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생태계 상전벽해...아직은 기술이전이 대안"
"국내 바이오 생태계 상전벽해...아직은 기술이전이 대안"
  • 홍숙
  • 승인 2020.01.06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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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신년초대석]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LG화학 사장 꿈 접고 바이오 투자 생태계에 들어간 그

"카이스트, 생명공학연구원, LG화학 기술연구원/TG벤처, 한솔창업투자, 인터베스트, LSK인베스트먼트..."

두 사람의 경력인 듯싶지만, 이 모든 기관과 기업을 거쳐온 인물이 있다. 20여년간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뚝심을 발휘한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신약개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회사에 투자하는 김 대표. 정책포럼 행사장에서 여러 번 만난 그는 단순히 회사를 상장시켜 이윤을 남기려는 인물 같아 보이진 않았다. 식약처 심사 인력 문제를 이야기 하고, 기술성 평가의 전문성을 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 적어도 그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걱정하는 듯 보였다.

20여년 간 투자 생태계에서 살아온 그에게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었다. 올해만 바이오·의료 분야에만 4조원이 투자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 현상을 국내 신약개발 역량 강화로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신약개발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궁금증은 많았다. 지인과 가볍게 술 한잔을 기울이고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VC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부터 앞으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LG화학 사장 꿈을 접고 투자 생태계에 뛰어들기까지

-연구원이 VC가 되는 건 당시엔 흔치 않았을 것 같다.

“LG화학에서 사장은 한 번 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입사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연구소장은 많이 올라가 봐야 상무였다. 전무까지도 가기 힘든 구조였다. 지금이야 연구소장 출신 임원도 많지만. 당시 신약개발 연구를 하면서 의견 충돌이 꽤 있었다. 이런 충돌이 일어나도 그 땐 중재할 인력이 없었다. LG 같은 대기업도 신약개발 전 주기를 경험한 사람이 전무한 상태였으니.

결국 사장의 꿈을 접고 퇴사했다. 막상 다른 연구소에 가려니 LG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더라. 당시 신문을 보며 틈틈이 투자 공부를 했다. 때마침 신약개발 경험을 살려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신약개발 전 주기를 경험한 사람은 지금도 많지 않다. 이를 중재할 인력이 없으면 연구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나?

“연구원은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다. 화합물(chemistry), 생물학(biology), 미생물, 임상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모였다. 이들이 신약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다르다. 이들을 제대로 중재하기 위해선 신약개발의 전 주기를 볼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이 인력이 없으면 갈등만 반복된다.”

-그 당시 연구자가 투자영역에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기회를 얻었나?

“미래에셋에서 일하던 후배의 소개로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당시 회사도 전문 바이오 인력을 뽑는 와중이었다. 2000년 7월 바이오 투자 생태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상전벽해가 일어난 지난 20여년… 국내, 신약개발 이제 시작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면 국내 바이오 투자 생태계 변화를 체감하나?

“상전벽해다. 2000년대 초반엔 ‘신약개발’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당연히 우리가 투자할 신약개발 회사도 없었다. 기껏해야 중견기업으로 LG화학과 GC녹십자, 바이오벤처로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정도만 신약개발 회사로 볼 수 있었다. 나머진 신약개발과 연관된 다양한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 규모도 당시엔 한 회사 당 2억~3억원 정도였다. 지금은 시리즈 A만 되도 몇 십억원에서 몇 백억원이 되는데.”

-신약개발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고 보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와 개발사 모두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요즘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비임상, 임상 등 각 신약개발 단계에서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학습하고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2000년대 바이오 투자 분야가 주목받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

“200여개의 포털이 네이버, 다음 등으로 통합되며 IT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투자 생태계에서 다음 신산업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미국에서 신약개발 투자 생태계를 본 사람들이 바이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IT보다 바이오는 훨씬 기술집약적이다. 비전공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분야다. 투자 생태계에서 바이오 전공자를 뽑기 시작했다.”

-당시 바이오 전공자 심사역이 얼마나 됐나?

“김정현 솔리더스 대표, 황창석 에이티넘인베스트 부사장, 박민식 스틱벤처스 부대표, 차훈 유큐아이파트너스 전무 등 총 10명 정도가 바이오 심사역으로 일했다. 그땐 지금처럼 펀드가 많지 않아 매일 만나서 술 마시는 게 일이었다.(웃음) 최근엔 바이오 심사역 인원이 많아졌고, 200명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뿐만 아니라 화학, 약학 등 전공도 다양해졌다. 예전보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보나?

“아직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제 비임상을 끝내는 정도다.”

-초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제약사 등 해외 기업에 기술 이전하는 게 현실적인 모델이라고 보나?

“그렇다.”

-지난해 신라젠, 헬릭스미스, HLB 등 3상까지 끌고 간 회사도 있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 했다. 국내 투자 생태계에서 이들 기업이 초기 임상 결과가 제대로 안 나와도 임상을 멈출 수 있다고 보나?

