사업모델이 조금 바뀌고, 마지막 투자는 해외로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이뤄졌습니다.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가 펀딩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신정섭 그룹장  바이오 기업은 창업 직후부터 자금조달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함수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높은 가치평가를 받아야 하며, 적기에 자본을 유치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명확한 사업 계획이 중요합니다. 명확한 사업 계획이 있어야지만, 자신이 서 있는 단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검증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와 소통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모든 자료를 투자자와 공유할 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기업에 자칫 불리할 수 있는 자료도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명한 소통 능력 역시 바이오벤처가 가져야 할 무형의 자산이자,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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