“국내 상장사가 기술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신약개발은 규제가 매우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미국 등 해외 규제 시스템 내에서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그들의 규제 시스템에 안착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신약개발 발전위해 유저피 인상·CMC 고려·기평 전문성 확보 필요

-지난 바이오미래포럼에서 식약처와 거래소 유저피 인상을 화두로 던졌다. 유저피가 인상되면 전문성도 강화될 것으로 보나?

“물론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고려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국내 특허청이 현 식약처처럼 심사인력 부족과 같은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특허청에서 특별채용으로 심사관을 대폭 채용하고, 특허 심사관에게 변리사 자격증을 줬다. 자연스럽게 박사 학위를 가진 특허심사관이 늘었다.

식약처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급 인력이 공무원 월급에 만족할 수 없다. 적은 월급에 인력 교체가 빈번하니 당연히 경험이 축적될 리 없다. 인상된 유저피로 월급을 올려주고, 이들이 식약처를 나가서도 컨설팅 회사 등 그들의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내에 식약처 심사관 출신 컨설팅 회사가 많아지는 것도 기업에게 좋을 것이다. 식약처도 업무 분담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식약처 역시 새로운 시스템과 제도 개선을 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모든 것을 식약처 탓으로 돌리는 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기술성평가를 하는 전문평가기관에 대한 업계 불신도 크다. 이것도 유저피 인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나?

“궁극적으로 평가기관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유저피 인상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현 유저피로는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없다. 비용이 낮으면 평가 질(quality)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

현재 평가기관의 시스템은 일관성과 객관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구조다. 여러 기관이 무작위로 선정되다 보니 일관성이 확보되기 어렵고, 경험이 부족한 전문가도 다수 포함돼 있어 업계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기평' 체계라면 상장사 역시 쉽게 신뢰하지 못 할 것 같다.

“악순환이다. 투자가 역시 이런 상장 기준이라면 객관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투자자로부터 시장이 신뢰를 잃는 순간 시장은 붕괴한다. 낮은 유저피로 상장만 하려는 건 매우 근시안적 시각이다.”

-신약개발에서 제품제조품질(CMC)도 매번 강조하는데?

“국내 개발자가 임상 초기부터 CMC를 고려하기 어렵다. 결국 CMC의 핵심은 가격이다. 약물을 통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임상 샘플, 임상 샘플 등의 원가를 알아야 생산 구조와 상용화 단계에서 약가를 책정할 수 있다. 사실 기술이전을 할 때도 CMC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기술이전 반환 사례 중 상당수는 CMC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MC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조공정이 복잡해 지고, 임상 시료 수급 자체도 어려워 질 수 있다. 미국에는 아예 CMC만 전문적으로 보는 인력이 따로 있다. 이 인력도 비임상, 임상 등으로 나눠져 있다. 미국은 이미 이런 전문인력에게 컨설팅을 받고 시작한다.”

-국내에는 CMC 전문가가 있나?

“없다. 규제기관이 CMC 데이터를 요구하는 건 허가 과정에서다. 그렇지만 개발 초기부터 CMC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3상 마치고 판매허가신청(NDA) 때, 그때서야 CMC 자료 만든다고 하면 허가절차 기간은 늘어질 수 밖에 없다. NDA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이 자료는 확보해야 한다.”

비용 대비 성공사례는 아직 적은 편…SK처럼 성공사례 나와야

-신라젠, HLB, 헬릭스미스, SK바이오팜 등 올 한해 국내 업계에 다양한 일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 될 것 같나?

“올해 바이오·의료 비중이 30%를 육박했다. 미국의 헬스케어 섹터 비율이 20-25% 점을 감안해도 높은 편이다. 30%가 정점이라고 본다. 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사실 현재 투입되는 비용 대비 성공 사례는 많지 않은 편이다. 성공 사례가 축적된다면 바이오 투자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기업들의 3상 최종 결과는 아마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일부 기업은 성공보다 실패로 비춰지기도 했다. 물론 SK바이오팜처럼 좋은 신호를 주는 기업도 있었다. 바이오벤처에서도 SK와 같은 사례가 나오면 이 산업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다.”

-인터베스트라는 회사를 나와 LSK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하며 다시 출발선에 섰다.

“바이오는 특히 비전공자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다. 규모가 큰 조직에선 비전공자를 모두 설득하며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다. 불필요한 과정과 절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거래의 포인트, 거래의 차별화 전략을 정의하는 게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큰 조직에서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를 빠르게 가져가기 힘들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개발자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

“재무의 중요성을 모르는 회사가 많다. 특히 초기 개발자는 임상과 허가 과정을 쉽게 간과한다. 임상과 허가 과정에서 문제를 미리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개발사들은 종종 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해결책을 생각한다. 그러면 개발 주기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김명기 대표는 누구?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공학 석사, 생물과학 박사 취득

-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 과정 취득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 재직

-TG벤처, 한솔창업투자 재직

-전, 인터베스트 전무

-현, LSK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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